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유범
충청남도의회 이상근 의원. 사진=이상근의원실
[한국의정신문=박유범 기자]
충남·대전 행정통합 논의가 속도를 내는 가운데 통합특별시 약칭을 ‘대전특별시’로 정하는 방안을 두고 충청남도의회에서 강도 높은 비판이 제기됐다. 충남의 정체성과 행정적 위상이 배제된 채 대전 중심의 통합 구조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다.
이상근 의원은 3일 열린 충남도의회 제363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 “통합특별시 약칭에서 ‘충남’을 배제하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는 대전 중심 통합을 기정사실화하는 잘못된 신호”라고 밝혔다.
앞서 대전·충남 통합 및 충청지역 발전 특별위원회는 지난 1월 29일 통합특별시 공식 명칭을 ‘충남대전통합특별시’로, 약칭을 ‘대전특별시’로 정해 국회 제출을 예고했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약칭은 대외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대표 명칭”이라며 “이름에서부터 특정 지역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통합의 균형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역사적 맥락도 강조했다. 이상근 의원은 “대전광역시는 과거 충청남도에서 분리된 도시”라며 “통합 과정에서 부모 격인 충남을 지우고 ‘대전’만을 전면에 내세우는 것은 충남 도민의 자긍심과 지역 정체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규모와 경쟁력 측면에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이 의원은 “충남은 대전보다 면적이 약 15배 넓고 인구도 약 1.4배 많다”며 “천안과 아산 등 북부권만 보더라도 100만 명에 이르는 인구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전특별시’라는 약칭이 고착되면 충남은 대외적으로 대전의 위성도시로 인식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청사 소재지 문제 역시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의원은 “약칭을 통해 대전의 상징성을 먼저 굳혀놓고, 청사 위치는 향후 통합특별시장에게 맡기겠다는 것은 사실상 청사를 대전에 두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약칭과 청사 문제는 분리할 수 없는 핵심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 의원은 김태흠 지사를 향해 ▲통합법안에서 ‘대전특별시’ 약칭 삭제 ▲통합특별시 주청사를 충남도청사로 명시 ▲이 같은 조건이 반영되지 않을 경우 행정통합 논의 즉각 중단을 공식 요구했다. 그는 “충남이 지워지는 통합은 상생이 아니라 소멸이자 종속”이라며 “정당한 명칭과 행정적 위상을 전제로 한 통합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향후 통합법안 논의 과정에서 명칭과 청사 위치를 둘러싼 지역 간 공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행정 효율성과 광역 경쟁력 강화라는 통합의 명분 속에서 지역 정체성과 상징성을 어떻게 조화시킬지가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