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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김현주의 교육ON] 학교 밖에서 배우는 AI – 마을과 도서관의 역할 - 마을교육공동체, 도서관, 비형식 교육기관의 AI 교육 참여 전략과 사례
  • 기사등록 2025-08-05 13:4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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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을 넘어 도서관, 마을 배움터, 지역문화기관과 같은 학교 밖 학습 생태계가 AI교육의 새로운 장이 되어야 한다. 이미지=미리캔버스제작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AI가 우리의 삶 깊숙이 스며든 지금, 학생들에게 필요한 교육은 단지 기술 사용법을 익히는 차원을 넘어선다. 생성형 AI가 숙제의 도구가 되고, 추천 알고리즘이 정보 습득의 방향을 좌우하며, AI 챗봇이 친구처럼 일상에 자리 잡은 현실에서, 학생은 AI와 함께 살아갈 시민으로서의 태도와 윤리적 감각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교육을 모두 학교 교실 안에서 감당하기란 어렵다. 정해진 시간표, 한정된 인프라, 교사의 역량 격차 등 현실적 제약 속에서 AI 리터러시와 윤리, 데이터 편향 인식, 책임 있는 기술 활용 태도를 깊이 있게 다루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무엇보다 AI는 교과서 속 이론이 아니라, 학생들이 지금 이 순간 겪고 있는 실제의 문제이자 경험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교육의 경계를 넓혀야 한다. 교실을 넘어 도서관, 마을 배움터, 지역문화기관과 같은 학교 밖 학습 생태계가 AI교육의 새로운 장이 되어야 한다. 일상 속에서 부모와, 또래와, 마을 어른들과 함께 경험하고 성찰하는 과정이 곧 AI 시대를 살아갈 힘이 되기 때문이다. 기술 중심에서 사람 중심으로, 단편적 지식에서 공동체적 성찰이 깃든 학습으로의 전환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학교 밖 교육기관의 참여는 단순한 보완이 아니라, AI교육의 질적 전환을 위한 핵심 전략이 된다. 특히 도서관과 마을교육공동체, 청소년문화센터 등은 비형식 학습의 거점이자, 삶의 문제와 연결된 학습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학생들이 일상 속에서 AI 기술을 이해하고, 체험하며,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살아 있는 교육장’이 되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살펴볼 것은, 이러한 학교 밖 AI교육 생태계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지, 어떤 가능성을 품고 있는지, 또 어떤 한계와 과제를 안고 있는지다. 실제 지역 사례들을 통해, 교육의 외연을 넓히는 실천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짚어보며, 앞으로의 정책적 방향도 함께 모색해 보고자 한다.



마을교육공동체가 펼치는 AI교육 실천


순수한 마을교육공동체 차원에서 지역주민과 비영리 단체, 마을센터가 주체가 되어 기획하고 운영한 AI교육 사례는 그 의미가 크다. 인위적이거나 중앙집중적이지 않은, 마을이 직접 선도한 실천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1. 전북 완주 ‘마을학교 AI 로봇교실’ (2024년 2월 완주군 주관)
완주군 미래행복센터와 지역 마을학교 협력으로 운영된 ‘로봇코딩(SW·AI) 체험교육’은 전북 완주군 소재 완주미디어센터에서 4일간 8시간 과정으로 진행되었다. 초등 고학년 학생 20명을 대상으로 로봇 조립과 AI 기반 행동 프로그래밍, 간단한 생성형 AI 실험을 병행하는 구성으로, 마을이 직접 교육기획에서 참여함으로써 학교 외 학습 기회를 제공했다.


참가 학생들은 이 활동을 통해 AI를 단순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문제 해결형 창작 활동으로 경험했다. 마을 주민 자원 봉사자, 코딩 강사, 학부모가 함께 운영진으로 참여하며 실질적 마을기반 배움터 모델을 구현했다.


