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AI시대, 김현주의 교육ON] AI 시대의 교사연수,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 교육의 미래를 여는 교사 역량 강화 연수 체계의 방향성
  • 기사등록 2025-07-29 16:15:56
기사수정



AI 시대의 교사연수, 무엇을 가르쳐야 하나. 이미지=미리캔버스제작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기술이 앞서는 시대, 교사는 준비되어 있는가

AI 기술은 더 이상 교실 밖의 이야기가 아니다. 디지털 교과서, 생성형 AI, 학습 분석 도구 등이 실시간으로 교실 현장에 도입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이미 일상 속에서 ChatGPT와 같은 인공지능을 학습 파트너로 삼고 있다. 변화의 속도는 교사의 예측을 넘어설 정도로 빠르며, 이제 교육은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느냐를 넘어, 기술과 더불어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재설정할 것인가의 문제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지금의 교사 연수는 이 거대한 흐름을 감당하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대부분의 연수는 여전히 코딩 실습이나 생성형 AI 툴의 단편적인 사용법을 소개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교사에게 ‘기술 사용자’의 역할만을 요구할 뿐, 기술을 통해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새롭게 해석하고 실천할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지 못한다.


AI 시대의 교사는 단순히 디지털 기기를 다루는 기술자가 아니라, 변화된 사회를 이해하고 인간 중심의 교육을 설계하는 교육철학자이자 실천가가 되어야 한다.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갈 학생들에게 인간다운 판단, 윤리적 사고, 공동체적 상상력을 키워주는 것이야말로 교사의 본령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교사 연수는 단순한 기능 습득이 아닌, 교육관과 인간관, 기술관에 대한 근본적 질문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교사는 기술을 사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기술의 의미를 교육 언어로 번역하고, 그것을 학생에게 비판적으로 안내할 수 있는 존재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교사 연수 체계는 단순한 내용 개편이 아니라, 철학과 방향성을 재설정하는 전면적인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기술 중심의 훈련이 아니라 ‘교육적 통찰’과 ‘철학적 실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새로운 연수 패러다임이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AI 시대, 교사가 다시 교사다워지는 첫 걸음이다.



AI 시대, 교사의 역량은 어떻게 정의되고 길러져야 하는가


기술 습득을 넘어선 ‘교육적 전환’ 중심의 연수 설계

오늘날 교사 연수는 단순히 생성형 AI나 디지털 툴의 기능을 익히는 수준을 넘어서야 한다. 기술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이 ‘교육과 학습의 본질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가’를 성찰하고 대응하는 것이다.


AI가 교육 현장에 미치는 영향은 단순한 도구 사용에 그치지 않는다. 예컨대 챗GPT를 활용한 글쓰기 지도, 학습 분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맞춤형 피드백 시스템 등은 교사의 수업 설계와 학습자 이해 방식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따라서 연수는 기술의 기능적 숙달이 아닌, 기술이 촉발하는 교육적 전환의 본질을 다룰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연수 내용은 AI 리터러시(기술에 대한 비판적 이해와 활용 능력), 데이터 윤리(개인정보 보호와 공정성 문제), 알고리즘 편향(의사결정 자동화의 위험성) 등 실제 교실에서 교사가 직면할 수 있는 문제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야 한다. 기술이 중립적이지 않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교사가 기술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교육적 가치를 기준으로 선별하고 조율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또한, 연수 설계의 초점은 ‘학생의 성장’을 중심에 두는 재해석 능력에 맞춰져야 한다. 예를 들어 AI 도구가 제공하는 학습 분석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학생의 성취 동기나 학습 태도와 연결지어 지도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실제적 교육 사례를 중심으로 연수가 운영될 필요가 있다. 이는 교사가 단순히 기술 사용자(user)를 넘어, 기술을 교육적으로 의미화하는 ‘전문적 설계자(designer)’로 거듭나도록 돕는 연수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AI 시대의 연수는 ‘기술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라 ‘교육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어야 한다. 기술 습득이 아닌 교육적 전환, 기능 중심이 아닌 철학 중심, 따라가는 연수가 아닌 주도적인 교육 재구성의 발판이 될 수 있도록 기획되어야 한다. 교사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실천하며, 기술을 교육의 본질과 연결짓는 사고의 틀을 마련하는 것—바로 그것이 진정한 AI 시대의 교사 연수의 출발점이다.


