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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김현주의 교육ON] ‘AI 리터러시’, 제2의 문해력으로서 자리 잡을 수 있을까 -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를 위한 AI시대의 기본 소양을 말하다
  • 기사등록 2025-07-15 12:19:01
  • 기사수정 2025-07-15 13: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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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읽기·쓰기 능력을 넘어,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AI 리터러시’가 미래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디지털 전환의 중심에 서 있는 오늘날, 교육 현장에서는 ‘문해력’의 개념이 다시 재정의되고 있다. 전통적인 읽기·쓰기 능력을 넘어, 디지털과 인공지능을 이해하고 비판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 즉 ‘AI 리터러시’가 미래 교육의 핵심 역량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술 활용 능력이 아니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포함한 알고리즘 기반 기술의 구조를 이해하고, 그 한계와 윤리적 영향을 성찰하며,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의미 있는 결과물을 창출할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한다. 이는 단순히 “AI를 잘 다루는” 수준이 아닌, 기술과 사회를 함께 읽고 해석할 수 있는 복합적 소양이다.



AI 리터러시, 왜 제2의 문해력인가


우리는 예전부터 글을 읽고 쓰는 능력, 즉 문해력을 중요하게 여겨 왔다. 그런데 이제는 ‘AI 리터러시’가 새로운 문해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인공지능을 '쓸 줄 아는 것'을 넘어서,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고, 그것을 똑똑하게 활용하며, 때로는 의심해볼 수 있는 힘을 말한다.


과거에는 교과서를 잘 외우고, 시험 문제의 정답을 정확히 맞히는 것이 중요한 시대였다면, 이제는 정보를 해석하고, 상황에 맞게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학생은 단순히 지식을 받아들이는 사람이 아니라, 정보를 분석하고 자신의 생각을 만들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교사도 마찬가지다. 이제는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역할을 넘어서, 학생이 AI와 함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길잡이가 되어야 한다.


특히 생성형 AI는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는 등 창의적인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 AI는 사람이 만든 자료를 바탕으로 학습하기 때문에, 편향되거나 왜곡된 정보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AI가 여성보다 남성을 더 많이 등장시키는 문장을 만들어낸다거나, 특정 지역이나 문화를 부정적으로 묘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알아차리고 바로잡을 수 있는 능력도 AI 리터러시에 포함된다.


그래서 AI 리터러시는 단순한 기술 능력이 아니라, AI를 올바르게 다루기 위한 생각하는 힘, 즉 비판적 사고와 윤리적 감수성을 포함한 시민으로서의 기본 소양이다. 앞으로는 이런 능력이 새로운 ‘읽고 쓰기’, 곧 ‘제2의 문해력’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현장과 정책, AI 리터러시의 간극


정부는 AI 리터러시 함양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를 시범 도입하고, ‘디지털 새싹’ 사업을 통해 초·중등 대상 AI 교육을 확산 중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생애주기별 AI 역량 진단도구와 교재 개발을 통해 정책적 인프라를 다지고 있다. 그러나 이처럼 의욕적인 정책과 실제 교육 현장 사이에는 여전히 분명한 간극이 존재한다.


첫째, 교사 연수의 방향이 여전히 기능 중심에 머물러 있다. 생성형 AI를 수업에 ‘활용’하는 법은 비교적 쉽게 소개되고 있지만, 이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윤리적으로 통제하는 시각은 여전히 부재하다.


예컨대 교사 연수에서 ‘ChatGPT 프롬프트 작성법’은 빠르게 확산되고 있지만, ‘AI의 결과물이 언제 왜 편향될 수 있는지’, ‘학생이 AI의 판단을 맹신하지 않도록 돕는 방법’은 충분히 다뤄지지 않는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조사에서도 교사의 64%가 “AI 교육의 필요성을 인식하지만,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모르겠다”고 응답했다. 이는 ‘무기만 주고 전쟁터에 보내는 격’이라는 현장 교사의 비유처럼, 정책과 실천 사이의 단절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둘째, 현재의 AI 교과서와 교육 콘텐츠는 리터러시 관점을 포괄하지 못하고 있다.
AI 관련 교재들은 주로 코딩, 알고리즘, 신경망 등 기술적 개념 중심이다. 반면, 데이터의 윤리성, 정보의 불균형, 알고리즘 권력, 플랫폼 자본주의 등 오늘날 AI 사회의 본질적 이슈에 대한 교육은 거의 없다.


이는 결국 학생이 기술을 다루는 ‘숙련된 사용자’로는 성장하되, 기술을 이해하고 통제할 줄 아는 ‘비판적 시민’으로 성장하는 데는 한계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 AI를 다룰 수 있는 능력과, AI를 둘러싼 사회 구조를 성찰할 수 있는 힘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해력임에도, 두 영역이 하나로 혼재된 채 다뤄지고 있는 것이다.


