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상봉 의장은 도민을 위한 민생중심 의정을 핵심 기조로 삼아 쉼 없이 걸어왔다. 어느덧 취임 1년 가까이 된 시점에서, 그는 여전히 ‘사람’과 ‘삶’을 중심에 둔 정치를 이야기한다. 한국의정신문은 이상봉 의장을 만나 의정철학과 그동안의 활동 성과, 그리고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눴다.
이상봉 의장은 임기 내내 민생경제 회복과 도민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해 왔다. 그는 “의회는 비판과 견제를 위한 곳이지만, 동시에 대안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의회는 도민의 삶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어야 합니다. 거창한 담론보다는 골목상권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 대규모 개발보다 아이의 통학로 안전에 먼저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는 정치를 ‘도민의 일상에 실질적으로 개입하는 공공 서비스’로 정의하며, “의회가 높아지면 도민의 목소리는 작아집니다. 그래서 항상 낮은 자세로, 가까운 거리에서 정치해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민생경제안정특별위원회’를 운영하고, ‘범도민 소비촉진협의체’를 구성하여 지역소비 활성화 운동과 정책 연계를 시도해 왔다.
“도민이 체감할 수 있어야 진짜 정치입니다. 표어가 아닌 변화, 말이 아닌 실천으로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청년 유출, 고령화, 저출생은 제주가 직면한 가장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위기다. 이상봉 의장은 “이 문제는 단순히 복지정책이나 일회성 지원으로는 풀 수 없습니다. 주거, 일자리, 교육, 돌봄, 문화생활까지 ‘삶의 전주기’를 다시 설계해야 합니다”라고 단언했다.
제주는 관광 중심 산업구조와 높은 생활물가, 낮은 임금 수준이라는 복합적 환경 속에서 특히 청년층의 외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이다. “제주의 청년들은 기회의 부족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때문에 떠납니다. 청년이 머무를 수 없는 도시는 지속 가능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청년 정책이 아니라, ‘청년이 살고 싶은 도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는 이를 위해 도의회 내 ‘저출생·고령화 특별위원회’를 중심으로 정책의 흐름을 바꾸고 있으며, 현재 주거 안정과 지역 기반 일자리 확대, 교육 기회 불균형 해소 등을 중심으로 한 입법과 예산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장기적 측면에서 ‘삶의 질 관점’이 반영된 인구 전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이를 낳고, 기르고, 노후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주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핵심입니다. 도민의 생애주기에 맞춘 통합적 정책 설계 없이는 인구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이 의장은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가장 먼저 직면하고 설계해야 한다”며, “의회가 실질적 변화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의회가 실질적 변화의 출발점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하는 이상봉 의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상봉 의장은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은 단순한 행정개편이 아닌, 진정한 자치와 분권의 회복을 위한 시대적 과제라고 강조한다. 그는 “제주는 현재까지 전국에서 유일하게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일행정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라며, “이는 행정 효율성보다 도민의 민주적 권리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본질적 가치를 훼손해온 구조적 한계”라고 지적한다.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공간을 넓히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의 구조에서는 읍·면·동 주민들이 행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하고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로가 지나치게 제한돼 있습니다.”
그는 지난 2년여간 제주형 기초자치단체 도입을 위한 공론화 절차, 연구용역, 모델 설계 등을 이끌며 제도 기반을 다져왔다. 그러나 중앙정치의 혼란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 등으로 인해 주민투표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나타냈다.
“주민의 의사를 직접 묻겠다는 도의회와 도의 뜻은 분명합니다.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있지만, 여기서 멈출 수는 없습니다. 도민과 함께 시작한 이 길을 도민의 손으로 완성해야 합니다.”
이 의장은 기초자치단체 도입이 단순한 조직의 신설이 아닌, 지역 주민의 실질적인 삶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구조적 전환임을 강조했다. “지역마다 필요한 정책은 다르고, 주민이 원하는 행정도 다릅니다. 생활정치와 행정이 더 가까워지려면 기초자치가 필수입니다. 예산, 인사, 복지사업 등이 지역 맞춤형으로 조정될 때 비로소 도민의 삶이 바뀔 수 있습니다.”
그는 향후에도 도민 의견을 수렴하며 도정과 협력해 법적·제도적 기반을 확립하고, 국회 및 중앙부처와의 협조 체계를 강화해 2026년 7월 도입 목표를 차질 없이 실현하겠다는 계획이다.