교육부 정책 방향과의 간극

2024년 교육부는 「AI 기반 미래교육 실행계획」을 통해 전국 시도교육청에 AI 교육 역량 강화를 권고하며, AI 리터러시 중심의 교사 연수 확대, 지역 거점 중심 연수 체계 마련, AI 관련 교과융합형 연수 개발 등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교원 AI 역량 강화’를 위해 매년 10만 명 이상의 교사를 대상으로 연수를 실시하고, AI 교원학습공동체를 활성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이러한 정책이 교사의 수요와 충분히 정합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연수의 다수가 여전히 AI 도구 사용법이나 기술 활용 방법에 초점을 맞춘 단기 강좌로 편성되어 있어, AI 교육의 본질적 의미를 성찰하거나 교육철학과 수업 설계 차원에서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기회는 부족하다.


또한 교사들의 실제 고민은 ‘어떻게 AI를 쓸 것인가’보다, ‘왜 이 기술을 수업에 활용해야 하는가’, ‘학생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교육적 판단에 있다. 하지만 지금의 연수는 기술의 활용법은 제공해도, 교육적 의사결정을 위한 철학적 근거와 사례 분석, 비판적 성찰의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 연수 설계가 중앙 일변도이거나 공급자 중심으로 기획되면서, 지역이나 학교의 맥락을 고려한 맞춤형 연수 기획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현장의 목소리다. 예컨대 중산간 소규모 학교, 특수학교, 대안학교 등에서는 AI 활용의 방식과 접근성이 다를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준화된 연수 안에서 충분한 대안적 접근이 논의되지 않고 있다.


이러한 간극은 연수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교사의 사고와 실천을 변화시키는 ‘전문성 전환의 매개’로 기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정책 설계의 관점 전환이 시급함을 시사한다. 교육부는 앞으로도 AI 교육 정책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이지만, 그 과정에서 연수 정책 역시 기술 역량 중심을 넘어서 교육과정 재구성과 수업 설계 능력, 윤리적 판단력까지 아우르는 다층적 접근으로 진화해야 할 것이다.


시도교육청별 AI 연수 체계의 현주소와 격차

서울시교육청은 비교적 빠르게 디지털 전환에 대응하며, ‘AI 선도교원 양성과정’, ‘미래형 디지털 리터러시 연수’, ‘디지털 수업전환 실천교사 공동체’ 등 다층적 프로그램을 통해 AI 관련 교사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단순한 도구 사용을 넘어서 교육과정 재구성, 프로젝트 기반 수업, AI 윤리 교육까지 설계할 수 있도록 연수 내용을 확장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반면 일부 중소규모 지역의 시도교육청에서는 자체 연수 개발 인프라나 예산,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인해 외부 민간 기관 위탁 연수나 일회성 강의 중심의 연수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로 인해 연수의 질, 내용의 일관성, 후속 지원체계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특히 지역 간 교사들의 디지털 자신감과 교육 실행 능력에서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예컨대, 수도권 일부 지역은 학교 단위의 AI 교육 시범 운영이나 교원연수와 수업실행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반면, 비수도권 지역은 연수 이수 이후 교사 개인의 실천에 맡겨지는 경우가 많아 현장 적용과 확산이 제한적이다. 또한 일부 교육청은 연수 후 교사 커뮤니티나 피드백 시스템이 미흡하여 지속 가능한 전문성 향상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연수 체계의 편차는 단지 지역적 차이를 넘어서,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교육 내용과 학습 기회의 불균형으로 직결된다. 따라서 AI 교사 역량 강화 연수는 단순히 시도교육청 자율에 맡길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거버넌스를 통한 표준화된 연수 품질 보장과 지역 맞춤형 자율성 보장이라는 ‘투 트랙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정부는 최소한의 공통 교육 목표, 윤리 기준, 실천 사례 등을 포함하는 AI 교사 역량 프레임워크를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각 시도교육청이 지역 특성과 수요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설계·운영할 수 있도록 재정 지원과 인력 파견, 전문가 풀 공유 등의 협력 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교사 중심 연수 생태계’ 구축의 필요성

