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지연 기자
서울 도봉구 갑 김재섭 국회의원
[한국의정신문 류지연 기자]
정치는 종종 가장 큰 목소리를 낸 사람의 이름으로 기억된다. 누가 더 강하게 주장했는지, 어떤 구호를 외쳤는지가 헤드라인을 채운다. 그러나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그 말들은 대부분 사라진다. 남는 것은 말이 아니라 그 말 이후에 무엇이 달라졌는가, 결국 어떤 구조가 바뀌었는가라는 질문이다.
김재섭 국회의원의 정치는 이 지점에서 시작된다. 그는 정치가 감정을 자극하는 언어로 소비되는 순간 이미 실패했다고 본다. 설명으로 끝나는 정치, 박수로 정리되는 정치가 아니라, 시민의 일상 속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제도를 남기는 일. 눈에 띄는 장면보다 눈에 띄지 않는 변화를 선택해 온 정치다.
그의 의정활동에는 반복되는 질문 하나가 있다. “이 구조는 왜 그대로 남아 있는가.” 그리고 그 질문의 끝에는 언제나 같은 기준이 놓여 있다. “이 구조가 과연 시민의 삶을 더 낫게 만드는가.” 김재섭 의원은 정치의 역할을 위로의 언어가 아니라, 반복되는 불편과 불공정을 가능하게 만든 조건을 하나씩 걷어내는 일로 정의한다.
그래서 그의 정치는 화려하지 않다. 대신 오래 남는다. 도봉에서 살아본 사람으로서, 출퇴근길을 견뎌본 시민으로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체감한 문제를 구조의 언어로 바꾸고, 그것을 다시 법과 제도로 밀어 넣는다. 김재섭이라는 정치인을 이해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그가 무엇을 말했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바꾸려 했는지를 따라가는 일일 것이다.
김재섭 의원의 의정활동은 거창한 이념이나 추상적인 가치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늘 생활의 가장 낮은 지점에 머문다. 출근 시간 지하철이 멈춰 서며 하루를 시작해야 했던 시민의 피로, 육아와 일을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가정의 숨 가쁜 일상, 청년과 신혼부부에게 점점 불가능한 선택이 되어가는 서울의 주거 현실, 제도 밖에 방치된 체육시설과 소비자 보호의 사각지대까지. 김 의원이 국회에서 다뤄온 의제들은 대부분 누군가에게는 이미 일상이 돼버린 불편에서 비롯됐다.
그는 이런 문제를 개인의 인내나 시민의 양보로 해결할 수 있는 사안으로 보지 않는다. 같은 불편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며, 구조의 문제라면 정치가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분명하다. 이 같은 판단은 그의 입법 활동 전반에 일관되게 반영돼 있다. 김 의원이 대표 발의하거나 공동 발의한 법안들은 아동과 청소년 보호에서부터 일과 가정의 균형, 주거와 교통 문제, 디지털 환경에서의 소비자 보호에 이르기까지 시민의 일상과 직접 맞닿은 영역에 집중돼 있다. 다루는 분야는 넓지만 방향은 분명하다. 그동안 누군가는 감당해 왔지만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던 영역을 제도의 중심으로 끌어오는 일이다.
이 같은 태도는 출퇴근 시간 고의적인 철도 운행 방해에 대해 가중처벌 규정을 두는 철도안전법 개정안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 김 의원은 장애인의 이동권이 반드시 보장돼야 한다는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동시에 다수 시민의 출근권과 일상이 반복적으로 침해되는 현실 역시 외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권리와 권리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그는 어느 한쪽의 도덕적 우위를 선언하기보다, 갈등이 구조적으로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를 조정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김재섭 의원은 갈등을 감정의 언어로 다루지 않는다. 대신 제도가 어디까지 책임져야 하는지를 묻는다. 무엇이 보호돼야 할 권리인지, 어디까지가 사회가 함께 부담해야 할 영역인지, 그리고 그 경계를 법과 규칙으로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에 집중한다. 그의 의정활동이 요란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문제를 크게 말하기보다, 그 문제를 가능하게 만든 조건을 하나씩 해체하는 쪽을 선택해 왔기 때문이다.
