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SK하이닉스와 세븐일레븐이 협업해 'HBM 칩스'를 출시했다. 사진=SK하이닉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SK하이닉스가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HBM 칩스’를 출시한 사례가 단순한 이색 마케팅을 넘어 국가 반도체 전략·지역경제·도시산업 생태계 전반을 잇는 새로운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첨단 기술 기업의 브랜드 확장을 지역 기반 유통망과 결합한 시도는 지방정부가 추진하는 ‘산업 저변 확대’와도 맞물려 정책적 의미를 더한다.
SK하이닉스는 26일 편의점 세븐일레븐과 협업해 ‘허니 바나나맛 HBM 칩스’를 전국 매장에 출시했다. 반도체의 핵심 기술인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모티브로 한 제품을 일상 속 구매 가능한 편의점 유통망과 연결함으로써, 첨단 기술이 시민 생활권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구조를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1만 개가 넘는 편의점 네트워크는 지역 소비시장과 생활 플랫폼 기능을 동시에 갖고 있다. 첨단 산업의 기술·정책·브랜드가 이 플랫폼과 연결될 경우, 지역 기반 기술 인식 확산과 산업 친숙도 제고 효과는 매우 크다. 산업계에서도 “국가 핵심기술의 대중적 이해도 확산은 결국 반도체 공급망 안정과 인재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이번 협업은 SK하이닉스 브랜드전략 부서가 기획했지만, 산업정책 관점에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첫째, 반도체 산업 대중화를 통한 정책 수용성 강화다. 반도체는 국가 전략산업으로 분류되며, 지방정부도 관련 교육·혁신지구·인재양성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시민이 기술을 어렵게 느낄수록 정책 추진 과정에서 공감대 형성은 어려워지는데, 기업의 소통 방식 변화는 이러한 간극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둘째, 지역 유통·서비스 산업과 첨단 제조업 간의 새로운 협업 구조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반도체 기업이 시민 접점을 유통 채널과 연동한 것은 기존의 ‘산업 고립형 구조’를 벗어나 산업–유통–지역경제가 함께 움직이는 구조로 확장된 사례다.
셋째, 전국 단위 유통망과 첨단산업의 결합은 지방정부의 산업생태계 정책과도 연결 가능성이 높다. 향후 지자체의 반도체 진로교육, 산업 홍보, 청소년 체험 프로그램 등과 연계될 수 있어 정책적 활용성이 크다.
지방정부는 최근 지역균형발전 차원에서 첨단산업 기반 교육·인재 육성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브랜드 캠페인과 지역 생활권을 연결하는 모델은 정책적 연계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지방정부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가전략산업이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분야였다”며, “이처럼 생활권 플랫폼을 활용해 산업을 자연스럽게 접하도록 만드는 모델은 지자체의 기술교육·산업 인식 개선 정책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정책결정자는 “첨단산업은 기업만의 영역이 아니라 지역경제·교육·문화까지 확장되는 흐름으로 가야 한다”며 “기업의 대중 소통 방식이 변화할수록 지역과 산업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가 강화된다”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가 HBM 칩스를 출시한 것은 단순히 브랜드 친화성을 높이기 위한 캠페인을 넘어, 기술 산업의 사회적 기반을 확장하는 국가적 과제에 기여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시민의 기술 인식 제고 → 산업정책 수용성 확대 △지역 유통망 활용 → 지역경제 내 첨단산업 이해도 강화 △콘텐츠·캐릭터·체험 프로그램 연계 → 반도체 인재 저변 확대 △지자체 정책과 연동 가능 → 도시 단위 산업생태계 강화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HBM 제품을 의인화한 캐릭터를 공개하고, 굿즈·체험 콘텐츠 등 다양한 대중 프로그램을 확대해 브랜드 소통을 이어간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협업 사례는 첨단 기술 산업이 더 이상 특정 지역이나 전문가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시민과 연결되는 산업정책의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으로 평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