2. 경기도 성남 ‘마을형 AI 배움터’ 연속 워크숍 (2024년 상반기)
성남시 수정도서관이 주관한 ‘디지털배움터’ 시리즈에는 AI·VR·드론·코딩 체험 부스가 포함되었고, 이는 시민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한 공개형 행사였다. 특히 ‘AI 활용 체험’ 부스에서는 키오스크 조작, 챗봇 인터랙션, 메타버스 체험 등을 경험하면서 AI의 윤리적 측면까지 함께 읽어내는 교육적 장이 구성되었다.


이 과정은 마을센터(도서관), 시민학습기관, 지역 강사가 중심이 되어 기획되었으며, 참가자는 학생 중심의 AI 리터러시뿐 아니라 학부모 및 일반 시민의 이해도 함께 높이는 복합적 배움터 역할을 수행했다. 즉, 마을단위 학습공동체가 AI교육의 기획과 운영 주체로서 활약한 대표 사례이다.


완주의 마을학교와 성남의 디지털배움터 모두, 학교 밖에서 마을이 직접 교육 거점을 만들어낸 사례로, 마을 주도의 비형식 교육 플랫폼이 AI 리터러시를 지역사회 단위로 확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학교 밖에서 함께 배우는 AI – 교육청과 지역의 협력 실천


AI 교육이 단지 학교 안에 머물지 않고 지역 전체의 배움의 장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사실은 여러 교육청과 지역 공동체의 협력 사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광주광역시교육청은 2024년 ‘AI·SW 체험마당’을 열어 학생들이 실제 AI 기술을 체험하고, 그 사회적 맥락까지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드론 군무와 로봇 체험, 음성과 영상 기반 AI 기술 실습을 통해 아이들은 기술의 표면적 사용법을 넘어, AI의 윤리적 기준, 안전 문제, 인간의 개입 여부 등을 고민하는 비판적 관점을 익힐 수 있었다.


부산광역시교육청 역시 같은 해에 열린 ‘AI KOREA 2024 교육관’에서 지역 학교들과 함께 총 26개교가 참여하는 초·중·고 연합 AI 체험 부스를 운영했다. 이곳에서는 단순 관람이 아닌, 학생 주도 AI 수업 결과물 발표, 교육용 메타버스 활용 체험, 학부모 대상 AI 콘텐츠 제작 워크숍 등이 이루어졌다. 특히 교사, 학부모, 시민이 함께하는 구조는 학교 밖에서 AI를 '가르치고, 만들고, 함께 배우는' 새로운 방식의 실천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시도들은 학교와 교육청, 지역 사회가 연합하여 ‘비형식 학습의 플랫폼’으로서 지역사회를 전면에 세운 모델이다. 교실 밖에서 기술을 직접 만들고 다루며, 시민과 함께 나누는 과정을 통해 학생들은 기술 사용자에서 나아가 디지털 시대의 공동체적 학습자, 창작자, 책임 있는 시민으로 자라난다.


이처럼 교육청과 학교가 협력해 마을공동체와 연결되는 구조는, 단발성 체험을 넘어서 교과 중심의 AI 교육을 마을과 사회로 확장하는 하이브리드 교육생태계의 기반이 된다. 그리고 이는 곧 다음 단계의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제 우리는 교사가 중심이 아닌 ‘배움의 플랫폼’으로서 도서관과 마을이 어떻게 기능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도서관·공공기관의 AI교육 역할


국립중앙도서관은 2025년 6월부터 “AI 이해와 활용” 연수 과정을 정규 신설하며, 전국 사서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나섰다. 해당 연수에서는 데이터 수집·분석·시각화 등 실습 중심 교육을 통해, 사서들이 도서관 현장에서 AI 기반 정보 서비스를 직접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하도록 구성됐다. 이는 단지 기술 활용을 넘어, 도서관이 지역사회에서 AI 리터러시 확산의 중심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발걸음이다.


또한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을 포함한 여러 시도 도서관에서는 2024~2025년 동안 AI 기반 창작 워크숍, AI 챗봇 체험, AI 그림책 제작 프로젝트 등 프로그램을 활발히 운영했다. 예컨대, 청소년이 직접 AI 스토리 생성 툴을 활용해 그림책을 제작하고, 이를 함께 읽으며 생성형 AI의 편향과 윤리적 측면을 유의해 이야기 나누는 활동이 진행되었다.


