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유빈아카이브' 운영자 압수수색 모습. 사진=문화체육관광부 제공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국내 최대 규모의 학습 교재 불법 공유 텔레그램 채널 ‘유빈아카이브’를 전격 폐쇄하고, 핵심 운영자를 검거했다. 문체부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저작권 침해를 넘어 청소년의 저작권 의식 저하와 교육 생태계 훼손을 야기하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하고, 공범 수사와 후속 대응에 나섰다.
문체부에 따르면, ‘유빈아카이브’는 2023년 7월부터 수능 준비생을 비롯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대형 학원 및 교육업체의 고가 유료 교재, 동영상 강의, 모의고사 자료, 로스쿨 교재 등 1만 6,000여 건의 학습자료를 불법 복제·유포해 왔다. 채널 참여자는 약 33만 명에 달해, 피해 규모와 파급력이 국내 최대 수준으로 평가된다.
운영자는 불법 행위의 위법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음에도, 익명 인터뷰 등을 통해 “교육 불평등 해소를 위한 의로운 행위”라는 이미지를 내세웠다. 그러나 수사 결과, 그는 별도의 유료 공유방(소위 ‘소수방’)을 운영하며 상당한 수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교육 취약계층을 돕는다는 명분과 달리, 영리 목적이 분명한 행위로 확인됐다.
‘유빈아카이브’ 운영진은 단속을 피하기 위해 익명을 철저히 유지하며 점조직 형태로 활동했다. 시즌 1·2·3으로 방을 나누어 운영했고, 수시로 운영진을 모집하는 등 조직적인 시스템을 갖췄다. 이러한 치밀한 운영 방식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어렵게 했다.
문체부 저작권범죄과학수사대는 디지털 포렌식과 다양한 수사기법을 동원해 핵심 운영자를 특정했다. 이어 자택 등 주요 거점에 대한 동시 압수수색을 실시, 범행 전모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정향미 저작권국장은 “이번 검거는 익명성이 보장되는 텔레그램 범죄의 실체를 끝까지 추적한 결과”라며 “창작자 권익을 침해하는 범죄에 대한 정부의 단호한 의지를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문체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청소년들의 저작권 인식 개선을 위한 조치에도 나섰다. 불법 공유방의 주요 이용층이 청소년이라는 점에서, 단순 유포자에 대해서는 가담 정도를 고려해 경고 문구를 게시하는 등 교육적 계도 조치를 시행했다. 반면, ‘유빈아카이브’ 제보방에 직접 자료를 업로드한 이용자나 핵심 공범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사교육 업계는 이번 사건으로 인한 피해를 공식적으로 호소하며, 문체부에 엄정 대응을 요청했다. 불법 복제·공유로 인해 학원과 출판사의 매출 감소는 물론, 합법적 교육 콘텐츠 제작 의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는 고액의 강의 제작비와 인쇄비를 투입하고도 자료가 불법 유통되면서 사업 지속이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단순한 저작권 침해 사건을 넘어, 교육 콘텐츠 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직결된 문제라고 지적한다. 특히 디지털 시대의 교육시장은 콘텐츠 제작자, 출판사, 학원 등 다양한 주체의 창작 활동에 기반하는 만큼, 불법 유통 근절 없이는 건전한 교육 생태계 유지가 불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정향미 국장은 “온라인 공간에서의 저작권 침해는 창작자들의 노력과 시간을 무너뜨리는 범죄”라며 “문체부는 텔레그램과 같은 익명 채널을 악용한 불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하고, 위법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창작자들이 안심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제도와 수사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문체부는 이번 사건 이후에도 유사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 관계 부처, 수사기관, 저작권 단체 등과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온라인 저작권 침해 감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저작권 교육 프로그램을 보완·확대해, 불법 콘텐츠 이용의 심각성과 합법적 이용 방법을 알리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번 ‘유빈아카이브’ 폐쇄와 운영자 검거는 온라인 학습자료 불법 유통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법 집행과 인식 개선을 병행하는 정부의 전략이 교육 콘텐츠 시장의 신뢰 회복과 창작 의욕 제고로 이어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