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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선택 6·3] ⑤ 시민의 눈으로 검증하라: 지금은 ‘공약’과 ‘행적’을 살필 때
  • 기사등록 2025-05-08 00: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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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대선을 앞두고 전국은 다시 정치의 계절에 들어섰다. 각 정당과 후보들은 저마다의 정책 구상을 내세우며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이제 눈에 띄는 포스터, 감정에 호소하는 연설, 감동을 자아내는 영상이 앞다투어 올라올 것이다. 하지만 화려한 말과 전략적 이미지에 마음이 움직이는 이때, 유권자는 냉정해져야 한다.


지금은 후보자의 ‘말’보다 그가 살아온 ‘길’을 살펴볼 때다. 아직 본격적인 토론 무대가 오르기 전, 우리는 공약의 실체와 후보의 행적을 차분히 검토해야 한다.



보여지는 이미지보다 쌓여온 기록을 보라


후보자들은 선거철이 되면 모두가 ‘국민의 친구’가 된다. 겸손하고 소탈한 태도, 대중과 눈을 맞추는 미소, 평소와는 다른 어휘와 손짓. 이는 유권자의 호감을 얻기 위한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정치는 하루의 이미지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정치는 누군가의 ‘말’보다 훨씬 깊은 ‘기록’ 위에 세워지는 것이다.


지금 유권자가 해야 할 일은, 그 후보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어떤 결정을 해왔는지, 사회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 어떤 입장을 견지해왔는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다.


공적인 위치에서 어떤 책임을 맡았고, 그 역할을 어떻게 수행했는지, 혹은 실질적 정책 성과가 있었는지를 기준 삼아야 한다.


정치인은 선거 직전의 ‘말’보다, 선거 이전의 ‘행동’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공약은 말이 아니라 설계다


선거철 공약은 달콤하다. 청년에게는 일자리, 부모에게는 돌봄, 노년층에게는 안정된 연금, 소상공인에게는 세금 감면을 약속한다. 하지만 공약이 ‘선물꾸러미’처럼 제시된다면 의심해봐야 한다.


정책은 ‘줄게요’로 끝나지 않는다. 반드시 “어떻게 줄 것인가”, “어디서 재원을 조달할 것인가”, “어떤 제도적 변화가 필요한가”라는 구체적인 설계도가 함께 따라야 한다.


예를 들어, “청년 주거 지원 확대”라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월세 지원인지, 공공임대 공급인지, 세제 감면인지 방식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전국 단위로 실행 가능한 구상인지가 포함되어야 한다.


공약은 ‘의지’가 아니라 ‘계획’이다. 그 계획의 수준이 정치인의 준비 정도를 말해준다.



말의 방향성과 실제 행동이 일치하는가


정치는 말로 시작하지만, 신뢰는 행동에서 완성된다. 아무리 훌륭한 공약과 비전을 제시해도, 그것이 과거의 행적과 어긋난다면 유권자는 신중해져야 한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않으면, 말은 결국 허상이 되고 만다.


물론 정치인의 입장은 시대와 환경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 문제는 그 변화가 깊은 숙고와 사회 변화에 따른 성찰의 결과인지, 아니면 단지 표를 얻기 위한 전술적 전환인지를 분별하는 일이다.


한때 강하게 반대하던 정책을, 선거철에 지지로 바꾸거나, 과거에 부패를 비난했던 정당에 입당해 출마하는 모습을 볼 때, 유권자는 그 사람이 바뀐 것인지, 아니면 포장만 바뀐 것인지 물어야 한다.


행동의 진정성은 위기의 순간, 불리한 상황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서 드러난다. 국민적 갈등 사안에서 침묵하거나, 자기 진영의 문제엔 눈감았던 정치인이라면, 그 말의 진심 또한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정치인의 말을 신뢰하려면, 그 말이 어디서 출발했고, 어떤 길 위에 놓여 있는지를 함께 보아야 한다.
그 사람이 말하는 방향이 과거의 선택과 연결되어 있는가, 그 언어에 누적된 ‘정치적 궤적’이 있는가가 핵심이다.


말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신념을 지키며 살아온 사람만이 말을 ‘증명’할 수 있다.
진짜 지도자는 필요에 따라 변신하는 사람이 아니라, 필요가 바뀌어도 핵심 가치를 지켜내는 사람이다.



발언의 뉘앙스, 침묵의 의미도 놓치지 말자


정치인의 언어는 단어 하나하나에 신호가 담겨 있다.


공식 석상에서 무심코 던진 한 마디가 그 사람의 인식 수준을 드러내고, 불편한 질문 앞에서 침묵하거나 회피하는 태도는 책임감의 부재를 보여준다.


중요한 사회 갈등이 벌어졌을 때 그는 어떤 입장을 취했는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질문에 그는 어떤 시선을 보였는가?


또한 ‘말하는 것’뿐 아니라 ‘말하지 않는 것’, 즉 침묵도 판단의 기준이 된다. 국민적 아픔이 있을 때 함께했는가, 정치적 책임이 필요한 순간 침묵하거나 회피하지 않았는가. 지도자의 자질은 위기 앞에서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지금은 시민이 언론이고, 시민이 검증자다


과거에는 언론이 후보를 대신 검증했다. 그러나 오늘날 정보는 넘쳐나고, 언론 보도는 진영에 따라 해석되며, SNS에서는 감정적 프레임이 난무한다.


결국 지금은 시민이 직접 자료를 보고, 확인하고, 비교하는 시대다.


중앙선관위의 정책 비교 사이트, 후보자 공식 홈페이지, 공약 요약 카드, 시민단체의 팩트체크, 과거 인터뷰 영상 등은 모두 유권자가 사용할 수 있는 검증 도구다.


이제 유권자는 수동적 시청자가 아니라, 능동적 선택자이자 시민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본격적인 후보자 토론이 시작되기 전, 지금은 말의 무게, 공약의 구조, 과거의 궤적을 돌아보는 시간이다.


정치는 이미지가 아니라 책임이며, 선택은 직관이 아니라 검토의 결과여야 한다.



정당의 ‘권력 사용 방식’도 유권자의 평가 대상이다


최근 정치권에서는 대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적용 대상을 축소하는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었다.


이 법안은 특정 후보자에게 불리할 수 있는 사법 절차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로 비칠 수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정치권은 늘 자신들의 입장에서 판단하고 움직인다. 그러나 유권자는 그와는 다르게, 전체 질서와 헌법 정신, 절차적 정당성이라는 기준에서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입법 권한이 많다고 해서, 그 힘을 자신을 보호하는 데 사용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것 또한 검증의 대상이 된다.


정치는 ‘합법성’만으로 정당화되지 않는다. 권력의 사용 방식, 절차에 대한 존중, 비판에 대한 수용 태도 역시 시민의 신뢰를 얻는 데 핵심적인 요건이다.


지금은 눈을 부릅뜨고 봐야 할 시간이다.
말의 무게, 공약의 구조, 발언의 품격, 침묵의 맥락, 그리고 무엇보다 그가 걸어온 길 전체와, 그가 속한 정당의 태도까지 보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이 나라의 미래를 결정하는 진짜 방식이다. 시민이 검증자일 때, 정치도 쉽게 거짓말하지 못한다. 그리고 권력도 쉽게 남용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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