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윤리, 아이들이 먼저 배워야 할 것. 이미지=미리캔버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인공지능(AI)이 일상 속으로 깊숙이 스며든 지금, 우리는 ‘기계의 똑똑함’을 넘어, “이 도구를 어떤 마음과 책임으로 사용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을 교육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특히 청소년 세대는 이미 생성형 AI를 음악 작곡, 글쓰기, 번역에 활용하며 성장하고 있지만, 정작 “AI가 잘못된 정보를 줄 때,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제대로 배워본 기억이 드물다. 최근 민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의 70% 가까이가 생성형 AI를 경험했지만, 그 절반 이상은 윤리·편향 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실은 매우 중대한 문제다. AI는 중립적이지 않다. AI는 인간이 만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고, 그 과정에서 사회적 편향이 그대로 반영된다. 예를 들어 성별·지역·인종에 따라 차별적인 결과를 내거나, 일부 집단을 과소대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단순한 오류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부정의를 재생산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술을 가르치기 전에, AI를 비판적으로 보고, 책임 있게 받아들이는 능력을 먼저 길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 AI 윤리 교육은 ‘민주시민 교육’과 일맥상통해야 한다. AI 윤리 교육은 곧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공정, 존중, 책임—를 가르치는 일이며, 그 시작은 학교 수업에서부터다.
① 공정성을 묻는 수업으로 시작하라
AI 윤리 교육의 출발점은 단순한 기능 이해가 아니라, “이 AI는 누구를 위해 설계되었고, 누구에게 불리하게 작동하는가?”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데 있다. 이는 기술이 결코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첫걸음이다. 예를 들어 AI가 추천한 학과 진로 리스트를 학생들에게 제시한 후, “왜 이런 추천이 나왔을까?”, “이 추천이 나에게 어떤 기준으로 맞춤화된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져보게 한다.
그 다음으로는 추천 알고리즘의 데이터 기반을 분석한다. “이 데이터는 어떤 시기, 어떤 지역, 어떤 집단의 정보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나?”, “통계에서 소외된 소수 집단은 충분히 반영되었는가?”, “AI가 특정 성별이나 지역, 사회계층에 유리한 방향으로 결정을 유도하고 있지는 않은가?”와 같은 질문을 던짐으로써, 학생들은 알고리즘 뒤에 숨겨진 사회문화적 전제와 편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이러한 활동은 단순히 기술적 오류를 발견하는 차원을 넘어서, AI를 사회 구조와 불평등의 거울로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공정성 수업은 결국 “기술이 나에게 어떤 기준으로 작동하고, 그 기준이 타인에게는 어떻게 다르게 작동할 수 있는가?”를 성찰하게 하는 과정이다. 이는 ‘시민으로서의 문해력’을 확장하는 데 핵심적인 요소다.
또한, 학생 스스로가 ‘공정한 데이터셋’을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젝트형 수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 예컨대, 같은 주제에 대해 남학생과 여학생, 대도시 학생과 농촌 지역 학생의 경험을 비교해 설문 데이터를 수집하고, 그 차이가 알고리즘 추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실험해보는 활동은 공정성의 개념을 실천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이처럼 AI의 공정성 문제를 가르친다는 것은 단순히 윤리적 지식의 주입이 아니라, 디지털 시대를 살아갈 비판적 시민으로서의 성찰과 참여 능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이는 기술을 이해하고 사용하는 것을 넘어, 기술을 함께 재설계해가는 능동적 학습자이자 시민을 길러내는 교육의 본질에 가깝다.
② 책임 있는 사용 태도를 가르쳐야 한다
AI는 빠르고 편리한 도구지만, 그 결과는 항상 정답이 아니며 종종 오류나 편향을 포함한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AI를 사용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단순한 기능 숙지가 아니라, 도구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과 태도를 기르는 교육이다.
예를 들어, AI 번역기나 글쓰기 도구를 사용할 때, 단순히 결과물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내용을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교차 확인하는 과정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 수업에서는 학생이 AI 번역 결과를 직접 검토하고, 원문과 비교해 오역이나 어색한 표현을 찾아내어 스스로 수정하게 하는 활동이 효과적이다. 이러한 과정은 ‘AI가 알려주는 대로’가 아니라, ‘AI의 제안을 나의 판단으로 수용·조정하는 태도’를 길러준다.
또한, AI가 제시한 정보를 그대로 베끼거나 인용할 경우, 출처 명시 및 수정 여부에 대한 기준을 함께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디지털 시대의 책임 있는 정보 활용 능력, 즉 디지털 시민성의 핵심 역량으로 이어진다.
더 나아가, 학생이 직접 ‘AI 사용 선언문’을 작성해보는 수업도 가능하다. 예컨대 “나는 이 과제에서 어떤 AI 도구를 사용했고, 이 결과물을 어떻게 점검하고 편집했는가”를 기술하게 함으로써, AI 사용의 전 과정에 대한 메타인지와 책임 인식을 강화할 수 있다.
