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라 기자
박인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본관 브리핑룸에서 '2026년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한국의정신문 김미라 기자]
이재명 정부가 내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역대 최대 규모로 편성하며 무너진 연구생태계를 복원하고, 기술주도 성장을 통한 국가 도약을 본격 추진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2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2026년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내년도 정부 R&D 예산은 전년 대비 19.3% 늘어난 35조 3000억 원으로 확정됐다. 이는 국민주권 정부 출범 이후 첫 번째 R&D 예산안이자 역대 최대 규모다.
이번 예산안은 ‘기술주도 성장’과 ‘모두의 성장’이라는 양대 축을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수립됐다. 정부는 첨단기술 확보와 산업경쟁력 강화는 물론, 연구생태계의 회복과 안정성 확보를 병행해 과학기술 혁신을 국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먼저 정부는 AI, 에너지, 첨단산업, 국방과학기술, 중소벤처 혁신 등 5대 분야에 집중 투자한다.
AI 분야에는 무려 106.1% 증가한 2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범용인공지능(AGI), 경량·저전력 AI 등 차세대 기술을 집중 지원하고, GPU 공동 활용 체계와 AI 반도체 국산화를 통해 글로벌 경쟁에서 ‘독자적 AI’ 역량을 확보한다. 더불어 행정·보건·국방 등 공공영역까지 AI를 확산시켜 ‘AI 기본사회’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에너지 전환 분야에는 2조 6000억 원을 배정해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대동맥’을 구축한다. 초고효율 태양전지, 대형 풍력 시스템 등 핵심 기술의 국산화와 실증을 강화하고, AI 기반 에너지 관리시스템(EMS), 장주기 에너지 저장장치(ESS), 소형모듈원자로(SMR) 등도 집중 지원한다.
특히 정부는 초격차 전략기술 확보를 위해 8조 5000억 원을 투입한다. 양자컴퓨팅, 합성생물학 등 원천기술은 물론, AI 반도체·양자 내성암호 같은 공급망 필수 기술 내재화에 나선다. 자율주행,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상용화 임박 기술은 실증 지원을 통해 빠른 경제성과 창출을 유도한다.
국방과학기술에도 3조 9000억 원을 투입해 K-9 자주포, 천궁 등 무기체계 성능을 고도화하고, KF-21 차세대 전투기와 첨단 항공엔진 연구도 강화한다. AI·양자기술을 접목한 국방혁신을 통해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방위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중소벤처 혁신에는 3조 4000억 원이 배정됐다. 민간투자 연계형 R&D와 경쟁보육형 R&D를 확대해 역량 있는 기업 중심으로 체계적 지원을 강화하고, 대학·출연연 기술을 사업화로 연결하는 지원도 확대한다.
정부는 연구 생태계의 완전한 회복을 목표로 기초연구, 인재육성, 출연연 개혁, 지역 R&D, 재난안전 대응 등 포용적 투자를 강화한다.
기초과학 생태계에는 3조 4000억 원을 투입해 개인기초 연구과제를 1만 5311개까지 확대하고, 폐지됐던 기본연구를 복원한다. 과제별 연구기간을 연장해 연구자들이 단기 성과 경쟁에서 벗어나 창의적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제도도 개선한다.
인재육성 분야에는 1조 3000억 원이 투입된다. 최고급 이공계 인재를 위한 맞춤형 지원, 해외 우수인재 유치 프로젝트(BTK), 석·박사급 연구자의 성장 지원이 핵심이다. 글로벌 수준의 연봉과 안정적 연구비를 보장해 해외인재가 국내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유도한다.
출연기관 혁신에도 4조 원이 배정된다. PBS 제도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고, 정부 수탁과제 종료분을 기관 출연금으로 전환해 연구자들이 인건비 걱정 없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적 개편이 추진된다.
지역균형 R&D에는 1조 1000억 원이 투입된다. 권역별 예산 배분을 통해 지역 스스로 연구를 기획·운영하도록 하고, 대형 연구시설과 장비를 지역에 구축해 자생적 연구역량을 강화한다.
재난안전 분야에는 2조 4000억 원이 투자된다. AI·드론 기반 감시·예방부터 복구까지 전 주기에 걸쳐 대응체계를 강화하며, 복합재난에 대응할 다부처 협력사업도 적극 추진한다.
배경훈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R&D 예산안은 단순한 회복을 넘어 연구생태계의 완전 복원과 ‘진짜 성장’ 실현을 위한 파격적 투자”라며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R&D 투자시스템을 확립해 지속 가능한 혁신 성장을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첫 R&D 예산안은 단순한 숫자 확대가 아니라, 연구현장과 산업계, 지역과 인재 모두를 아우르는 대전환의 의미를 담고 있다. AI와 에너지, 첨단산업에서 국방과 지역경제, 재난안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투자는 대한민국의 기술주권 확보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향한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 13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반도체공동연구소에서 열린 'R&D 생태계 혁신을 위한 연구현장 간담회' 에서 연구자들과 '연구개발 생태계 혁신방안' 관련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과기정통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