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서울시의회 이용균 의원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북한산을 품은 강북의 도시는 오랫동안 ‘보존’과 ‘발전’ 사이에서 선택을 요구받아 왔다. 자연은 지켜야 했고, 삶은 바꿔야 했다. 그 간극에서 정책은 늘 쉽지 않은 결정을 마주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균형위원회와 환경수자원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이용균 의원은 이 질문을 피해 가지 않았다. 34년간 유지돼 온 북한산 고도지구 규제 개편, 도시공원의 공공성과 활용 가치를 함께 담아낸 조례 개정, 그리고 시민의 사고와 공동체 감각을 키우는 인문학 진흥 조례까지. 그의 의정활동은 언제나 ‘사람의 삶’을 정책의 기준으로 삼아 왔다.
이용균 의원을 만나, 북한산 고도지구와 도시공원 정책, 그리고 인문학 조례에 담긴 의정 철학을 직접 들었다.
김현주 기자
의원님을 만나면 늘 북한산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따라옵니다. 의정활동에서도 북한산은 중요한 기준이 되어온 것 같습니다.
이용균 의원
그렇습니다. 북한산은 강북의 상징이자 주민들의 일상과 가장 맞닿아 있는 공간입니다. 아름다운 자연이지만, 동시에 오랜 기간 고도지구 규제로 인해 주민들이 불편을 감내해야 했던 현실도 존재했습니다. 저는 자연을 지키는 일과 주민의 삶을 지키는 일이 대립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왔습니다.
김현주 기자
북한산 고도지구 규제가 34년 만에 전면 개편됐습니다. 의원님에게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이용균 의원
고도지구 규제는 단순한 행정 기준이 아니라 주민들의 삶과 직결된 문제였습니다. 노후 주거 환경 개선이 어려웠고, 재산권 행사에도 제약이 컸습니다. 이번 개편은 무조건적인 완화가 아니라, 북한산 경관은 지키면서도 지역의 현실을 반영한 합리적인 조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김현주 기자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해진 건가요?
이용균 의원
획일적인 높이 제한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준이 적용됩니다. 개별 건축물은 최고 28미터까지 가능해져 약 9층 내외 건축이 가능해지고, 주택정비사업의 경우에는 최고 45미터까지 허용돼 약 15층 내외까지도 검토할 수 있게 됩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보다, 주민들이 더 안전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점입니다.
김현주 기자
부동산 가치 상승을 기대하는 시선도 있는데요.
이용균 의원
저는 단기적인 부동산 가격 변화에 정책의 성과를 두고 싶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숫자가 아니라, 주민들의 삶이 실제로 어떻게 달라지느냐입니다. 오랫동안 낙후돼 있던 주거 환경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선되고, 골목과 동네에 사람이 다시 머무를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것, 그것이 정책이 가져와야 할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주거 환경이 개선되면 자연스럽게 지역 공동체가 회복되고, 생활 인프라도 함께 살아납니다. 아이들이 안심하고 다닐 수 있는 길, 어르신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 이웃과 마주칠 수 있는 일상의 장면들이 늘어나는 것이 진짜 발전입니다. 도시는 투자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살아가는 공간이고, 정책은 그 일상을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끄는 도구여야 합니다. 저는 그 기준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김현주 기자
도시공원 조례 개정 역시 의원님의 대표적인 입법 성과로 꼽힙니다.
이용균 의원
「서울특별시 도시공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공원의 공공성을 지키면서도 시민 활용 가치를 넓히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습니다. 그동안 도시공원 내 상행위는 지나치게 엄격하게 제한돼 있었고, 공익 목적의 행사조차 해석의 모호함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김현주 기자
조례 개정으로 어떤 변화가 가능해졌나요?
이용균 의원
이번 조례 개정의 핵심은 ‘무엇이든 허용하자’가 아니라, 어떤 경우에 예외를 둘 것인가를 명확히 하자는 데 있었습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이 주최하는 행사, 그리고 시민의 문화·예술·체험·여가 기회를 실질적으로 확대하는 공익적 행사에 한해 제한적으로 상행위를 허용하도록 기준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 범위 안에서는 푸드트럭 운영도 가능해집니다. 다만 공원의 휴식 기능과 자연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원칙은 분명히 했습니다. 무분별한 상업화를 막으면서도, 시민들이 공원에서 문화행사를 즐기고, 지역 소상공인과 사회적경제 주체들이 합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자는 취지입니다.
