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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서 시작되는 내일] 주민이 만드는 진짜 변화, 동작구 '마을발전소' - 정부 지원 없이 운영되는 자생형 협동조합, 지역문제 해법의 새 모델 제시하다
  • 기사등록 2025-07-23 17:40:35
  • 기사수정 2025-07-23 18: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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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간판도, 대규모 예산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고 닫는 이곳에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는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사진=마을발전소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작은 공간. 화려한 간판도, 대규모 예산도 없이 조용히 문을 열고 닫는 이곳에서 놀라운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마을발전소 사회적협동조합’. 이 협동조합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금 없이도 십시일반 모은 주민 기부와 재활용 장난감 판매 수익으로만 운영되며, 지역 내 교육, 복지, 일자리, 문화, 돌봄 등 삶의 전반을 아우르는 공동체 활동을 실천해오고 있다.


마을발전소는 2015년 마을 주민들의 자발적인 네트워크에서 시작되었으며, 2019년 정식으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법인화되었다. 주민 스스로가 자신의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취지로 시작된 이 공동체는 고령화, 산업 쇠퇴, 주거 환경 악화 등 동작구가 안고 있는 문제들을 직접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동작구는 서울 평균에 비해 어린이 비율이 1.7배 이상 높고, 고령층 비율도 높은 편이라 세대 맞춤형 서비스가 절실히 요구되는 지역이다.


마을발전소는 다양한 분야에서 창의적이고 실질적인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장난감 병원’에서는 고장 난 장난감을 어르신들이 직접 고쳐 아이들에게 되돌려주는 활동이 이어진다. 단순한 재활용을 넘어,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보람을, 아이들에게는 물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이 활동은 세대 간의 간극을 좁히고 공동체적 신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마을의 어르신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장난감을 고치고 있다. 이렇게 고쳐진 장난감은 다시 세상에서 본연의 역할을 하게 된다. 작지만 소중한 이런 일이 어르신들에게는 삶의 보람을, 아이들에게는 물건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면서 공동체적 신뢰를 형성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사진=마을발전소

이 밖에도 ‘뚝뚝도서관’은 집에 잠들어 있는 책을 온라인으로 공유하고 이웃 간에 빌려 읽는 커뮤니티형 도서관이다. ‘동작마을학교’에서는 주민이 직접 배운 것을 이웃에게 다시 가르치는 구조를 통해 학습과 나눔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으며, ‘두런두런 골목길 해설사’ 프로그램은 지역 내 역사와 문화 자원을 주민의 목소리로 소개하는 활동이다.


이처럼 다양한 활동은 모두 지역 주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진다. 정기적인 공유장터, 반려동물 운동회, 마을신문 발행 등 지역문화를 풍요롭게 만드는 사업들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으며, 이 모든 과정은 정부 보조금 없이 오직 주민의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마을발전소의 활동은 단순한 복지나 문화 프로그램을 넘어, 주민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며, 이를 통해 공동체의 역량을 키워가는 ‘자력갱생’의 대표적 모델로 꼽힌다. 주민참여형 기획, 재능 나눔, 공유경제, 세대 간 협업 등 다양한 요소가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지속 가능한 마을 생태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러한 마을발전소의 의미 있는 성장을 곁에서 함께해온 이가 있다. 바로 동작구의회 김영림 의원이다. 김 의원은 구의회 입성 전부터 마을발전소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왔다. 특히 장난감 병원 활동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고, 마을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는 등 지역 주민으로서 진정성 있는 활동을 이어왔다.


김 의원은 "주민이 직접 만들어가는 변화는 작지만 단단합니다. 행정은 이런 자생적 활동을 방해하지 않고 오히려 뒷받침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라며, 앞으로도 구의회 차원에서 공간, 인력, 홍보 등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마을발전소는 지난해 4월, 복지전문 민간단체 ‘해피기버’, 그리고 동작구청과 3자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며 본격적인 민관협력 기반 복지 실험에 나섰다. 당시 협약은 단순한 물품 지원이나 행정 연계에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자발성과 민간의 실행력, 공공의 행정지원이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모델을 목표로 삼았다.


1년이 지난 지금, 이 협약은 단순한 선언이 아닌 실제 변화의 동력이 되고 있다.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맞춤형 지원 체계는 점차 자리를 잡았고, 장난감 병원 운영도 활성화되며 지역 내 세대 간 교류와 자원 순환의 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원봉사 시스템에 주민 참여의 폭이 넓어졌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점은, 이 협약이 주민 중심의 자생적 복지공동체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데 있다. ‘도와주는 복지’가 아니라 ‘함께 만드는 복지’라는 관점에서, 동작구의 민·관·민 협력 모델은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


마을발전소에 찾아오는 어린이들에게 인형극으로 환경보호와 공유경제를 알려주고 있다. 지역 어르신들은 인형극을 하면서 보람과 긍지를 느끼고 인형극을 보는 어린이들은 즐거움 속에 학습을 하고 있다. 사진=마을발전소

한편, 마을발전소의 이러한 노력은 서울시가 채택한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중에서도 특히 11번 목표인 ‘지속가능한 도시와 주거지(Sustainable Cities and Communities)’의 실현과 깊이 맞닿아 있다. 이 목표는 단순히 도시 환경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서, 모든 시민이 안전하고 포용적인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도시 설계와 운영을 지향한다.


이처럼 마을발전소는 ‘복지’와 ‘지속가능성’, ‘참여’와 ‘자립’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동작구를 보다 건강하고 회복력 있는 지역 공동체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이는 궁극적으로, 서울 전역에 적용 가능한 생활밀착형 SDGs 모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실험이기도 하다.


물리적 자원이 부족한 만큼, 마을발전소는 주민의 재능과 시간, 나눔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운영되지만, 마을발전소의 활동은 결코 작지 않다. 주민의 삶을 변화시키고, 아이들에게는 더 나은 미래를, 어르신들에게는 다시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이들의 노력은 하나의 조합을 넘어선 지역 민주주의의 실험장이자 희망의 거점이다.


지역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 그리고 지역을 살리는 가장 강력한 힘은,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변화다. 동작구 마을발전소가 보여주는 이 '작은 기적'이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이미지제공=마을발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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