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서흥원 양구군수. 사진제공=양구군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행정의 중심은 사람이어야 합니다. 그 어떤 사업도, 정책도, 결국은 사람의 삶을 바꾸지 못하면 의미가 없습니다.”
서흥원 강원 양구군수는 ‘작지만 강한 도시’ 양구를 이끌며 끊임없이 묻고 답해 왔다. 무엇이 진짜 필요한 일인가, 지금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그리고 그 중심엔 언제나 ‘군민’이 있었다.
2022년 민선 8기 취임 이후, 서 군수는 사람과 자연, 경제와 환경이 조화롭게 성장하는 ‘지속가능한 양구’를 위해 뚝심 있게 군정을 이끌고 있다.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군민들께서 체감하지 못하면 소용이 없습니다. 주민 한 분 한 분의 삶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 행정을 펼치는 것이 저의 기본 철학입니다.”
서흥원 군수는 행정을 복잡한 이론이나 숫자가 아닌, 사람 중심의 실용적인 일로 접근한다. 그래서 그는 매번 군정을 구상할 때면 “군민이 직접 변화를 느낄 수 있는가”를 먼저 고민한다.
양구군은 최근 몇 년 사이 지역 곳곳에 눈에 보이는 변화와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특히 ‘굴뚝 없는 산업’으로 불리는 스포츠마케팅이 대표적인 성과다. 전국 단위 스포츠대회와 전지훈련팀 유치가 잇따르며 지역 상권이 살아나고, 마을마다 생기가 돌고 있다. 주민들은 “시끌벅적한 체육대회가 열리면 그 자체가 축제”라며 반가움을 전한다.
한반도섬, 파로호, 펫토피아, 평화빌리지 등을 중심으로 한 체류형 관광 인프라도 속속 들어서며, 양구를 찾는 여행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하루 머물다 가던 관광객이 이틀, 사흘씩 머무는 변화는 지역 경제에 큰 희망이 되고 있다.
또한,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지원, 농가 경영비 절감과 계절근로자 수급 안정화 등 실질적이고 따뜻한 경제정책은 어려운 시기에도 주민들의 숨통을 트여주는 힘이 되고 있다. 서 군수는 “지역 경제의 뿌리는 사람”이라는 생각으로, 일상에 꼭 필요한 지원을 빠짐없이 챙긴다.
무엇보다 그는 교육과 복지에 각별한 마음을 담고 있다. 평생학습관과 가족센터는 군민 누구나 찾아와 배우고, 쉬고, 함께 돌보는 ‘마을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아이들에겐 원어민 화상영어, 경제캠프 같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어르신들에겐 평생교육과 문화체험이 마련된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모두가 배움의 기회를 누릴 수 있어야 진짜 좋은 행정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이’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이죠.”
군민 삶의 구석구석을 살피는 행정, 작지만 꼭 필요한 변화를 하나하나 만들어가는 실천. 그것이 바로 서흥원 군수가 추구하는 ‘양구다운 행정’이다.
군민의 삶을 구석구석 살피고 있는 서흥원 군수. 사진제공=양구군
서흥원 군수는 양구라는 땅의 역사를 누구보다 깊이 이해하고 있다.
강원도 깊은 산골, 북쪽은 비무장지대와 인접하고, 남쪽은 수몰지대의 아픔을 간직한 곳. 화천댐, 소양강댐, 평화의댐으로 둘러싸인 이곳은 ‘육지 속의 섬’이라 불릴 정도로 고립된 세월을 감내해왔다.
그런 양구에 정부가 또 하나의 댐 건설 계획을 발표하자, 그는 군민을 대표하는 자리에서 단호히 입장을 밝혔다.
“2만여 명의 삶터가 물에 잠겼던 그때를 아직도 군민들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삶의 터전을 잃고,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뿔뿔이 흩어져야 했던 세대의 아픔을 우리는 되풀이하지 않을 겁니다. 사람을 잃으면 도시도, 역사도, 공동체도 사라집니다.”
그는 개발과 보존, 성장과 존중이 공존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댐 하나로 수백 명, 수천 명의 삶의 방식이 무너지는 일이 반복되어선 안 되며, 정부 정책은 이제 지역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개발은 반드시 사람 중심이어야 합니다. 지역민의 삶을 지우고 얻은 발전은 오래가지 못합니다. 양구의 정체성은 바로 이곳에 터를 잡고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
양구는 지금도 저출산과 고령화, 청년 유출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다. 그런 가운데 또다시 강제적인 개발이 추진된다면, 이는 단순한 행정이 아니라 지역 소멸을 가속화하는 ‘인구 퇴출 정책’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서 군수는 그렇기에 ‘사람이 떠나지 않는 양구’, ‘누구나 돌아오고 싶어 하는 양구’를 만들기 위해 더 단단하고 정교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다.
청년에게는 일자리와 주거, 농민에게는 안정된 소득과 인력지원, 어르신에게는 돌봄과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며, 이 땅을 지키는 사람들의 삶을 하나하나 보듬고 있다.
그는 말한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빠른 성장’이냐, ‘지속가능한 삶’이냐. 저는 후자를 선택할 겁니다. 양구를 사랑하는 군민들과 함께요.”
‘사람이 떠나지 않는 양구’, ‘누구나 돌아오고 싶어 하는 양구’를 만들기 위해 더 단단하고 정교한 정책들을 준비하고 있는 서흥원 군수. 사진제공=양구군
서흥원 군수는 군정을 운영하면서 틈틈이 책을 읽는다.
