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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사회 읽기] 자본에 저당 잡힌 ‘보편적 시청권’, 중계권 독식이 남긴 상처 - JTBC의 ‘코리아풀’ 이탈과 단독 중계가 부른 국가적 감동의 단절
  • 기사등록 2026-02-13 23:4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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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사회 읽기] 자본에 저당 잡힌 ‘보편적 시청권’, 중계권 독식이 남긴 상처. 디자인=김현주 기자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중반을 향하고 있지만, 대한민국 안방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갑다. 설상 종목의 새 역사를 쓴 최가온 선수가 금메달을 목에 거는 역사적 순간에도, 국민은 TV 앞에서 환호하는 대신 유료 채널의 편성표를 확인하거나 자막 뉴스로 소식을 접해야 했다. 62년 만에 지상파 3사의 중계가 사라진 이번 올림픽은, 방송사 간의 단순한 밥그릇 싸움을 넘어 우리나라 스포츠 중계 환경의 구조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사태의 발단은 JTBC가 지상파 협의체인 ‘코리아풀(Korea Pool)’을 외면하고 IOC와 독자 접촉해 거액으로 중계권을 낙찰받은 시점부터였다. 그동안 코리아풀은 과도한 중계권료 경쟁에 따른 국부 유출을 막고, 전 국민이 무료로 올림픽을 즐길 수 있도록 지켜온 최소한의 안전장치였다. 그러나 JTBC는 이 상생의 틀을 깨고 독점권을 선점했다. 거액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지상파에 수백억 원대의 과도한 재판매가를 요구한 행태는, 올림픽을 국가적 축제가 아닌 ‘고수익 비즈니스 모델’로만 바라본 오만한 발상이다.


현행 방송법이 규정하는 ‘보편적 시청권’은 가구 도달률 90%라는 기술적 수치에만 매몰되어 있다. 하지만 진정한 보편적 시청권은 ‘얼마나 쉽게, 비용 부담 없이, 다 함께 누릴 수 있는가’의 문제다. 특정 방송사가 중계권을 독점하고 이를 다시 비싼 값에 팔려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국민은 당연히 누려야 할 ‘함께 감동할 권리’를 박탈당했다. 수익 극대화를 위해 국가적 자산인 올림픽을 인질로 삼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장기적인 안목에서도 이번 독점은 명백한 패착이다. 여러 채널을 통해 다양한 경기를 노출함으로써 올림픽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키우고, 그 토대 위에서 스포츠 산업과 방송 생태계가 공생하는 선순환 구조를 스스로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시청률이 높은 특정 종목만 본 채널에 배치하고, 비인기 종목이나 결정적 순간을 유료 스포츠 채널로 돌리는 행태는 방송사의 공적 책무를 망각한 처사다.


이제 정부와 국회가 응답해야 한다. 중계권 협상 과정을 전적으로 시장의 자율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보편적 시청권의 개념을 ‘실질적이고 무료인 시청 환경 보장’으로 재정의하고 협상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방송사 역시 눈앞의 이익보다 국민의 신뢰와 공적 가치가 더 큰 자산임을 깨달아야 한다. 자본의 논리가 국민의 환호성보다 우선되는 올림픽은 더 이상 우리에게 영광도, 축제도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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