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서울시의회 이용균 의원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북한산 자락을 따라 이어진 주거지와 공원, 그리고 그 사이에서 살아가는 강북구민의 일상은 언제나 ‘보존’과 ‘개발’이라는 두 단어 사이에 놓여 있었다. 고도지구 규제와 도시공원 활용을 둘러싼 논의 역시 마찬가지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와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이 민감한 의제들의 한가운데에 섰던 이용균 의원은, 늘 같은 질문을 던져왔다. 이 계획은 누구의 삶을 기준으로 만들어졌는가.
북한산 고도지구 논의와 도시공원 조례 개정을 계기로 이용균 의원을 다시 만나, 정책의 결과보다 그 판단의 기준을 묻는 시간을 가졌다. 숫자와 도면 뒤에 가려진 현장의 이야기, 그리고 ‘사람이 먼저인 도시’를 향한 고민을 직접 들어봤다.
기자:
의원님을 다시 만나게 된 계기가 북한산 고도지구와 도시공원 조례였습니다. 두 사안 모두 강북구민에게는 굉장히 피부에 와 닿는 주제인데요. 의원님께 이 두 이슈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이용균 의원:
북한산과 공원은 강북구민에게 행정 용어가 아니라 일상입니다. 창밖 풍경이고, 아이들과 걷는 길이고, 동네의 시간이에요. 그래서 저는 이 문제를 ‘개발이냐 보존이냐’의 선택지로 보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이 일상을 지키면서도, 불합리한 불편은 줄일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먼저였습니다.
기자:
북한산 고도지구 논의 당시, 주민 의견이 굉장히 팽팽하게 갈렸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용균 의원:
맞습니다. 고도지구는 규제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하죠. 하지만 현장을 직접 다녀보면 단순하지 않습니다. 같은 고도 규제라도 동네마다 상황이 다르고, 어떤 곳은 이미 주변 환경과 맞지 않는 규제가 오히려 생활 불편을 키우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책상에서 판단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기자:
그래서 도시계획균형위원회 활동 당시 현장 방문을 여러 차례 진행하셨죠.
이용균 의원:
네. 구기·평창 지역과 북한산 자락을 직접 걸었습니다. 문서로는 보이지 않는 것들이 현장에는 많습니다. 햇빛이 얼마나 들어오는지, 조망이 어떻게 막히는지, 이 길을 매일 누가 걷는지. 도시는 도면 위에 존재하지 않거든요. 사람이 움직이는 방식 속에 있습니다.
기자:
신속통합기획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여오셨습니다.
이용균 의원:
신속하다는 말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속도는 행정의 덕목일 수 있지만, 기준 없는 속도는 갈등을 키웁니다. 주민들이 ‘앞으로 어떻게 바뀌는지’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예측 가능성이 있어야 불안이 줄고, 갈등도 관리됩니다.
기자:
도시공원 조례 개정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용균 의원:
그렇습니다. 기존 도시공원 운영은 ‘안 된다’는 말은 많고, ‘왜 안 되는지’는 설명이 부족했습니다. 같은 행사도 담당자 해석에 따라 되고 안 되고가 갈렸죠. 저는 이걸 규제의 문제가 아니라 기준의 문제로 봤습니다.
기자:
그래서 공익성 판단 기준을 조례에 명확히 담으셨지요.
이용균 의원:
공원은 보존의 대상이면서 동시에 시민의 삶이 담기는 공간입니다. 문화·체험 행사 자체를 막자는 것이 아니라, 공공성을 해치지 않는 선을 명확히 하자는 것이었죠. 기준이 생기면 행정도 편해지고, 시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기자:
이 조례로 ‘2025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 최우수상을 받으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용균 의원:
상도 의미 있지만, 더 중요한 건 현장의 반응이었습니다. “이제는 기준이 보인다”, “왜 되는지 알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보람을 느꼈습니다. 정치는 설명 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최근에는 강북구 생활밀착형 예산이 대거 반영됐습니다. 공원, 학교, 보행 안전 등 일상과 밀접한 영역이 눈에 띄는데요.
이용균 의원:
예산은 숫자로 남으면 안 됩니다. 주민이 공원을 이용하면서, 아이들이 학교를 다니면서, 길을 걸으면서 ‘달라졌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화려한 사업보다 생활 속 변화에 집중했습니다.
기자:
의정활동을 하시며 가장 경계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이용균 의원:
확신에 빠진 판단입니다. 정치는 사람을 다루는 일입니다. 그래서 늘 제 판단이 옳을지 의심하려고 합니다. 최근 읽은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도 그런 경계심을 다시 일깨워 줬습니다.
기자:
앞으로의 의정활동 방향을 한 문장으로 정리한다면요.
이용균 의원:
조용히 작동하는 정치입니다. 갈등을 키우지 않고, 삶을 덜 불편하게 만드는 정치. 북한산을 바라보는 창을 함부로 닫지 않는 정치 말입니다.
기자: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용균 의원:
고맙습니다. 결국 도시는 사람이 사는 곳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