“책 한 권이 생각의 방향을 바꾸고, 방향이 바뀌면 정책도 달라지더군요. 저에게 그런 책이 바로 수잔 애쉬포드의 『유연함의 힘』입니다.”
이 책에서 서 군수가 가장 깊이 공감한 대목은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유연함’이라는 메시지다.
“모든 걸 계획대로 완벽하게 하는 건 현실에선 불가능하잖아요. 예측 불가능한 시대엔 변화에 맞춰 움직이고, 실수에서 배우고, 때로는 돌아가는 것도 필요합니다. 행정도 마찬가지예요. 고집보다는 듣는 귀, 정답보다는 열린 마음이 중요하다는 걸 절실히 느끼고 있어요.”
서 군수는 그동안 크고 거창한 공약보다는, 작지만 실현 가능한 정책을 하나씩 차근차근 쌓아가는 실용행정을 실천해 왔다.
마을 단위 복지정책, 농가 대상의 맞춤형 지원, 교육과 돌봄의 빈틈을 메우는 사업 등은 모두 주민들과 나눈 이야기에서 출발한 결과물이다. “큰 변화는 결국 작은 시도에서 비롯됩니다. 행정도 그렇게 사람들 삶 가까이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믿어요.”
그가 군민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으로는 쇼펜하우어의 『인생수업』을 꼽는다.
“인생은 우리가 계획한 대로만 흘러가지 않잖아요. 때로는 손해보는 선택도 하고, 때로는 멈춰 서야 할 때도 있어요. 이 책은 그런 삶의 굴곡 속에서도 나를 지키는 태도, 흔들리는 순간에 중심을 잡는 법을 알려줘요.”
군정을 운영하면서 뜻대로 풀리지 않는 순간도 있었고, 사람들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고민한 날도 많았다고 그는 말한다. 그럴 때마다 ‘겸손함’과 ‘비움의 자세’를 떠올리며, 다시 처음처럼 사람을 중심에 놓고 생각해보곤 한다고.
서 군수는 행정을 단순한 ‘일 처리’가 아닌, 사람의 삶에 스며드는 ‘공감과 실천’의 과정이라 여긴다.
“이 사업이 진짜로 군민의 일상을 바꿔줄까? 불편했던 하루가 좀 더 나아질까? 저는 늘 이 질문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오늘도 군청 책상 위에 두 권의 책을 꺼내놓는다. 하나는 유연함을 잃지 않기 위해서, 하나는 사람의 마음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그 책들 속에서 길어 올린 마음가짐은, 결국 양구라는 고장 곳곳에 작은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서흥원 군수의 올해 인생책 수잔 애쉬포드의 『유연함의 힘』과 추천책 『 쇼펜하우어 인생수업』
서흥원 군수는 2029년 개통 예정인 춘천~속초 동서고속화철도를 양구의 지도를 다시 그릴 기회, 지역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전환점으로 바라보고 있다.
“지금까지 양구는 ‘찾기 어려운 곳’, ‘한 번쯤 지나치는 곳’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하지만 철도가 연결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제는 ‘찾고 싶은 곳’, ‘머무르고 싶은 곳’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
서 군수는 고속철도 개통을 단순한 교통 편의의 확대가 아닌, 지역의 가치와 매력을 재구성하는 기회로 삼고 있다.
그는 역세권을 중심으로 스포츠 빌드업센터, 청년 창업공간, 생활 SOC 인프라, 스마트 모빌리티 기반 시설 등을 연계해 ‘사람이 오고, 머물고, 정착하는 양구’로의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
또한, 인근 마을과의 연계 교통망 정비, 전통시장과 상권 활성화 대책, 주민 편의시설 확충 등을 포함한 정주 인프라 구축 계획도 단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양구가 가진 생태자원, 역사문화유산, 스포츠 인프라 등은 이미 수준급이다. 여기에 고속철도라는 접근성의 날개를 달게 되면, ‘속도와 풍경, 사람과 쉼’이 공존하는 체류형 도시 모델로의 전환이 가능해진다.
서 군수는 “관광객이 하루 머물고 떠나는 도시가 아니라, 청년이 정착하고 아이가 자라고 어르신이 안심하고 사는 도시. 양구를 그런 도시로 바꾸고 싶습니다. 그 중심에 동서고속철도가 있습니다.”라며 동서고속철도 개통이 양구 도약의 분기점임을 시사하고 있다.
2029년, 한 줄의 철도선은 단순한 노선이 아닌 양구의 새로운 이야기가 될 것이다. 서흥원 군수는 그 이야기가 단절에서 연결로, 유출에서 유입으로, 침체에서 도약으로 이어지는 서사의 출발점이 되도록 꼼꼼히 준비하고 있다.
서 군수는 끝으로 다음과 같이 각오를 밝혔다.
“양구군은 인구나 면적 면에서는 작을지 모르지만, 사람을 품는 마음은 그 어떤 도시보다 넓다고 생각합니다. 올해도 군민 여러분과 함께 힘과 지혜를 모아 위기를 기회로 바꾸고, 양구를 전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힐링 도시로 만들어가겠습니다. 사람 중심, 미래 중심의 행정을 약속드립니다.”
그의 말처럼, 지역의 크기가 도시의 품격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서흥원 군수가 이끄는 양구군은, 조용하지만 분명한 발걸음으로 오늘도 '사람 중심 도시'라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그 길의 중심에는 늘 사람이 있다. 비록 작고 고요한 도시일지라도, 서로를 돌보는 마음과 함께 걷는 믿음이 있다면, 그곳은 이미 가장 따뜻한 미래를 향해 가는 중이다.
양구의 진짜 힘은, 그렇게 ‘사람의 도시’라는 이름으로 자라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