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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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인류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군중’은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때로는 혁신과 변화를 이끌며 사회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 되었고, 때로는 비이성적인 폭력과 선동의 도구로 작용하기도 했다. 특히 현대 사회에서는 군중의 개념이 더욱 복잡해졌다. 과거에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형성되던 군중이 이제는 온라인 공간에서도 쉽게 형성되며, 그 영향력은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군중이란 무엇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가? 이 글에서는 군중의 정의와 특성을 살펴보고, 군중이 사회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분석하며, 군중 속 개인이 가져야 할 태도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군중은 단순한 인간 집합체가 아니라 특정한 심리적 특성을 가진 집단이다. 프랑스의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The Crowd: A Study of the Popular Mind)*에서 군중이 모이면 개인의 이성적 판단력이 약해지고 감정이 쉽게 전염된다고 주장했다. 군중은 어떠한 방식으로 형성되는가?
첫째, 공통된 목적과 관심사가 군중 형성을 촉진한다. 예를 들어, 정치 집회, 스포츠 경기, 사회적 운동과 같은 상황에서는 동일한 목표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강한 결속력을 형성한다. 이들은 공통된 감정을 공유하며 집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둘째, 익명성이 강화되면서 개별적인 책임 의식이 약해진다. 군중 속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눈에 띄지 않는다고 느끼며, 평소 하지 못했던 행동도 쉽게 하게 된다. 이는 폭력적인 시위나 온라인에서의 악플, 가짜 뉴스 확산 등으로 나타날 수 있다.
셋째, 감정의 전염성과 모방 심리가 작용한다. 군중 속에서는 감정이 급격하게 퍼진다. 한 사람이 분노하면 그 감정이 주변으로 확산되고, 군중 전체가 같은 감정을 공유하게 된다. 이러한 심리는 인터넷과 SNS에서도 강하게 나타난다.
군중의 영향
군중은 단순히 부정적인 존재가 아니다. 역사적으로 군중은 사회 개혁을 이끌고, 문화와 예술을 발전시키며, 집단 지성을 발현하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해왔다.
첫째, 군중은 사회 개혁과 민주주의 발전을 이끈다. 대한민국의 6월 민주 항쟁(1987)과 촛불 혁명(2016)은 군중이 부당한 권력에 맞서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힘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군중은 억압된 사회에서 변화를 촉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둘째, 군중은 문화와 예술의 발전을 촉진한다. 특정 아티스트나 문화 콘텐츠를 지지하는 팬덤이 형성되면, 이는 새로운 창작물을 탄생시키는 원동력이 된다. 케이팝(K-pop) 팬덤과 같은 현상은 문화 산업의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셋째, 집단 지성이 형성될 수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나 협업 플랫폼을 통해 군중이 정보를 공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많다. 위키피디아(Wikipedia)나 오픈소스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젝트는 집단 지성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군중은 때때로 비이성적인 행동을 초래하며,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첫째, 군중은 비이성적 판단과 선동에 취약하다. 역사적으로 군중은 강력한 리더의 선동에 의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간 경우가 많았다. 나치 독일의 히틀러는 대중을 조작하여 전체주의를 강화했고, 이는 끔찍한 전쟁과 학살로 이어졌다.
둘째, 책임 회피와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 군중 속에서는 개별적인 책임감이 약해지고, 이에 따라 도덕적 해이가 발생하기 쉽다. 이는 폭력적인 시위나 혐오 표현의 확산, 온라인 공간에서의 집단 괴롭힘 등으로 나타난다.
셋째, 유언비어와 가짜 뉴스가 빠르게 확산된다. SNS 시대에는 잘못된 정보가 군중을 통해 급속도로 퍼질 위험이 크다.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감정을 자극하면 사람들은 쉽게 이를 믿고 공유하며, 이는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현대 사회에서 군중과 미디어의 관계
오늘날 군중의 형성과 행동 방식은 미디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특히 SNS와 인터넷은 군중의 형성을 더욱 빠르게 하고 있으며, 그 영향을 확대하고 있다.
첫째, 디지털 군중의 등장으로 군중 심리는 온라인에서도 강력하게 작용한다. 과거에는 물리적으로 모여야 군중이 형성되었지만, 이제는 SNS를 통해 수백만 명이 동시에 같은 이슈에 반응하고 행동을 촉진할 수 있다.
둘째, 바이럴 현상과 감정적 반응이 증폭된다. 유튜브, 트위터(현재 X),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특정 이슈가 급속도로 확산되면,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같은 의견을 공유하는 경향을 보인다.
셋째, 언론과 정치권에서 군중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증가하고 있다. 특정 정치 세력이나 기업이 여론을 조작하려는 시도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군중은 이러한 조작에 쉽게 휘둘릴 수 있다.
군중 속에서 개인은 자신의 이성을 유지하고 비판적인 태도를 가져야 한다.
첫째, 비판적 사고를 유지해야 한다. 정보가 유행할 때 무작정 동조하기보다 사실 여부를 검증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둘째, 도덕적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군중 속 익명성을 핑계로 무책임한 행동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셋째, 선동과 조작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 감정적인 메시지를 접했을 때 즉각적인 반응을 하기보다 신중하게 판단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군중은 인간 사회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현상이며, 긍정적인 역할과 부정적인 측면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군중이 사회 개혁과 문화 발전에 기여할 수도 있지만, 비이성적 행동과 선동으로 인해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현대 사회에서 군중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지고 있으며, 이를 현명하게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우리는 군중 속에서도 이성을 잃지 않고,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며, 책임감 있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군중의 힘이 올바르게 작용할 때, 우리는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