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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을 이끄는 讀한 리더] 배두영 연천군의회 예결위원장, 중립과 소통으로 예산정치의 품격을 말하다
  • 기사등록 2025-05-27 18: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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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천군의회 배두영 의원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2025년 봄, 연천군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실. 꼼꼼한 회의자료와 포스트잇으로 빼곡한 배두영 위원장의 책상이 눈길을 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한 일상이지만, 이 안에는 ‘지역의 미래를 결정짓는 수많은 선택’이 숨 쉬고 있다.


“예산은 돈이 아니라 군민의 삶입니다. 저는 그 삶이 더 나아지도록 예산의 길을 정돈하는 교통정리 역할을 맡은 사람일 뿐입니다.”


담담한 말 속에서 묵직한 책임감이 묻어난다.



 '갈등을 품은 정치’가 아니라 ‘조율하는 정치’를 꿈꾸다


연천군의회는 국민의힘 5명, 더불어민주당 2명이라는 구조다. 겉으로 보면 언제든 갈등이 폭발할 수 있는 숫자의 비율. 하지만 배두영 위원장은 이 구도를 ‘위기’가 아닌 ‘기회’로 본다. 다양한 의견이 오가는 상황 속에서 조율자 역할을 자처하며 ‘중립의 정치’를 실현하고자 한다.


“정치는 다른 목소리로 시작하지만,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는 일이죠. 중요한 건 누가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어떤 해법이 군민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느냐입니다.”


배 위원장이 강조하는 것은 ‘결론 도출의 책임’이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도 그는 ‘반대’와 ‘토론’ 자체를 부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속에서 얻는 긴장감이야말로 건강한 의회를 만드는 동력이라고 본다.


그는 예결위원장으로서 누구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다. 이해관계의 외압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는 심사 전날, 자신만의 원칙에 따라 예산서를 다시 한번 훑는다. 이때 활용하는 것이 ‘예산항목 3단계 체크리스트’다. 공무원 출신 선배에게 전수받은 이 방식은 그에게 예산을 바라보는 기준이자 나침반이 되었다.


첫째, 이성적 판단: 감정이나 정치적 유불리를 배제하고, 해당 사업이 반드시 필요한가를 따진다.
둘째, 지역적 영향: 연천군의 균형 발전에 기여하는지, 특정 지역에만 편중되어 있지 않은지 살핀다.
셋째, 군민 체감도: 실제 군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최종 점검한다.


“결국 예산은 숫자 같지만, 그 안에는 사람의 삶이 들어 있어요. 그 무게를 생각하면 쉽게 결정할 수 있는 항목은 하나도 없습니다.”


그의 조율형 리더십은 때론 여당 의원들의 요청을 조정하고, 때론 야당의 우려를 반영해 일부 항목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소신을 지키되 유연하게, 원칙을 잃지 않되 사람을 놓치지 않겠다는 것이 그의 정치적 신념이다.



중립, 공정, 그리고 소통을 믿는 이유


“제가 늘 가슴에 품고 있는 말이 있습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이다.’ 이 말은 제 모든 의정활동의 출발점이에요.”


그는 사람을 중심에 둔 정치를 한다. 그 ‘사람’이란 정당의 이해관계나 특정 집단의 입장이 아니라, 매일같이 연천의 골목을 걷고 시장을 오가는 ‘군민’ 한 사람 한 사람을 뜻한다. 민원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의 말 한마디, 학생들의 통학 불편을 걱정하는 학부모의 문자 한 줄도 그의 정치에선 소중한 근거가 된다.


“갈등이 있어도, 반대가 있어도, 결국은 군민을 위한 길이라면 돌아서서라도 가야죠. 중요한 건 체면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배 위원장은 정치인의 언어가 군민들에게 ‘설명’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군민에게 설명할 수 없는 정치’는 존재의 이유가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에게 있어 좋은 정책은 군민이 “그래, 저건 나를 위한 거구나”라고 느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그는 의회 발언을 할 때에도 최대한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하려 애쓴다. 이해하기 어려운 전문용어 대신, 현장에서 쓰이는 생활어를 사용하는 이유다.


“정책은 책상 위에서 태어나지만, 삶은 발바닥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군민의 눈높이에서 시작해, 군민의 언어로 설명되는 정치를 하고 싶어요.”


이러한 철학은 의회 내부뿐 아니라 외부 소통에서도 일관된다. 예산안 설명회를 열거나 주요 사업 계획을 공유할 때도 배 의원은 항상 “군민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군민이 동의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원칙을 지킨다.


그의 정치는 화려하진 않지만, 조용히 군민의 마음 가까이 다가가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늘 ‘사람’이라는 한 단어가 선명하게 놓여 있다.


늘 사람을 중심에 두며 정책을 고민한다는 배두영 의원. 사진=연천군의회


 『거인의 노트』와 『보통의 언어들』에서 배운 정치의 감수성 


“책 한 권이 정치 인생을 바꿀 수 있더군요.”