김재섭 의원의 정치적 판단에는 흔들리지 않는 기준점이 있다. 지역이다. 그중에서도 도봉이다. 그는 도봉에서 나고 자라 등하교를 했고, 청년 시절에는 도봉에서 출퇴근을 경험했으며, 지금은 같은 지역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 그의 정치가 추상적인 미래 담론보다 현재의 생활 문제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봉은 그에게 지역구 이전에 삶의 시간과 경험이 축적된 공간이다.
그래서 김 의원의 정책 판단은 늘 구체적이다. 당의 입장과 다를 때도 있고, 정치권에서 유행처럼 떠오르는 담론과 어긋날 때도 있지만, 그 기준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 판단의 잣대는 언제나 하나다. 이 결정이 실제로 도봉 주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가. 도움이 되는가, 아니면 또 다른 불편을 남기는가. 그는 정치가 말의 정합성보다 생활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고 믿는다.
당선 이후 도봉구를 위해 확보한 대규모 특별교부금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도봉은 오랜 시간 서울이라는 이유로 각종 규제를 감내해 왔지만, 그에 상응하는 투자와 혜택에서는 상대적으로 뒤로 밀려 있었던 지역이다. 김 의원은 이를 단순한 예산 경쟁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불균형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지역 발전을 위한 상징적 사업보다, 교통과 주거, 생활 인프라처럼 주민들이 매일 체감하는 영역에 예산을 집중시키는 데 힘을 쏟았다.
재개발과 재건축, 교통 인프라 개선에 지속적으로 목소리를 내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그가 어린 시절 보았던 도봉의 풍경이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까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사실은, 지역이 정체돼 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김 의원은 이를 향수의 언어로 소비하지 않는다. 왜 도봉의 시간이 멈춰 있었는지, 어떤 제도와 규제가 지역의 변화를 가로막아 왔는지를 하나씩 짚어낸다. 그리고 그 해법을 예산과 법, 행정의 구조 속에서 찾으려 한다.
김재섭 의원에게 도봉은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현실이다. 그래서 그의 정치에는 과장된 약속보다 구체적인 선택이 많다. 지역을 잘 안다는 말보다, 지역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판단의 감각이 그의 의정활동을 이끈다. 도봉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도봉의 언어로 문제를 정의하며, 도봉 주민의 일상으로 정책의 성패를 가늠하는 정치. 그 일관성이 김재섭 의원을 설명하는 가장 분명한 단서다.
김재섭 의원의 정치를 따라가다 보면 반복해서 마주치는 단어가 있다. 선택과 구조, 그리고 제도다. 그는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 개인의 태도나 의지에서 답을 찾기보다, 그 선택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던 조건을 먼저 묻는다. 이 질문의 방향을 분명히 잡아준 책이 바로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다.
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A. 로빈슨은 이 책에서 국가의 성패를 가르는 기준을 지리나 문화, 민족성 같은 설명에서 떼어내 제도로 옮겨놓는다. 어떤 사회가 번영하고 어떤 사회가 실패하는지는 국민의 성실함이나 지도자의 능력 문제가 아니라, 정치와 경제 제도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기회를 열어두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주장이다. 포용적인 제도 아래에서는 개인의 노력이 축적되지만, 소수에게 유리하게 설계된 착취적 제도 속에서는 노력조차 소모된다는 분석이다.
김 의원은 이 관점이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데 결정적인 통찰을 제공했다고 말한다. 저출생과 청년 유출, 지역 격차를 개인의 선택이나 세대의 가치관 변화로만 설명하는 방식은 익숙하지만, 그 설명이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왜 특정 지역에서는 아무리 애써도 삶의 조건이 나아지지 않는지, 왜 선택지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선택할 수 없는 구조가 반복되는지를 묻기 시작하면 결국 제도의 문제로 돌아온다. 그가 주거와 교통, 노동과 출산 문제를 일관되게 구조의 언어로 풀어내는 이유도 이 책에서 출발했다.