“제주는 제주답게 가야 합니다. 표준화된 모델이 아니라, 제주라는 공간과 정체성에 맞는 자치모델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것이 ‘제주형 자치’가 추구하는 방향이고, 우리가 반드시 실현해야 할 미래입니다.”
이상봉 의장이 제주 원도심 회복을 위해 현장 방문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이상봉 의장은 독서를 통해 정치의 방향성과 자세를 성찰해왔다. 그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은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다. 로마 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아우렐리우스는 권력의 정점에 있으면서도 스스로를 끊임없이 성찰했고, 내면의 평정과 윤리적 책임을 삶의 기준으로 삼았다.
“『명상록』은 혼란의 시대를 살아가는 지도자가 어떤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를 일깨워주는 책입니다. 유혹이나 분노, 자만심 같은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절제된 언어와 행동으로 자신을 다스려야 한다는 점이 깊이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정치란 결국 공공의 선을 위한 봉사여야 한다는 철학이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그는 『명상록』을 통해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절제, 책임, 인내, 그리고 침묵의 가치를 꼽는다. “말보다 행동이 앞서야 하고, 권위보다는 성찰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이 책은 제게 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정리해준 나침반 같은 책입니다.”
또 하나의 책,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의 『생명 가격표(The Price of Life)』는 그에게 정책결정자의 현실과 윤리 사이의 균형을 성찰하게 만든 책이다.
“이 책은 인간 생명을 수치화하고 통계화하는 시도에 대해 비판적으로 접근하지만, 동시에 공공 정책을 설계하는 사람이라면 피해갈 수 없는 질문을 던집니다. 제한된 예산과 자원 안에서 어느 정책이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가, 어떤 인프라 투자가 더 나은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대한 ‘냉정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그는 특히 이 책이 강조하는 ‘숫자 뒤에 숨은 인간의 고통과 존엄’을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우리는 때때로 통계 수치와 비용 효과성이라는 언어에 익숙해지지만, 그 숫자 뒤에 있는 실제 사람들의 삶과 감정을 놓치면 정치도 행정도 실패하는 겁니다. 그래서 정책은 냉철해야 하되, 결단은 따뜻해야 한다는 것이 제 신념입니다.”
이상봉 의장에게 독서는 단순한 취미나 여가가 아니라, 공공의 일을 결정할 때 자신을 되돌아보는 중요한 방법론이자 정신적 기준이다. 그는 “책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사람을 통해 정치의 답을 찾는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그는 정치인이라기보다, 시민을 위한 독서가이자 정책 설계자에 더 가깝다.
이상봉 의장의 인생책 『명상록』과 추천책 『생명 가격표(각자 다른 생명의 값과 불공정성에 대하여 )』
제2공항 추진을 둘러싼 찬반 갈등은 제주사회 내부의 복잡한 이해관계를 고스란히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이상봉 의장은 이 같은 갈등에 대해 “정치는 조정의 예술이자, 책임의 언어로 풀어가야 할 과제”라고 말한다.
“환경영향평가 권한이 제주도로 넘어온 지금, 의회는 이 사업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 도민 전체의 삶과 환경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투명하게 밝히는 책무가 있습니다. 갈등은 외면한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문제를 정면으로 들여다보고, 도민 누구도 소외되지 않도록 참여의 통로를 열어야 합니다.”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되는 ‘지역 챙기기’ 논란에 대해서도 그는 제주의 행정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기초자치단체가 없는 단일행정체제에서는 행정시 간 예산 균형을 도의회가 보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은 특정 지역을 위한 편애가 아니라, 제도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불가피한 정치적 조정입니다.”
향후 의정 활동 방향에 대해 이상봉 의장은 “정치는 결국 도민의 삶을 바꾸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책과 입법은 물론, 의회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개선에도 힘쓰겠다고 밝혔다.
“도민 중심의 의회,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의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회가 되겠습니다. 도민과의 소통을 강화하고, 삶의 곁에서 함께 숨 쉬는 정치를 실현해 가겠습니다.”
이상봉 의장의 말에는 단어마다 무게가 있었다. 짧은 유행어보다 긴 호흡의 신뢰를, 빠른 구호보다 꾸준한 현장행보를 택하는 그의 리더십은 조용하지만 단단하다. 제주정치의 구조적 전환이 요구되는 이 시점에, 그는 ‘정치의 본질은 결국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각인시킨다. 제주의 미래를 위한 여정, 그 한가운데에 이상봉 의장이 서 있다.
"도민 중심의 의회, 새로운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의회,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의회가 되겠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상봉 의장. 사진=제주특별자치도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