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라 기자
서울 도봉구청 자운봉홀에서 열린 ‘환경공무관 근골격계 웨어러블 시연회’에서 환경공무관들이 업체 관계자의 도움을 받아 착용형 보행보조 로봇을 직접 착용해보고 있다. 도봉구는 환경공무관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웨어러블 로봇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사진=도봉구청
[한국의정신문 김미라 기자]
서울 도봉구(구청장 오언석)가 환경공무관들의 근로 환경 개선과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입는 로봇(웨어러블 로봇)’을 도입한다. 구는 지난 8월 8일 도봉구청 자운봉홀에서 국내 4개 로봇 전문업체가 참여한 가운데 ‘입는 로봇 시연회’를 개최하며 본격적인 도입 절차에 나섰다.
이번 시연회는 지난 5월 열린 1차 시연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마련된 자리다. 1차 시연회에서는 웨어러블 로봇의 현장 적용 가능성과 도입 타당성에 대한 기초 검증이 이뤄졌고, 이번 2차 시연회에서는 구체적인 제품 비교와 평가를 통해 실제 도입할 장비를 선정하기 위한 심화 검증 과정이 진행됐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두 개 이상의 로봇 업체가 동시에 참여해 자사의 웨어러블 로봇을 시연한 것은 이번이 업계 최초 사례로, 지방자치단체가 적극적으로 최신 로봇 기술을 행정 현장에 접목하려는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시연회에서는 보행 보조형 로봇, 허리 보호형 근력 보조 로봇 등 다양한 기기들이 선보였다. 환경공무관들은 직접 장비를 착용한 뒤,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는 작업이나 반복적인 계단 오르내리기 등 현장에서 자주 접하는 상황을 체험하며 로봇의 실용성과 편의성을 직접 검증했다. 현장에 참여한 한 환경공무관은 “작업 중 허리에 무리가 많이 가는데 로봇을 착용하니 힘이 분산돼 부담이 확실히 줄었다”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제조업체 관계자에 따르면 ‘입는 로봇’은 사용자의 근력을 보조하거나 강화해주는 장치로, 무거운 물건을 반복적으로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허리 부상을 예방하고, 하체 근육에 집중되는 피로를 덜어주는 효과가 있다. 특히 환경공무관들의 경우 하루에도 수십 차례 무거운 폐기물을 수거하고 옮기는 작업을 반복하기 때문에 근골격계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 웨어러블 로봇의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현실적인 한계도 있다. 웨어러블 로봇은 대당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고가 장비여서 당장 모든 인력에게 보급하기에는 예산 부담이 크다. 도봉구는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난 제1회 추가경정예산에서 약 1,600만 원을 확보해 올해 안에 일부 장비를 우선 도입하기로 했다. 이후 단계적으로 예산을 추가 확보해 보급을 확대해나간다는 방침이다.
오언석 도봉구청장은 “환경공무관을 비롯한 현장 근로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이는 일은 단순한 편의 차원을 넘어 안전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이번 시연회를 통해 장비의 실효성과 필요성을 꼼꼼히 점검한 뒤 합리적인 범위에서 점진적으로 도입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도봉구의 이번 결정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첨단 기술을 현장 노동환경에 접목해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선도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환경공무관은 주민 생활과 밀접한 폐기물 수거, 청소 등 현장에서 가장 많은 육체적 부담을 안고 있는 직종 중 하나로, 이들의 안전을 위한 투자야말로 지속 가능한 행정 운영의 필수 요소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으로 도봉구가 단계적으로 웨어러블 로봇 보급을 확대해 나가면 환경공무관의 산업재해율을 낮추고 근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더 나아가 다른 자치구로도 모범 사례가 확산돼 전국적으로 현장 근로자를 보호하는 ‘스마트 안전 행정’이 자리 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