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민철 기자
황정아 의원은 9일,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대규모 전력 공급 특례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사진 제공= 황정아 의원 SNS[한국의정신문 두민철 기자]
AI 데이터센터를 비롯한 첨단산업 유치를 가로막아 온 전력 공급 규제를 완화하고, 비수도권 중심의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한 입법이 국회에서 추진된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9일, 비수도권 지역에 한해 대규모 전력 공급 특례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이른바 ‘지산지소(地産地消)’ 원칙을 전력 정책에 본격 반영하는 데 있다. 즉, 지역에서 생산한 전력을 해당 지역의 산업이 직접 사용하는 구조를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해, 수도권에 집중돼 온 첨단산업 투자 흐름을 비수도권으로 분산시키겠다는 구상이다.
황 의원은 “AI 데이터센터와 같은 첨단산업은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하지만, 현행 분산에너지 제도는 일정 규모 이하의 전원만을 대상으로 해 대규모 산업 유치에 제약이 컸다”며 “전력 여유와 입지 여건이 우수한 비수도권이 제도 때문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분산에너지는 소규모 전원 중심으로만 인정돼, 대규모 발전사업을 통해 AI 데이터센터 등에 직접 전력을 공급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수도권 외 지역은 전력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전력 수요 산업 유치 경쟁에서 구조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왔다는 평가가 이어져 왔다.
개정안은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비수도권 지역에서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경우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의 승인을 받으면 발전 규모와 관계없이 분산에너지사업자로 간주하도록 했다. 또한 승인받은 발전사업자는 AI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전기사용자에게 직접 전력을 공급할 수 있도록 허용해, 송전망 부담을 줄이고 지역 내 전력 선순환 구조를 만들도록 설계했다.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비수도권 지역은 전력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 유치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관 산업,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 등 전력 집약적 산업이 수도권을 벗어나 지방에 자리 잡을 수 있는 제도적 토대가 마련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황 의원은 “전력계통의 안정성과 첨단산업 육성, 국가균형발전은 더 이상 분리된 과제가 아니다”라며 “분산에너지 확대는 에너지 전환과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핵심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수도권 공화국을 넘어서기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개정안을 두고 “전력 정책을 산업·국토 정책과 연결한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동안 국가 전력망은 수도권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장거리 송전에 의존해 왔고, 이는 계통 부담과 지역 간 방임이라는 이중 문제를 낳아 왔다. 지산지소 기반의 전력 특례는 이러한 구조를 재편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제도 시행 과정에서 전력계통 안정성, 지역 간 형평성, 대기업 특혜 논란 등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는 향후 입법 논의 과정에서 주요 쟁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 승인 요건과 관리 기준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느냐에 따라 제도의 실효성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AI와 데이터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 전력은 더 이상 단순한 기반시설이 아니라 산업 전략 그 자체가 되고 있다. 이번 법안은 ‘어디서 전기를 쓰느냐’의 문제가 곧 ‘어디서 미래 산업이 자라느냐’의 문제임을 분명히 보여준다.
지역에서 생산한 에너지가 지역의 미래를 밝히는 구조가 현실이 될 수 있을지, 이제 국회의 선택과 사회적 논의가 그 방향을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