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라 기자
2일 열린 제40회 국무회의 모습. 사진=대통령실 제공
[한국의정신문 김미라 기자]
법무부는 9월 2일 열린 제40회 국무회의에서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를 대상으로 한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 강화를 골자로 하는 상법 개정안이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일반 주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기업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에서 재계와 자본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보유한 의결권을 특정 후보자에게 집중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주주도 이사 선임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8년 이를 도입했으나, 대다수 상장회사가 정관에 집중투표제 배제 규정을 두면서 사실상 활용되지 못했다.
개정 상법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의 경우 100분의 1 이상 지분을 가진 주주의 청구가 있으면 반드시 집중투표제를 실시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는 소수주주의 권리를 형해화시키던 구조적인 한계를 보완하고, 경영진 추천 후보 일변도였던 이사회 구성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법무부는 “집중투표제 의무화를 통해 일반주주가 직접 이사 선출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됨으로써 소수주주의 의사가 보다 확실히 반영될 것”이라며, “기업 경영 투명성과 장기적 기업가치 제고에도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개정안은 공포일 기준 1년 후 시행되며, 집중투표제 의무화는 법 시행 이후 처음 열리는 이사 선임 주주총회부터 적용된다. 이는 기업들이 제도 정착에 필요한 준비 기간을 갖도록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상법 개정안에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규정 강화도 포함됐다. 현행 상법에서는 감사위원회 위원 중 최소 1인은 다른 이사들과 별도로 주주총회에서 선출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개정으로 그 수가 2명으로 확대되며, 정관에 따라 3명 이상으로 정할 수도 있게 됐다.
이는 감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되는 경우가 많고,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하더라도 사실상 경영진과 독립적인 견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사회적 비판에 따른 후속조치다. 실제로 최근 여러 기업에서 이사의 자기감사 문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부족 등 내부통제 실패 사례가 드러나면서 제도 개선 요구가 확산됐다.
법무부 관계자는 “분리선출 감사위원 확대는 기업 내부의 감시와 견제 장치를 강화하자는 사회적 요청을 반영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높이고 기업지배구조 개혁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개정 상법 역시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조항에 대해 1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이는 해당 기업들이 제도를 도입하고 감사위원 선출 절차를 새로 마련할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 시간을 주려는 취지다.
이번 상법 개정은 결국 일반주주가 보다 적극적으로 이사회 구성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을 제도화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주주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더 깊숙이 참여하게 되면, 기업의 장기적 성장 전략 또한 독단적 경영진이 아니라 주주와 시장의 목소리에 의해 조율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집중투표제 확대는 소수주주 보호 장치로 작동함으로써 기업지배구조 선진화의 핵심 기반이 될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조항 강화 역시 경영진의 독주를 견제하고, 이사회의 독립성을 확보하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자리 잡을 전망이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으로 인해 “일반주주의 이익이 보다 직접적으로 반영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적 감시가 가능해져 국내 기업의 신뢰도와 투명성이 높아질 것”이라며, 향후 공포와 시행 과정에서 기업과 시장의 혼란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을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지려면 제도적 장치뿐 아니라 기업 문화의 변화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집중투표제가 법적으로 의무화된다 하더라도, 소수주주가 이를 적극 활용하도록 하기 위한 환경 조성, 주주 교육과 홍보 강화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또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제도적 요건만으로 충족되기는 어렵기 때문에, 감사위원들의 전문성과 윤리성,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 보장이 실제로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이번 상법 개정은 공포 후 1년 뒤 시행되며, 기업들은 그 기간 동안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따른 주총 운영 방식 변경, 감사위원 분리선출 절차 신설 등 다양한 제도적 준비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상장기업들의 정관 개정과 주총 운영 방식 전반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재계 일각에서는 상법 개정이 기업 경영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그러나 법무부는 “기업의 부담보다는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와 건전한 기업문화 정착이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이 공포·시행되면 한국 기업지배구조의 또 다른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소수주주의 목소리가 경영에 반영되고, 감사위원회의 독립적 역할이 강화되는 변화가 실제 기업 현장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