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에서 진행되는 공연예술 축제 포스터 모음. 사진=서울시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무더운 여름, 예술로 도심을 적신다. 2025년 여름방학을 맞아 7월 21일부터 8월 30일까지 한 달여간, 세종문화회관과 꿈의숲아트센터, 서울광장, 광화문광장에서 연령과 세대, 장르를 초월하는 공연예술 축제가 펼쳐진다. '도심 속 예술 피서'를 슬로건으로 내건 이번 여름시즌은 클래식·전통·무용·랩·코미디 등 다양한 공연과 전시, 토크, 체험으로 구성돼 시민들에게 쉼과 감동, 창의적 영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서울시예술단의 대표 레퍼토리와 함께 여름의 정서를 녹여낸 공연들이 시민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서울시국악관현악단은 광복 80주년을 기념해 시대별 아리랑의 흐름을 국악 실내악으로 조명하는 <소리섬: 시대와 함께한 아리랑>(7.25/세종 체임버홀)을 선보인다. 일제강점기부터 현재까지, 우리 민족의 정서를 따라가는 이 공연은 역사적 울림과 현대적 감각을 조화롭게 담아낸다.
클래식 입문자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해설형 공연 <8월 누구나 클래식: 김정현의 해설 클래식-라흐마니노프와 피아노>(8.27/세종 대극장)는 국민 피아니스트 신창용과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가 함께하며, 아나운서 김정현이 직접 해설을 맡는다. 피아노 협주곡 제2번 등 러시아 낭만주의의 정수가 펼쳐지며, ‘관람료 선택제’와 ‘행복동행석’ 제도를 통해 문화 접근성을 높인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여름 가족음악회>(8.29/세종 대극장)는 세대를 아우르는 레퍼토리로 가족 간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한다. 매년 여름 시즌을 대표해온 이 합창공연은 아이와 부모가 함께 무대의 감동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전통과 현대, 음악과 무용, 스토리와 기술이 교차하는 실험무대 <싱크 넥스트 25>는 세종문화회관의 대표 창작 시리즈로, 7월부터 9월까지 총 11편의 프로그램 중 여름방학 시즌에 6편이 집중 상영된다.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동시대 예술이 지닌 새로운 감각을 관객과 나누는 시도가 이어진다.
<문 속의 문>(7.31~8.2)은 SF 단편소설을 모티프로 한 1인극으로, 배우 김호영과 백은혜가 더블 캐스팅되어 현실과 상상의 경계, 인간 내면의 욕망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솔방울과 비트>(8.8~9)는 래퍼 제이통이 이끄는 랩·록·DJ 퍼포먼스가 결합된 음악 실험극으로, 도시와 자연,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새로운 음악적 서사를 무대화한다.
<우리 OO-LI>(8.14~16)는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인의 무용수가 출연해 ‘우리(us)’와 ‘우리(cage)’의 이중적 의미를 주제로 개인성과 공동체, 감정과 신체의 교차를 동시대적 감각으로 풀어낸다.
<문상훈과 빠더너스>(8.22~24)는 유튜브 콘텐츠의 유머와 라이브 공연의 리듬감을 결합한 신개념 무대로, ‘공연으로 확장된 스케치 코미디’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다.
이들 공연이 펼쳐지는 세종S씨어터 앞 야외에는 <우물(Wells)>이라는 문화 라운지가 함께 운영된다. 전통주 칵테일을 즐기며 예술가와의 대화, 북토크, 언더그라운드 예술 강연 등 다채로운 체험 콘텐츠를 만날 수 있어, 공연의 여운을 일상 속 감각적 경험으로 확장시키는 복합 예술 공간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무용단의 대표작 <일무>(8.21~24/세종 대극장)는 종묘제례악을 모티프로 한 정제된 한국무용의 정수를 보여준다. 뉴욕 링컨센터 전석 매진을 기록한 이 작품은 절제된 몸짓과 현대적 조명, 영상이 어우러져 동시대 관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친환경 브랜드 ‘희녹’과의 협업으로 관람환경까지 고려한 특별 캠페인도 함께 진행된다.
서울시발레단은 더블 빌 <유회웅×한스 판 마넨>(8.22~27/세종 M씨어터)으로 컨템퍼러리 발레의 현재를 조명한다. 국내 안무가 유회웅의 ‘노 모어(No More)’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상주 안무가 한스 판 마넨의 대표작 ‘5탱고스(5 Tangos)’가 나란히 무대에 오른다. 특히 세계적 무용수 최영규의 한국 무대 데뷔가 포함되어 기대를 모은다.
세종문화회관의 예술은 실내를 넘어 야외로 확장된다. 서울광장에서 펼쳐지는 <8.15 Seoul, My Soul>(8.16)은 광복의 역사와 감동을 뮤지컬 음악으로 전하는 야외 갈라콘서트이며, 광화문광장에서는 <세종썸머페스티벌>(8.28~31)이 댄스와 음악, 시민 참여로 가득 찬 여름밤 축제를 선사한다.
북서울 꿈의숲아트센터는 온 가족이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감성 공연 시리즈를 마련했다. <브레멘 음악대>(7.26~27)는 그림형제 동화를 바탕으로 한 유쾌한 참여형 뮤지컬이고, <흥부전과 별주부전>(8.2)은 국악 라이브 연주와 현대 영상이 어우러진 이야기 음악회다. 전통악기와 타악, 기타가 어우러진 무대는 어린이와 부모 모두에게 의미 있는 감동을 선사한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번 여름 시즌은 장르를 넘어선 감각의 여름방학”이라며 “시민 모두가 예술의 관람자에서 체험자, 참여자로 확장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서울시와 세종문화회관이 함께 준비한 이번 여름 예술 축제는 도심을 떠나지 않고도 일상 속에서 예술을 만나는 피서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양한 감각을 자극하는 이 무대들은 단순한 ‘관람’의 범주를 넘어, 시민이 ‘예술의 일부’가 되는 계절로 서울의 여름을 채워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