AI 시대의 교사 연수는 더 이상 ‘지식을 전달받는 수동적 수강자’ 모델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사는 변화의 대상이 아니라, 변화의 주체이며, 교육 혁신의 실행자이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은 연수 체계에서도 분명히 반영되어야 한다. 교사 스스로 학습 주체가 되어 문제를 탐색하고, 수업 현장에 적용하며, 그 결과를 동료와 공유하고 성찰하는 ‘실천 기반의 전문성’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강의 중심의 일회성 연수보다는 교사 주도형 학습공동체 기반 연수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실제로 경기도교육청의 ‘AI교사 동아리 지원 사업’은 지역 내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주제를 정하고 프로젝트 기반으로 연구·수업을 실행하며, 그 성과를 학습 커뮤니티에 확산하는 구조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의 ‘미래교육 실천연구회’ 역시 교사 자율성과 전문성을 결합한 대표적 사례로, 단순 연수 이수를 넘어 연구자-실천가-협업자로서 교사의 역할을 확장시키고 있다.


이처럼 교사 중심의 연수는 단순히 ‘지식 수용’이 아닌, 현장 기반의 탐구, 동료 협업, 수업 실행, 성찰과 재설계가 선순환을 이루는 구조로 구성되어야 한다. 특히 AI와 같은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기반 교육에서는 외부 전문가나 일방적 콘텐츠보다, 현장의 맥락을 아는 교사들 간의 실천 중심 학습 네트워크가 더욱 효과적이다.


중앙정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러한 교사 중심 연수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자율 연수 시간 인정, 연구활동에 대한 행정 지원, 공유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지역 간 협업 기회 확대 등을 통해 ‘현장 속에서 배우고 나누는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AI 시대의 교사 연수는 지식 전달의 무대를 넘어, 교사 개개인의 창의적 실험과 집단지성이 살아 숨 쉬는 생태계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이 생태계의 핵심은 결국 ‘교사가 중심이 되는 변화’에 있다.



교사는 기술보다 먼저 미래를 가르친다


AI 시대의 교사는 더 이상 단순한 지식 전달자가 아니다. 복잡한 기술의 흐름 속에서도 인간의 가치, 교육의 본질, 학습자의 존엄을 지켜내는 존재이며, 교실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윤리적 판단과 공동체적 사고를 일깨우는 ‘교육 설계자’이자 ‘미래 안내자’이다. 따라서 교사 연수는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보다 ‘어떻게 변화할 것인가’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로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AI 기술이 교육 현장을 장악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이 아니라, 교사가 기술을 이해하고, 해석하며, 그것을 교육의 언어로 다시 쓰도록 돕는 것이다. 교사는 교육 기술의 수동적 사용자여선 안 된다. 기술을 ‘가르침’의 언어로 번역해낼 수 있는 능동적 주체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그리고 각 학교 현장이 서로 고립된 섬이 아닌,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가 되어야 한다. 단편적이고 단기적인 연수가 아닌, 교사의 삶과 철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총체적이고 지속가능한 연수 체계가 필요하다.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결국, 변화는 기술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변화는 사람에서 시작되고, 그 사람이 진심으로 준비될 때 비로소 지속가능한 혁신이 가능해진다. 누군가는 교사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말하지만, 미래를 가르치는 교사는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더 중요한 존재가 된다.


AI 시대, 진정한 미래교육은 기술이 아닌 사람의 신념에서 탄생한다.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학생보다 먼저 변화를 받아들이고, 누구보다 느리게 한 사람 한 사람을 기다려주는 교사가 있다. 미래는 결국 교사와 함께 만들어진다.

0
기사수정
  • 기사등록 2025-07-29 16:15:56
영상뉴스더보기
확대이미지 영역
  •  기사 이미지 청년내일저축계좌, 놓치면 손해!
  •  기사 이미지 정치 집회 속에서 휘둘리지 않는 법!
  •  기사 이미지 [김을호의 의정포커스] 정치 불신, 왜 심각해 졌을까?
최신뉴스더보기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