김재섭 의원에게 책은 정책을 포장하기 위한 인용의 재료가 아니다. 지역을 바꾸는 정치란 결국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바꾸는 일이라는 믿음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넛지(Nudge)』는 그 믿음을 단단하게 만든 책이었고, 그 사유는 지금도 도봉이라는 지역의 정책과 제도 설계로 이어지고 있다.
그의 사고를 한 단계 더 현실로 끌어내린 책은 『넛지(Nudge)』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은 인간이 언제나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한다는 전제를 뒤집으며, 선택은 개인의 의지 이전에 환경에 의해 설계된다는 점을 보여준다. 강제나 명령 없이도, 선택의 배열과 기본값을 바꾸는 것만으로 행동은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이 책을 통해 정책의 역할을 다시 정의하게 됐다고 말한다. 정치는 시민을 계도하거나 훈계하는 일이 아니라, 더 나은 선택이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도록 조건을 설계하는 일이라는 인식이다. 육아를 개인의 부담으로만 남겨두지 않고, 함께 일하는 동료와 조직이 그 부담을 나눌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하려는 시도 역시 이런 사고의 연장선에 있다. 아이를 낳으라고 요구하기 전에, 아이를 낳아도 괜찮은 선택지가 존재하도록 만드는 것. 규제보다 설계, 명령보다 구조에 무게를 두는 접근이다.
김재섭 의원에게 책은 정책을 포장하기 위한 인용의 재료가 아니다. 질문의 출발점이자 판단의 기준이다. 그는 문제를 개인의 실패로 환원하지 않고,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었던 구조를 먼저 읽어내려 한다. 지역을 바꾸는 정치란 결국 사람을 바꾸는 일이 아니라,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조건을 바꾸는 일이라는 믿음이다.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와 『넛지(Nudge)』는 그 믿음을 단단하게 만든 책이었고, 그 사유는 지금도 도봉이라는 지역의 정책과 제도 설계로 이어지고 있다.
김재섭 의원은 앞으로의 의정활동 역시 생활과 직결된 구조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저출생 대응을 단기적 현금 지원이나 캠페인에 머무르게 하지 않고, 주거와 근무 환경, 돌봄과 이동 조건 전반을 다시 설계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중심을 옮기겠다는 구상이다. 서울 외곽 지역이 오랜 시간 감내해 온 교통 불편과 주거 정체, 생활 인프라의 공백을 하나씩 해소하며, 사람이 머물 수 있는 지역의 조건을 복원하는 일도 계속해 나갈 계획이다.
동시에 그는 시민의 일상을 반복적으로 침해하는 불법과 무질서에 대해서는 분명한 기준을 세우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공감의 언어로 상황을 설명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법과 제도가 작동하도록 구조를 바로잡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김 의원은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는 사회는 결국 구조가 바뀌지 않았다는 증거라고 말한다.
그가 정치를 대하는 태도에는 일관된 기준이 있다. 정치는 위로의 언어로 끝나서는 안 되며, 공감은 반드시 제도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믿음이다. 사람들에게 더 단단해지라고 말하기보다, 단단해지지 않아도 버틸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일. 그의 의정활동이 개인의 태도보다 구조를 먼저 묻는 이유다.
지역을 이끄는 讀한 리더란, 많이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읽고 오래 고민한 뒤 책임을 감당하는 사람일 것이다. 김재섭 의원의 정치 역시 그 경로를 따른다. 책에서 시작된 질문은 지역의 현실로 내려오고, 다시 법과 제도의 언어로 옮겨진다. 그의 정치는 화려한 수사보다 기록으로 남고, 선언보다 구조로 남는다. 도봉에서 출발한 이 질문이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질문이 쉽게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는 끝까지 구조를 읽고, 끝까지 구조를 고치겠다는 선택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