결국, 책임 있는 AI 사용 태도란 단순히 '사용법'을 아는 것이 아니라, 그 도구의 한계를 이해하고, 그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오류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최종 판단과 책임을 자신이 짊어진다는 시민적 자각을 의미한다. 이러한 학습 경험이 쌓일 때, 학생은 AI를 맹신하지 않고, 주체적이고 비판적인 사용자로 성장하게 된다.
③ 편향성을 체감하게 만드는 활동
AI는 데이터를 통해 학습하며, 그 데이터가 불완전하거나 편향돼 있을 경우, AI 역시 왜곡된 판단을 내릴 수 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라, 사회적 편견과 구조적 불평등을 비가시적으로 재생산하는 메커니즘이기도 하다.
학생들에게 이러한 AI의 한계를 추상적인 개념으로만 전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다. 편향의 실체를 스스로 체감하고, 비판적 사고를 작동시킬 수 있는 활동 설계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AI 챗봇에게 “적합한 직업 추천”을 요청했을 때, 남학생에게는 ‘공학자’, 여학생에게는 ‘간호사’나 ‘유아교사’를 제시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때 학생들은 결과가 왜 그렇게 나왔는지 탐색하며, “입력 데이터가 어떤 사회적 고정관념을 내포하고 있었는가”, “AI는 가치중립적인가”라는 질문으로 토론을 이어갈 수 있다.
또한 ‘편향 탐지 미션’ 활동을 도입할 수 있다. 실제로 뉴스 헤드라인, 이미지 생성, 문장 자동완성 등 다양한 AI 결과물 중 의도치 않은 성별·인종·직업 편향 사례를 찾고 이를 발표하게 한다. 이러한 탐색은 AI 윤리를 교과서 지식이 아닌 생활 속에서 감각적으로 체화하는 경험으로 연결시킨다.
더 나아가,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해 “다른 방식의 질문을 던졌다면 결과는 어떻게 달라졌을까?”를 실험하며, 질문 설계 자체에도 편향이 스며들 수 있음을 인식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는 단지 AI의 결과만이 아니라, 사용자 자신도 편향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성찰하게 만든다.
이러한 교육을 통해 학생은 AI를 단순히 '똑똑한 기술'이 아닌, 사회적 맥락 속에서 작동하는 도구로 인식하게 된다. AI가 보여주는 결과 이면에 있는 데이터, 알고리즘, 사회 구조를 함께 읽어내는 윤리적 문해력이 지금 학교에서 길러야 할 중요한 역량이다.
④ 알고리즘 윤리를 실천하는 학습 설계
오늘날의 인공지능은 단지 정보를 분석하고 제시하는 도구를 넘어, 개인의 프라이버시, 데이터 수집 동의,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책임성 같은 윤리적 쟁점과 깊이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단순히 이론적으로 전달하는 수준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학생 스스로가 일상에서 “내가 사용할 기술”과 “사용을 허락할 수 없는 기술”의 기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세워갈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얼굴 인식 기반 스마트폰 잠금 해제 기능이나 CCTV 영상 기반 출결 확인 시스템 등, 학생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기술을 분석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 “이 기능은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으며, 그것은 누구에게 저장되며, 어떤 목적에 사용되는가?”와 같은 질문을 중심으로 프라이버시와 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한 토론 활동을 구성한다.
특히 학생 개인의 민감 정보가 어떤 경로로 수집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예측되는지를 스스로 추적하는 ‘데이터 생애주기 그리기’ 활동은 매우 효과적이다. 내가 생성한 데이터가 ‘어디로 흘러가고’, ‘누구에게 노출되며’, ‘어떤 판단에 영향을 주는가’를 시각화해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은 단순히 사용자가 아닌, 디지털 생태계 속 ‘참여자’로서의 윤리적 감각을 키울 수 있다.
또한 ‘허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 vs 허용할 수 없는 알고리즘’ 분류 활동을 통해, 기술의 유용성과 위험성을 동시에 성찰하게 할 수 있다. 예컨대, 추천 알고리즘은 편리하지만 개인정보를 과도하게 수집할 경우 위험할 수 있으며, 신용점수 예측 알고리즘은 공정성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이러한 사례 분석은 알고리즘을 ‘중립적 수단’으로 보지 않고, 가치판단이 개입된 인간 설계물로 인식하는 전환점을 제공한다.
나아가 학생이 스스로 ‘투명한 알고리즘 설계자’ 역할을 맡아보는 프로젝트형 수업도 가능하다. ‘나만의 추천 알고리즘’을 설계하고, 어떤 데이터를 수집하며,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제시할지 스스로 설명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공정성, 차별 방지, 사생활 보호와 같은 윤리적 기준을 스스로 적용하고 설계하는 훈련이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이러한 실천 중심의 수업을 통해 학생은 단지 기술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아닌, 기술의 윤리적 활용과 설계에 책임을 지는 ‘디지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다. 알고리즘 윤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이는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중요한 시민 교육의 하나로 자리 잡아야 한다.
