김미라 기자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인천 서구 소재 유치원에서 책을 함께 살펴보며 조기 독서 교육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인천광역시교육청
[한국의정신문 김미라 기자]
독서 국가’라는 선언이 구호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미 그 비전을 현실로 구현하고 있는 지역의 이야기가 필요하다. 2026년 1월 23일 국회에서 열린 ‘독서국가 선포식’은 그런 의미에서 인천이라는 도시를 다시 한 번 주목하게 만들었다. 무대 위 대형 화면에는 ‘조기독서 선도모델, 독서인천’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독서 국가 비전 속에서 인천의 조기 독서 정책이 대표 사례로 공식 소개된 순간이었다.
이날 독서국가 비전을 발표한 이는 김영호 국회 교육위원장이었다. 그는 발표 과정에서 “여러 지역을 살펴보고 필터링해 보니, 조기 독서가 가장 잘 되고 있는 곳이 인천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함께 인천의 한 유치원을 찾아갔는데, 제가 꿈꿨던 조기 독서 유치원이 이미 인천에서 실행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영호 위원장과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지난 1월 16일, 서구 소재 인천서로꿈유치원을 함께 방문해 읽걷쓰 교육의 유아 단계 우수 사례를 직접 확인했다. 이번 방문은 인천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읽걷쓰 교육을 국회와 공유하고, ‘독서국가’ 비전과 연계해 유아기부터 책 읽는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현장에서 김 위원장은 5세에서 9세를 ‘독서 골든타임’으로 정의하며, 이 시기의 체계적 독서 기반 형성이 미래 인재 양성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인천의 독서 정책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성과가 아니다. 그 뿌리에는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시민 독서운동과 교육 철학이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한 도시 한 책 읽기’ 운동, 『3색3책 인천북』이다. 시민이 직접 책을 고르고, 함께 읽고, 토론과 공연, 탐방으로 확장하는 이 프로그램은 독서를 개인의 취미에서 도시 공동체의 문화로 끌어올렸다. 한 권의 책을 중심으로 세대가 연결되고, 시민이 대화하며, 도시는 하나의 거대한 독서 공동체가 된다.
교육 현장에서의 변화는 더욱 결정적이다. 인천시교육청이 추진하는 ‘읽걷쓰’ 정책은 인천 독서 정책의 핵심 철학을 집약한다. 읽고, 걷고, 쓰는 활동을 결합해 독서를 지식 습득이 아니라 생활 습관과 사고 훈련의 과정으로 설계했다. 아이들은 책을 읽고 길을 걸으며 사유하고, 다시 글로 표현한다. 독서는 교과의 일부가 아니라, 몸과 생각, 언어를 함께 키우는 교육이 된다.
생활 공간에서도 독서는 자연스럽게 확장된다. 시민주도형 함께읽기와 ‘한 책 15일 완독 프로젝트’, 어린이 추천·소개 프로그램은 독서를 ‘시키는 활동’이 아니라 스스로 참여하는 경험으로 바꿔 놓았다. 특히 최근 인천시교육청 중앙도서관이 도입한 ‘그림책 읽어주는 고양이’ 스트리밍 북 서비스는 유아 독서 정책의 진화를 상징한다. 고양이 모양 기기에 북카드를 꽂으면 동화구연이 자동으로 재생되는 이 서비스는 어린이집·유치원·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 운영되며, 시청각 자료를 활용해 영유아의 독서 습관 형성과 문해력 발달을 체계적으로 돕고 있다. 조기 독서 정책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인천형 모델이다.
이 모든 흐름이 결국 하나의 지점으로 모인다. 바로 조기 독서다. 인천이 전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유치원 단계부터 책을 생활 속 놀이로 접하고, 초등 저학년까지 독서 습관을 체계적으로 이어가는 구조는 대한민국에서도 보기 드문 모델이다. 독서는 학습 이전에 삶의 경험으로 자리 잡고, 아이들은 시험보다 먼저 책과 친구가 된다. 인천이 보여주는 조기 독서 정책은 단순한 프로그램이 아니라, 교육의 출발점을 바꿔 놓은 구조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인천의 독서 정책이 주목받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흐름이 아이들에만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근 인천시교육청은 강화군청을 ‘초등 학력인정 문해교육 프로그램 운영기관’으로 지정해, 배움의 기회를 놓친 성인 학습자들에게 다시 책으로 돌아올 수 있는 통로를 열었다. 유아기 조기 독서에서 시작해, 학생기, 성인 문해교육, 평생학습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인천이 전 생애 독서 체계를 실제로 구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인천의 과제는 분명하다. 이미 만들어진 조기 독서 모델을 어떻게 도시 전체의 평생 독서 체계로 확장하느냐다. 이를 위해 조기 독서 프로그램의 표준화와 교사 연수, 교재·콘텐츠 개발을 체계화하고, 학교–도서관–지역 서점–마을 공동체를 잇는 통합 독서 네트워크를 더욱 촘촘히 구축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가족 독서, 다문화 독서, 디지털 독서를 결합한 인천만의 미래형 독서 생태계 구축도 다음 과제가 될 것이다.
‘조기독서 선도모델, 독서인천.’ 선포식 무대에 걸린 이 문구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다. 그것은 독서 국가가 어디에서부터 현실이 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방향표다. 그리고 그 방향은 지금 인천을 향하고 있다.
아이들이 가장 먼저 책을 만나는 도시.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른도 다시 책으로 돌아오는 도시. 인천은 지금 ‘책 읽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가장 앞에서 설계하고 있는 도시다. 그 실험이 성공할수록, 대한민국의 독서 국가는 선언이 아니라 일상이 될 것이다.
독서국가 선포식에서 소개된 ‘조기독서 선도모델, 독서인천’. 사진=김미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