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민철 기자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은 12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의 실질적 구제와 기업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개인정보 보호 패키지 법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 사진 제공=전용기의원 SNS
[한국의정신문 두민철 기자]
최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잇따르는 가운데, 기업들이 자사 쿠폰이나 포인트 지급으로 책임을 대신해 온 관행에 제동을 거는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국회의원은 12일 개인정보 유출 피해의 실질적 구제와 기업 책임 강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개인정보 보호 패키지 법안’ 2건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패키지 법안은 ▲「개인정보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과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구성됐다. 핵심은 형식적 보상 관행을 차단하고, 반복적인 보안 위반 기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 수단을 마련하는 것이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유출하고도 현금 배상 대신 자사 서비스 이용을 전제로 한 쿠폰·포인트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응해 왔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의 실질적 손해 회복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소비자 재가입을 유도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된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에 개정안은 손해배상액 산정 시 기업의 ‘피해구제 노력’으로 참작되는 범위에서 현금 외의 쿠폰·포인트 등을 제외하도록 명시했다. 정보주체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경우, 기업이 제공한 형식적 보상 때문에 배상액이 감액되는 일이 없도록 법적 장치를 강화한 것이다.
전 의원은 “개인정보 유출은 국민의 일상을 위협하는 심각한 범죄적 행위에 가깝다”며 “보상을 가장한 홍보성 쿠폰 지급은 진정한 피해 회복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기업이 실질적 책임을 지도록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배업계에 대한 규제 강화도 이번 법안의 또 다른 축이다. 택배 서비스는 주민등록번호, 주소, 결제 정보는 물론 공동현관 비밀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광범위하게 취급하지만, 그간 보호 의무는 시행령 수준에 머물러 실효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개정안은 개인정보 보호 조치를 법률로 상향 규정하고,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택배·소화물 배송 사업자에 대해서는 등록 또는 인증을 취소할 수 있도록 했다. 국토교통부의 관리 권한과 개인정보보호 전문기관의 판단을 연계해, 보안 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기업은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았다.
이는 단순 과태료 부과를 넘어 사업권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제재로, 개인정보 보호를 기업 경영의 핵심 리스크로 인식하게 만드는 구조적 변화로 평가된다. 특히 반복적인 보안 사고에도 경미한 제재에 그쳤던 기존 제도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취지다.
전문가들은 이번 법안이 통과될 경우,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무게 중심이 ‘사후 수습’에서 ‘사전 예방 및 책임 강화’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디지털 플랫폼과 물류 산업이 급성장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는 곧 시민의 안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 제도화되는 셈이다.
다만 기업 부담 증가와 과도한 규제 논란도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사업 등록 취소와 같은 강력한 제재가 산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이에 대해 전 의원은 “개인정보 보호는 선택이 아니라 최소한의 의무”라며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는 오히려 공정한 경쟁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반복돼 왔지만, 피해자 체감 보상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번 패키지 법안은 ‘보상’의 정의를 다시 묻고 있다. 할인쿠폰 몇 장으로 지워질 수 없는 것이 개인정보라는 점을 법으로 명확히 하겠다는 선언이다. 이제 쟁점은 분명해졌다. 기업의 편의와 시민의 권리 중 무엇을 더 우선에 둘 것인가.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 답이 가려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