배두영 의원은 의정 활동의 방향을 전환하게 된 결정적 계기로 김익한 교수의 『거인의 노트』를 들었다. 이 책은 링컨, 처칠, 간디 같은 세계적 리더들의 ‘사유의 흔적’과 ‘태도’에 집중하며, 리더란 무엇으로 완성되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그 책을 읽고 느낀 건 ‘정치는 하루하루의 성실함이다’라는 점이었어요. 겉으로 보이는 명분보다 중요한 건 리더의 태도, 준비, 그리고 겸손이더라고요.”


책에 나오는 링컨의 메모 습관이나 간디의 침묵의 시간, 처칠의 유머와 자기 절제는 그에게 깊은 울림을 주었다. 배 의원은 특히 ‘정치인의 리더십은 말이 아니라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구절에 밑줄을 그었다고 한다.


“의회에서 발언을 할 때도, 주민들과 만날 때도, 항상 ‘나는 지금 어떤 태도로 사람을 대하고 있는가?’를 돌아보게 됐어요.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책임을 지는 태도는 훈련된 사람만이 갖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거인의 노트』를 주변 동료 의원들에게도 종종 권하며, “정치가 방향을 잃었을 때 다시 돌아볼 수 있는 나침반 같은 책”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배 의원이 감동을 받은 또 한 권의 책은 김이나 작사가의 『보통의 언어들』이다. 이 책은 화려한 수사보다 ‘위로의 언어’가 가지는 힘에 대해 말한다.


“정치인은 언어로 일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때때로 그 언어가 무기처럼 날카로워질 때가 있어요. 『보통의 언어들』은 그런 저에게 ‘말의 온도’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그는 책 속 “사람의 말에는 그 사람의 결이 묻어난다”는 구절을 인용하며, 정치인일수록 일상의 언어를 잘 다듬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말로 상처를 줄 수도,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언어’가 가진 힘은 결코 작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의회에서 논쟁이 오갈 때, 저는 김이나 작가가 말한 ‘말의 다정한 결’이 얼마나 중요한지 실감해요. 언성이 높아지는 순간에도, 사람을 존중하는 말투를 지키는 것. 그게 결국 정치의 품격 아닐까요?”


이 두 권의 책은 배두영 의원의 정치철학을 형성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고, 그의 말과 태도, 선택에 꾸준한 기준을 부여하고 있다. 정치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사람을 위한 언어와 태도가 반드시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그의 신념은 책장을 넘어 실천으로 이어지고 있다.


배두영 의원이 정치 활동에 영향을 받은 책들. 『거인의 노트』와 『보통의 언어들』


생활인구를 늘리는 ‘따뜻한 행정’


최근 배두영 위원장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키워드는 바로 ‘생활인구’다. 단순한 정주인구나 주민등록 숫자가 아닌, ‘실제로 지역에서 시간을 보내고 소비하고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수’를 늘리는 것이 지역의 지속가능성을 좌우한다고 본다.


연천은 군사도시이자 접경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청년층의 이탈, 인구 고령화, 주말 유입인구 감소 등 복합적인 인구 문제에 직면해 있다. 이에 대해 배 위원장은 “단순한 인구 수 복원이 아니라, 연천에서 살아도 좋고, 머물러도 좋은 이유를 만드는 것이 진짜 행정의 방향”이라고 강조한다.


배두영 의원이 주목하고 있는 사업들은 단순한 공간 조성이 아니라, 연천군에서 ‘살아도 좋고, 머물고 싶은 이유’를 만들어가는 데 목적이 있다. 


도시재생 플레이파크는 청년과 가족이 함께 어울려 여가를 즐기고 소통할 수 있는 열린 공간으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는 거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에듀헬스케어는 고령층과 청소년 모두를 아우르는 통합 돌봄과 교육 플랫폼으로, 지역 사회의 건강과 미래를 함께 돌보는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반려견 테마파크는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반려문화와 지역 경제를 연결하는 새로운 상징 공간이 될 수 있으며, 학교복합시설은 교육은 물론 주민 커뮤니티와 문화활동이 어우러지는 ‘일상 속 마을학교’로서 지역 공동체의 중심 축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연천군이 누군가에게 ‘제2의 삶의 무대’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자리만 가지고는 사람을 붙잡을 수 없어요. 결국은 삶의 질, 정서적 만족, 관계망이 있어야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는 ‘생활인구 확대’를 단지 행정 지표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곧 지역 공동체의 생존 전략이며, 더 따뜻하고, 더 품격 있는 행정의 본질이라고 여긴다. 군민의 삶을 단절된 개인이 아닌 ‘함께 사는 사람들’로 연결 짓는 일. 그것이 배두영 의원이 앞으로 풀고 싶은 가장 큰 정치적 숙제다.



“군민 곁에 있는 정치가 되고 싶습니다”


“제가 바라는 건 딱 하나예요. ‘아, 배두영 의원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정치하더라.’ 그런 말 들으면, 그걸로 충분합니다.”


인터뷰를 마치며 그가 다시 손에 든 건 연천군 예산안과 군민 민원 메모지였다. 겉으론 조용한 정치인이지만, 누구보다 ‘군민의 목소리’를 가까이 두는 사람. 말보단 실천을 중시하고, 갈등보단 조율을 선택하는 정치인. 배두영 의원의 의정철학은 오늘도 연천의 미래를 조금씩 바꿔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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