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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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군중과 권력은 사회를 움직이는 두 축이다. 군중이 없는 권력은 정당성을 잃고 유지되기 어렵고, 권력이 없는 군중은 조직된 힘을 갖지 못한 채 쉽게 와해된다. 프랑스 철학자 알렉시스 드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은 "군중과 권력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어,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역사 속에서 군중과 권력이 어떻게 형성되고 변화해왔는지를 설명하는 핵심 명제다.
군중은 권력을 창출하기도 하고, 권력에 의해 조종되기도 한다. 권력은 군중의 지지를 통해 정당성을 확보하지만, 군중의 민심이 변하면 권력의 기반은 쉽게 흔들린다. 따라서 이들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면 사회적 현상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 본 칼럼에서는 군중과 권력의 상호작용, 그 관계의 형성과 변화를 살펴보고, 이를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군중은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동일한 목표와 감정을 공유하며 집단적으로 행동할 때, 군중은 강력한 정치적, 사회적 힘을 형성한다. 역사적으로 군중은 기존 권력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권력을 창출하는 역할을 해왔다.
권력은 군중의 지지를 기반으로 형성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거는 군중이 권력을 부여하는 공식적인 방식이다. 지도자는 군중의 선택을 받아 권력을 획득하며, 군중이 등을 돌리면 권력은 유지될 수 없다. 역사적으로 혁명과 대중 운동이 새로운 권력을 탄생시키거나 기존 권력을 전복시키는 사례는 무수히 많다.
프랑스 혁명은 군중이 기존의 절대왕정을 무너뜨리고 공화정을 수립한 대표적인 사건이다. 루이 16세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군중의 분노와 저항 앞에서 처형당했다. 이는 군중이 권력의 정당성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군중은 기존 권력을 압박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 시민권 운동, 노동운동, 여성운동 등은 모두 군중이 조직적으로 움직여 권력의 방향을 바꾼 사례다. 대한민국의 촛불 혁명 또한 군중의 힘이 부패한 권력을 심판하고 새로운 정치적 변화를 만들어낸 대표적 사건이다.
군중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지만, 동시에 권력은 군중을 조작하여 자신의 기반을 강화하기도 한다. 권력자들은 대중의 감정을 이용하여 지지를 얻고, 미디어와 프로파간다를 활용해 여론을 형성하며, 군중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움직이도록 유도한다.
권력은 군중의 감정을 자극해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끈다. 정치 지도자들은 국민의 불안을 부추기거나 희망을 심어주면서 결속력을 다진다. 선거 기간 동안 감성적인 연설을 통해 대중의 감정을 자극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두려움과 분노는 군중을 조작하는 데 효과적인 감정이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독일 국민의 경제적 불안과 1차 세계대전 패배로 인한 좌절감을 이용해 군중을 선동했다. 그는 유대인을 희생양으로 삼아 대중의 분노를 한 방향으로 집중시키고, 이를 통해 독재 권력을 확립했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는 권력이 군중을 조종하는 중요한 도구다. 신문, 방송, 인터넷, SNS 등을 통해 정보를 통제하고 여론을 조작하면 군중의 생각과 행동을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다.
정부나 기업이 특정 미디어를 장악하면, 군중은 왜곡된 정보를 접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된다. 최근에는 SNS 알고리즘을 이용해 군중의 관심을 특정 이슈에 집중시키거나 반대 의견을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
군중이 권력을 창출할 수 있지만, 동시에 권력에 의해 조종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둘의 관계는 매우 복잡하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군중과 권력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핵심적인 과제가 된다.
군중이 권력의 조작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가 필수적이다.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다양한 시각에서 검토하고 사실을 확인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특히 선거와 같은 중요한 정치적 사건에서는 감정적인 반응보다 논리적인 판단이 요구된다. 감성적인 선동에 휩쓸리지 않고 정책과 비전을 비교하며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 군중의 힘을 올바르게 행사하는 길이다.
군중이 올바른 정보를 바탕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언론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나 특정 기업이 미디어를 장악할 경우 군중은 객관적인 정보를 접할 기회를 잃게 된다. 언론이 자유롭게 비판적 역할을 수행하고, 다양한 의견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군중이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그 권력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 선거를 통한 정치적 참여뿐만 아니라, 시민 단체, 공익 소송, 지역 사회 활동 등을 통해 권력이 남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군중과 권력은 서로에게 의존하는 관계이며, 어느 한쪽이 없으면 다른 한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 군중은 권력을 창출하고 변화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권력은 군중을 조작하고 이용할 수도 있다.
이러한 상호작용 속에서 중요한 것은 군중이 권력의 도구가 되지 않고,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다. 비판적 사고와 시민의식을 바탕으로 권력을 감시하고, 공정한 미디어 환경을 조성하며,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통해 권력과 군중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권력과 군중의 관계를 올바르게 이해하는 것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첫걸음이다. 깨어 있는 군중이 있을 때, 권력은 남용되지 않고 사회는 더욱 민주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