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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책임 물은 첫 판례”…대법, 용인경전철 전 시장 배상 책임 확정 - 주민소송 실효성 첫 입증…공공사업 책임성 시대적 요구로 부상
  • 기사등록 2025-07-18 00:5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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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경전철 기흥역 전경. 이미지File:Q16273 Giheung B01.JPG - Wikimedia Commons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용인경전철 사업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재정 손실에 대해 대법원이 전직 용인시장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며, 이 사안에 대한 시민들의 주민소송 제기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번 판결은 대형 공공사업과 관련된 지방정부 책임을 법적으로 처음 명확히 한 판례로 기록되며, 주민 참여 행정의 실효성 강화를 예고하고 있다.


대법원 2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난 7월 16일, ‘용인경전철 주민소송단’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사건 재상고심에서 전임 용인시장 및 한국교통연구원 등에 대한 청구를 일부 확정했다. 다만, 수요예측을 담당한 한국교통연구원 소속 연구원 개인에 대한 책임은 위법 여부에 대한 판단이 부족하다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 사건은 2010년 완공된 용인경전철이 당초 예측 수요에 크게 못 미치면서 발생한 대규모 예산 손실에서 비롯됐다. 사업 초기, 캐나다 봄바디어사와의 협약에 따라 용인시는 민간투자방식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하루 평균 16만 명 이용을 예측했다. 그러나 실제 개통 후 하루 이용객 수는 3만 명 내외에 불과했고, 이에 따라 최소수입보장비율(MRG)에 따라 막대한 보전금 지급이 불가피해졌다.


용인시는 국제중재재판 끝에 약 8,500억 원의 배상금을 부담하게 되었고, 여기에 운영비와 인건비로 295억 원을 추가 투입했다. 이로 인한 시민들의 반발이 이어졌고, 2013년 시민단체는 전·현직 시장과 공무원, 시의원, 한국교통연구원 등을 상대로 1조 원이 넘는 손해배상 주민소송을 제기했다.


1·2심에서는 대부분의 청구가 기각되었지만, 2020년 대법원이 원심 판단을 되돌려 사건은 다시 파기환송심으로 이어졌다. 이후 2024년 2월,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이정문 전 시장과 교통연구원, 연구원들에게 약 214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라고 현 용인시에 명령했고, 이 가운데 일부가 이번 대법원에서 확정된 것이다.


이번 판결에서 특히 주목되는 점은, 지방정부의 잘못된 정책 결정이 단순한 정치적 논란을 넘어서 실질적인 민사 책임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법조계에서는 “주민소송 제도가 단순한 상징에서 실질적 견제 장치로 전환되는 분기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향후 유사한 공공사업 추진 과정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의사결정 구조, 전문가 자문 절차, 리스크 분석의 실효성을 전반적으로 재점검해야 함을 시사한다.


반면 대법원은 연구원 개인의 법적 책임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재판부는 “수요예측을 수행한 연구원들의 행위가 독립된 불법행위로 간주되려면, 사회상규에 반하는 위법성이 명확히 인정되어야 한다”며, 기존 판단은 심리 부족이라는 이유로 다시 심리하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2심에서는 예측 실패가 단순한 과실인지, 법적 책임으로 연결될 수 있는 위법행위인지를 두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지방행정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을 “자치행정의 전환점”으로 평가한다. 성급한 사업 추진, 검증되지 않은 민간협력, 과도한 수요 예측 등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며, 전문가 집단의 자문 역시 법적·윤리적 책임을 수반하는 체계로 전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판결로 용인시는 손해 회복의 단초를 마련하게 됐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 실패의 반복을 방지하는 제도적 보완이다. 시민의 세금으로 추진되는 대형 사업이 다시는 ‘예측 실패’라는 이름 아래 묻히지 않도록, 투명성과 책임성이 뒷받침되는 행정 시스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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