⑤ 교육 생태계를 통한 협력형 학습
AI 윤리 교육은 단지 교실 안에서 이뤄지는 수업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이는 학교라는 공간을 넘어 가정, 지역사회, 공공기관 등 교육 생태계 전반이 함께 책임지고 참여해야 하는 과제다. 특히 인공지능이 생활 깊숙이 침투한 지금, 윤리적 사고는 특정한 교육 시점에 주입하는 지식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끊임없이 논의되고 실천되는 문화로 정착되어야 한다.
우선, 가정에서는 기술 사용에 대한 대화를 일상화할 필요가 있다. “AI 스피커가 우리 대화를 듣고 있진 않을까?”, “내가 좋아하는 영상을 왜 유튜브가 먼저 추천했을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기술의 편리함 뒤에 숨은 감시, 추천,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에 대한 윤리적 호기심과 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AI 기술을 경험하고, 그 경험을 비판적으로 되짚어보는 과정 자체가 중요한 교육이다.
지역사회에서는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광주광역시교육청은 'AI 윤리 토론 한마당'을 정례화하며, 학생들이 직접 챗GPT나 이미지 생성 AI 등을 활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편향된 추천 시스템의 문제’, ‘사생활 침해’, ‘AI 저작권’ 등에 대해 토론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는 청소년 스스로 윤리적 사고를 확장하고, 디지털 사회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살아있는 학습의 장이다.
또한 부산진구청은 청소년문화의집과 협력하여 ‘디지털 윤리 주간’을 운영, 시민이 직접 알고리즘 편향성을 체험하는 시뮬레이션 부스를 마련하고, 지역 미디어센터와 연계한 윤리 세미나도 함께 개최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은 기술의 사용자가 아닌 윤리적 감수성을 갖춘 주체로서의 시민을 양성하는 실천 공간이 된다.
더불어 세종시의 경우, 시청과 교육청이 협력하여 ‘디지털 시민 리더 캠프’를 구성하고, 공공도서관과 교육지원청, 미디어센터 등 다양한 기관이 연합하여 지역형 거버넌스를 실현하고 있다. AI 윤리교육은 이처럼 단일 기관의 책임이 아니라, 지역 전체가 함께 만드는 협력 프로젝트로 진화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 특화 사례들은 모두 교육청-학교-지자체-시민단체가 참여하는 협력형 교육 생태계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지역 내 초·중·고등학교를 중심으로 ‘AI 윤리 교육주간’을 운영하고, 지역 미디어·방송사와 협력하여 공익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윤리 토론 결과를 공유하는 지역 박람회를 개최하는 등의 다중 접점 기반의 실천 교육도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협력 기반의 학습은 일회성 캠페인이 아닌 지속가능한 교육 문화로 정착해야 한다. 특히 교육의 주체가 교사만이 아니라 학부모, 지역활동가, 공공기관 실무자 등으로 확장될 때, 윤리교육은 교과 외적인 부가활동이 아닌, 모든 삶의 터전에서 살아 숨 쉬는 교육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 AI 윤리는 문해력의 시작이자, 시민성 교육의 본질이다
책을 읽는 능력은 더 이상 최종 목적이 아니다. 이제는 읽고, 해석하고, 비판하며, 윤리적 책임까지 고려할 수 있어야 진정한 ‘문해력’이라 할 수 있다. AI 시대의 문해력은 단순한 지식 습득이 아닌, 디지털 세상의 ‘규칙을 이해하고 윤리적으로 대응하는 힘’이다.
그 출발점이 바로 ‘AI 윤리 교육’이다.
우리는 이제 기계가 주는 답을 그대로 수용하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을 던지고, 맥락을 읽고, 기술 너머의 사람을 바라볼 줄 아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 AI 윤리 교육은 이러한 인간을 만드는 교육이다. 공정성·책임·편향·투명성이라는 키워드는, 미래의 기술을 이끌 리더이자 디지털 시민으로서 학생들이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다.
결국, AI 윤리는 ‘미래의 기술’을 위한 학문이 아니라, 현재의 삶을 이해하고 미래를 책임질 수 있는 인간을 기르는 교육의 본질이다. 생각하는 사람, 느끼는 사람, 책임지는 사람을 길러내는 교육, 그것이 바로 AI 윤리의 본령이다.
이제는 묻자.
우리는 아이들에게 ‘정보’를 가르치고 있는가, 아니면 ‘존재의 책임’을 가르치고 있는가?
AI 윤리교육은 바로 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우리 시대 교육의 결정적 질문이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