셋째, 학부모와 지역 사회를 위한 AI 리터러시 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오늘날 학생이 AI를 접하는 환경은 학교보다 가정과 사회에 더 깊숙이 퍼져 있다. 스마트폰의 알고리즘 추천, 유튜브 콘텐츠, 생성형 이미지 앱, 가짜뉴스 등은 학생의 정보감각과 가치판단을 일상적으로 시험하는 디지털 현실이다.


그럼에도 학부모나 지역 커뮤니티는 이에 대해 무방비 상태이며, 학생의 AI 사용을 지도하거나 공론의 장을 마련할 수 있는 공공 교육 기회는 거의 없다.


일부 교육청이나 기관이 추진하는 ‘학부모 대상 AI 교육’도 대부분 일회성 정보 제공에 그치며, 지속 가능한 AI 리터러시 생태계로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AI 리터러시 교육,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AI 리터러시 교육은 단순한 기술 습득이 아니라 철학적 성찰을 동반한 시민 교육이어야 한다.
생성형 AI의 등장은 교실에 새로운 도구를 하나 더 얹은 수준의 변화가 아니다. 이는 교육의 본질, 즉 '우리는 무엇을 배우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 자체를 바꾸는 전환점이 된다.


따라서 AI 리터러시 교육은 다음 세 가지 방향에서 전면적인 혁신이 요구된다.


  1. 교과 통합형 AI 리터러시 모델 구축
    오늘날 대부분의 학교는 AI 교육을 ‘정보’ 교과나 특별 프로그램에 한정하고 있다. 그러나 AI는 이미 언어, 사회, 예술, 과학 등 모든 교과의 맥락 속에서 영향을 미치고 있는 삶의 기술이다.
    예를 들어 국어 시간에는 AI가 작성한 글을 분석하고 편향된 서술을 비판하는 활동을, 사회 시간에는 알고리즘의 정치적 영향력이나 뉴스 생성 AI의 윤리성을 토론하는 수업이 가능하다.
    이렇게 교과 속 삶의 맥락에서 AI를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 진정한 리터러시다. AI를 교과 간 융합의 매개로 삼는 ‘학문 간 연결형 수업’ 모델을 확산시켜야 한다.


  2. 교사 중심의 비판적 활용 역량 강화
    교사의 역할은 더 이상 ‘기술 전달자’가 아니다. 이제 교사는 AI 도구와의 거리감을 조절하면서, 학생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지는 사유의 동반자가 되어야 한다.


  3. 이를 위해 교사 연수는 툴의 기능 숙지에서 벗어나야 한다. 대신 ▲AI 시대의 윤리적 딜레마, ▲시민적 책임, ▲편향성과 차별, ▲기술에 대한 인간 중심 사고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비판적 사고 기반 교사교육 커리큘럼이 필요하다.


  4. 교사들이 AI를 '쓰는 법'이 아니라 '되물을 줄 아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연수의 질과 철학을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5. 공적 리터러시 기반 마련
    AI 리터러시는 교실에만 머물러선 안 된다. 학교, 가정, 지역이 연결된 학습 생태계가 필수적이다.


  6. 예를 들어, 마을 도서관에서 ‘AI와 함께 글쓰기’ 워크숍을 열고, 학부모 대상 ‘AI 윤리 톡 콘서트’를 운영하는 등 일상과 연결된 경험이 쌓여야 한다.


  7. 교육부와 지자체는 지역 내 공공 인프라를 활용해 ‘전 생애적 AI 리터러시 교육’을 설계하고 지원해야 한다. 이는 일회성 캠페인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디지털 시대의 문해력 향상에 함께 책임지는 공적 프로젝트여야 한다.



AI 시대의 문해력, 기술을 넘어 인간을 묻는 교육


AI 리터러시는 단순히 기술을 능숙하게 다루는 능력이 아니다. 그것은 기술을 통해 세상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 인간의 존엄과 공동체의 가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에 대한 성찰과 판단의 힘이다. 다시 말해, AI 리터러시는 오늘날을 살아가는 시민이 갖추어야 할 ‘제2의 문해력’이자, 민주사회의 핵심 기초역량이라 할 수 있다.


‘서울형’이냐 ‘전국형’이냐를 따지기 이전에, 우리는 지금 이 시대의 아이들에게 어떤 감각을 키워주고 있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기술을 넘어서 사람을 중심에 둔 교육, 그것이 AI 시대의 본질적 과제다.


정부의 AI 교육 정책은 출발선으로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진짜 중요한 것은 그 정책이 어떠한 교육 언어로 현장에 전달되는지, 어떤 교육 구조로 지속될 수 있는지를 설계하는 일이다. 표준화된 교육과정만으로는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며, 그 방향은 결국 '인간 중심성'을 중심에 놓을 때 명확해진다.


기술의 파도는 이미 거세다. 그러나 그 물결 위에 아이들을 태우고 끝까지 지켜낼 존재는 결국 교사와 학교, 그리고 사회 전체의 집단적 책임이다.


AI 리터러시를 ‘두 번째 문해력’으로 정립하고 이를 교과와 일상, 교육과 삶 속에 통합해 나갈 수 있을 때, 우리는 AI 시대에도 교육이 사람을 위한 길을 걷게 할 수 있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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