이러한 교육은 도서관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창의성과 윤리의 통로로서 기술을 해석하고 재구성하는 장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학생은 기술 체험뿐 아니라, 자신의 창작물에 AI를 적용하고 그 결과에 대해 협의하며, AI와 인간의 역할을 함께 질문하게 된다.


더 나아가 연세대학교 등 대학도서관들도 2025년 워크숍을 통해 ‘AI 시대 도서관 서비스 발전 방향’을 주제로 세미나와 실무자 연수를 실시했다. 이 자리에서는 도서관 직원들이 AI 기반 검색시스템, 챗봇 서비스 운영, 데이터 기반 컬렉션 관리 모델 등을 직접 설계하고 공유하였다. 이는 곧 학교 밖 교육자가 기술을 이해하고 활용하려는 실천적 역량을 확장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사례들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도서관과 공공문화기관은 단순한 지식 전달 공간을 넘어, AI 리터러시와 윤리 문해력을 함께 길러내는 복합적 배움터로서의 역할을 확고히 하고 있다. 교실 밖에서 학생들이 AI 기술을 실제로 경험하고, 그것이 왜 작동하는지, 누구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한지를 직접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하며, 형식·비형식 학습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


이제는 도서관이 더 이상 조용한 책의 공간이 아니라, AI 시대의 비판적 사고와 공동체적 성찰을 만드는 장소로 자연스럽게 재정의되고 있다.



 협력 구조가 만드는 지속 가능한 AI 리터러시 생태계


AI 교육은 더 이상 특정 기관의 전유물이 아니다. 기술의 파급력이 전방위로 확장되는 시대에, 학교와 마을, 공공 도서관, 지자체, 민간 전문가 집단이 서로의 강점을 연결하여 지속 가능한 AI 리터러시 생태계를 구축하는 일이 중요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등장하는 마을 기반 AI 교육 사례들은, 교육청 주도의 형식을 넘어 마을 단체가 주체가 되고, 지역 주민이 교육의 실행자로 참여하는 다중 협력 구조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협력은 일회성 체험이 아니라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학습하고 성장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AI 리터러시의 정의 자체를 기술 이해를 넘는 시민성과 공동체 감수성의 확장으로 재정의하게 한다.


학교는 교육과정의 기반을 제공하고, 마을은 실천의 장을 제공하며, 도서관과 같은 공공기관은 정보 접근성과 자료 기반의 학습 공간을 마련한다. 여기에 민간 전문가나 기업, 대학이 연결되면 기술적 깊이와 지속 가능성이 더해진다. 이처럼 각각의 주체가 자기 역할을 인식하고 느슨하지만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형성할 때, 단순한 프로젝트를 넘어선 공교육을 품은 마을 기반의 리터러시 생태계가 가능해진다.


결국 지속 가능한 AI 리터러시란, 단지 ‘기술을 아는 사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술과 사회를 함께 읽고 행동할 수 있는 시민’을 길러내는 구조를 말한다. 그리고 그러한 구조는, 학교의 교실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끊김 없이 이어지는 공동체 중심의 협력적 실천으로부터 시작된다.



 향후 정책과 실행의 방향


지속가능한 AI 리터러시 교육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을 넘어, 정책적 설계와 실행 전략 모두에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지금의 흐름을 다음 단계로 연결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실행 방법이 요구된다. 


첫째, 거버넌스 기반의 협력 체계 구축이 중요하다. 현재 학교-지자체-마을 간의 AI 교육 협력은 주로 개별 교사의 의지나 마을기관의 자발성에 의존하고 있어 지속성과 확장성이 떨어진다. 이에 따라 교육청과 기초지자체, 그리고 지역 마을교육기관이 함께 참여하는 정례 협의체를 공식화하고, 예산과 프로그램 기획을 공동으로 설계·운영할 수 있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제도화된 협력은 단발성 행사를 넘어 지역별 AI 교육의 질적 균형을 가능하게 만든다.