그동안 도시공원 현장에서는 “공익 행사인데도 해석이 달라서 안 된다”는 혼선이 반복돼 왔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규제 강화가 아니라 기준의 부재에서 찾았습니다. 이번 조례는 행정 해석의 자의성을 줄이고, 현장에서 예측 가능한 기준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공원을 지키는 일과 시민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일이 함께 갈 수 있다는 점을 제도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현주 기자
의원님의 의정활동을 보면 공간 정책뿐 아니라 시민의 사고와 문화에 대한 고민도 꾸준히 이어져 온 것 같습니다. 「서울특별시 인문학 및 인문정신문화 진흥에 관한 조례」도 같은 맥락으로 보입니다.
이용균 의원
정책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 시민이 그 취지와 방향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도시를 설계하는 일 못지않게, 그 도시를 살아가는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생각과 판단의 힘이 중요하다고 봤습니다.
제도가 아무리 정교해도 시민의 인식과 삶의 맥락을 담아내지 못하면 오래가기 어렵습니다. 결국 정책의 지속 가능성은 시민이 스스로 참여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토대 위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합니다.
김현주 기자
인문학 조례를 통해 가장 중요하게 본 지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용균 의원
인문학을 특정 계층이나 전문가의 영역으로 두고 싶지 않았습니다. 시민 누구나 일상 속에서 인간과 사회를 성찰하고, 서로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넓히는 것이 핵심이었습니다. 급변하는 사회일수록 단기적인 해법이나 즉각적인 성과보다, 문제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과 판단의 기준이 단단해지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의원님의 의정활동에 영향을 준 책도 궁금합니다.
이용균 의원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입니다. 이 책은 도시를 도면이나 숫자로만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많은 삶을 놓치게 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도시는 계획의 결과물이기 이전에,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관계와 일상이 축적된 공간이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했습니다. 그런 문제의식은 지금 제가 도시계획과 공간 정책을 다룰 때에도, 늘 현장의 삶을 먼저 떠올리게 만드는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김현주 기자
최근 시민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있다면요?
이용균 의원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정책도, 정치도 결국은 사람을 다루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제도나 논리만으로는 현장을 움직이기 어렵고, 사람들의 감정과 반응, 판단의 흐름을 이해할 때 비로소 정책이 설득력을 갖게 됩니다.
이 책은 인간이 왜 특정 상황에서 그렇게 판단하고 행동하는지를 차분하게 짚어줍니다. 의정활동을 하다 보면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감정이 앞서는 순간도 많은데, 그럴수록 사람을 먼저 이해하려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정책을 밀어붙이기보다, 사람의 마음을 읽고 조율하는 과정이 정치의 본질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주는 통찰이 크다고 느꼈습니다.
김현주 기자
앞으로의 의정활동 계획도 들려주신다면요.
이용균 의원
이제는 제도를 만드는 단계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끝까지 점검하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산 고도지구 개편이 실제로 주민들의 주거 환경 개선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도시공원 조례가 공원을 더 활기 있고 열린 공간으로 바꾸고 있는지 하나하나 살펴볼 계획입니다.
강북의 변화가 특정 지역에 머무르지 않고, 서울 전체의 균형 있는 발전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계속 확인하겠습니다. 정책이 종이 위에서 끝나지 않고 시민의 일상 속에서 체감될 때까지 책임을 다하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습니다.
김현주 기자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이용균 의원
북한산은 사계절 내내 묵묵히 자리를 지키며 서울을 품고 있습니다. 저 역시 그 모습처럼 흔들리지 않고 시민 곁을 지키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 작은 목소리도 놓치지 않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정치로 보답하겠습니다.
북한산을 바라보는 시선은 곧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으로 이어진다. 이용균 의원의 의정활동은 ‘얼마나 바꿀 것인가’보다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먼저 묻는다. 보존과 변화의 경계에서, 그는 오늘도 사람의 삶을 기준으로 정책의 방향을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