둘째, 비형식 교육 현장을 위한 AI 콘텐츠 개발과 보급이 절실하다. 현재 도서관이나 마을센터에서는 AI 윤리, 알고리즘 이해, 데이터 리터러시 등을 다룬 콘텐츠가 부족한 상황이다. 공공 목적에 적합하면서도 놀이형, 체험형으로 설계된 콘텐츠를 표준화하고, 이를 비형식 교육 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 콘텐츠의 질과 접근성은 AI 리터러시의 대중적 확산을 좌우할 열쇠다.


셋째, 교사와 마을 문화강사 간의 공동 역량 강화를 위한 연수 체계가 필요하다. AI 교육은 교과 지식만으로 감당할 수 없는 특성을 지니기에, 기술 이해와 교육적 감수성을 함께 지닌 다양한 인력이 협업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사와 마을 강사가 함께 연수에 참여하고, AI 수업을 공동 설계·운영하는 ‘융합형 AI 교육 연수’ 모델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는 학교 교육의 외연을 넓히는 동시에 마을교육의 신뢰도와 전문성을 높이는 기회가 된다.


넷째, 학부모를 AI 윤리 교육의 주요 참여 주체로 설정해야 한다. 가정은 아이들이 AI와 처음 만나는 공간이며, AI 기기를 사용하는 일상은 부모와 자녀가 함께 만들어가는 경험이기도 하다. 따라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AI 시민성 워크숍’, 그리고 가정 속에서 아이와 함께 AI 윤리 대화를 유도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 이는 학교-가정-마을의 AI 교육 연대를 완성하는 마지막 고리이기도 하다.


이러한 제언들이 실행에 옮겨질 때, AI 교육은 더 이상 교실에만 머무르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가 함께 만드는 살아있는 교육 생태계로 진화할 것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기술의 원리를 넘어 사람과 사회를 이해하는 리터러시 역량이 놓이게 된다.


제언 핵심내용
거버넌스 기반 협력 체계 구축교육청-지자체-마을기관 간 정례 협의체 설치 및 예산·프로그램 공유
비형식 AI교육 콘텐츠 제작 지원도서관·마을센터 전용 AI 윤리, 편향, 데이터 경험형 워크숍 콘텐츠 표준화
교사-문화강사 공동역량 강화학교 교원과 마을․도서관 강사가 함께 참여하는 ‘융합형 AI 교육 연수’ 확대
학부모 참여 프로그램 설계학부모 대상 AI 시민성 워크숍 운영, 가정 속 AI윤리 대화 촉진 프로그램 구축



배움을 학교 밖으로 확장할 때 AI교육의 미래가 가능해진다


AI 시대의 문해력은 단순히 기술을 해석하는 능력이 아니라, 기술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과 인간적 가치를 함께 읽어내는 힘이다. 아이들은 단순히 코딩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토론하며 사회와 연결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이때 진정한 배움은 교과서 속 정답을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문제에 대해 함께 탐색하는 공동체적 학습의 경험에서 비롯된다.


그런 의미에서 AI 리터러시 교육은 더 이상 교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에 갇혀 있을 수 없다. 도서관의 독서 토론, 마을의 메이커스페이스, 비형식 기관의 프로젝트 수업은 기술 중심 교육을 넘어 인간 중심 교육을 실천하는 중요한 거점이 된다. 배움의 공간이 확장될 때, 아이들의 시야도 사회 전체를 품게 되며, 그 속에서 AI를 도구가 아닌 존재로 대하는 윤리적 감수성이 형성된다.


결국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신기술 도입이 아니라, 관계와 참여, 공동체적 실천이 중심이 되는 학습 생태계의 전환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그 전환의 물결은 학교 밖, 바로 우리의 마을과 도서관, 지역사회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만들어 가는 이 작은 실천들이, 미래세대가 기술을 넘어 더 나은 인간성과 사회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 토대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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