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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김현주의 교육ON] 데이터로 교육을 설계하다 – 학습 분석의 미래와 윤리 - “데이터는 숫자가 아니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이야기다.”
  • 기사등록 2025-07-01 01:13:33
  • 기사수정 2025-07-11 00:2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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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서의 데이터 활용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단순한 성적 분석을 넘어, 학습자의 행동, 반응, 참여도, 심지어 감정 상태까지 디지털 흔적으로 남는 시대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교육 현장에서 축적되는 데이터는 단순한 성적이나 출결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교실 속에서 학생이 눌렀던 클릭 한 번, 문제 풀이 시간, 질문의 유형, 심지어 화면 앞에서 멈칫했던 망설임까지도 학습의 흔적으로 남는다. 이 모든 디지털 흔적은 학습자의 사고 흐름, 참여 태도, 정서 상태에 이르기까지 섬세하게 드러내는 ‘보이지 않는 이야기’들이다.


이처럼 ‘숫자’로 수집되는 정보 안에는 한 명의 학생이 배우고, 고민하고, 성장해가는 고유한 여정이 담겨 있다.


그렇기에 데이터는 단순히 분석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의 도구가 되어야 한다.
학생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정교하게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은 이제 선택이 아닌 교육의 핵심 기반으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 기반 교육 설계: 더 나은 교육인가, 더 정밀한 통제인가


학습 분석(Learning Analytics)은 디지털 기기나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수집된 학습자의 행동 데이터를 정밀하게 추적·분석하여, 이를 기반으로 개인 맞춤형 피드백, 학습 경로 설계, 조기 경고 시스템 등을 제공하는 교육 혁신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교육부의 디지털 기반 수업혁신 사업, 서울시교육청의 생성형 AI 수업자료, '디지털 새싹'과 같은 정책도 모두 학습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교사에게는 보다 정교한 수업 설계 도구를, 학생에게는 학습 참여의 동기를 강화하는 지원 체계를 제공한다. 특히 결과가 아닌 ‘과정 중심 평가’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학생의 학습 여정을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피드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연다. 이는 단지 ‘평가의 혁신’을 넘어, 교육의 질 그 자체를 재구성하는 시도로까지 확장될 수 있다.


그러나 데이터 기반 교육이 반드시 더 나은 교육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문제는 ‘무엇을 측정할 것인가’보다 ‘무엇이 측정될 수 있는가’에 집중되는 경향이다. 데이터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수집 방식, 알고리즘 설계, 해석 주체에 따라 전혀 다른 결론을 유도할 수 있다. 이는 학생을 ‘수치화된 존재’로 환원하고, 정량적 지표로 교육을 관리·통제하려는 시도와 맞물릴 때 교육의 본질과 충돌할 위험을 낳는다. 예를 들어, 정서나 창의성, 관계적 소통과 같은 비가시적 역량은 쉽게 데이터화되기 어렵고, 배제되기 쉬운 항목이 된다.


또한, 알고리즘에 의해 설계된 학습 경로가 오히려 학생의 자율성과 탐색 기회를 제약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개인화'라는 명분 아래 다양성을 제거하고, 학생을 더 좁은 경로에 가두는 결정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교육의 진보가 아닌 퇴보일 수 있다.


데이터 기반 교육 설계의 핵심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가치 기준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이러한 교육 데이터의 활용이 윤리적 통찰과 정책적 책임 위에 설계되어야 함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인간 중심 학습 분석, 가능할까?


학생이 찍은 클릭 하나, 정답과 오답 사이의 망설임, 과제 제출 시간까지. 우리는 이제 이러한 모든 행위를 데이터로 읽어내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학습 분석은 그 무엇보다 정밀한 학습 진단을 가능하게 하지만, 동시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이 데이터는 과연 학생 개인의 성장을 위한 것인가, 아니면 시스템의 효율과 관리 편의를 위한 것인가?


이 물음은 단지 기술 활용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주체를 누구로 볼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다. 데이터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어떤 데이터를 수집할지, 무엇을 중심으로 해석할지, 결과를 어떻게 사용할지는 모두 인간의 판단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데이터를 다루는 이들의 전문성뿐 아니라 윤리적 책임이 점점 더 강조되고 있다.


OECD와 UNESCO는 학습 분석 기술이 반드시 ‘인간 중심 원칙(human-centered principles)’에 기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기술이 학습자를 ‘평가의 대상’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학습 여정의 주체로서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학습 데이터가 ‘낙인 효과’를 유발하거나, 일정한 패턴에 따라 자동화된 결정이 내려질 경우, 학생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위협받을 수 있다.


또한, 분석 결과가 성장을 유도하는 ‘피드백’이 아니라, 무언의 ‘판단’이 될 경우, 학생은 자신의 배움보다 시스템의 기준에 맞추는 데 집중하게 된다. 이는 궁극적으로 창의성, 비판적 사고, 문제해결력 등 미래 역량의 잠재성을 억제하는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학습 분석’은 학생을 관찰의 대상으로 삼기보다, 스스로 학습 여정을 선택하고 조정해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촉진 도구로 작동해야 한다. 학습자가 자신의 데이터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 리터러시’를 기르는 것도 중요한 과제가 된다.


기술의 진화가 교육의 진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교함만큼이나 따뜻한 감각이 필요하다. 교육은 사람을 위한 것이며, 학습 분석도 그 본질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혁신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윤리’를 품은 기술, 교사의 개입이 핵심이다


학습 분석의 진정한 힘은 기술의 정교함 그 자체가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활용하고 해석하느냐에 달려 있다. 알고리즘은 학생의 데이터를 무수히 빠르게 처리할 수 있지만, 그 속에서 의미를 읽고 교육적 가치를 덧입히는 주체는 여전히 ‘사람’, 즉 교사다.


교사는 단순히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기술 관리자가 아니라, 데이터를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상황에 따라 적절히 ‘맥락화’하며, 필요하다면 ‘중단’할 수 있는 윤리적 판단자이자 설계자여야 한다. 학생의 학습 이력을 성적 그래프로 환원하지 않고, 개별의 배움 여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감각이 그들에게 요구된다.


특히 최근 주목할 점은, 생성형 AI 기술이 학습 분석과 융합되며 실시간 자동화 교육 환경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GPT 기반의 튜터링 시스템은 학생의 질문 패턴, 오답률, 감정 톤, 심지어 시선 움직임까지 읽어내며, 그에 따라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한다.


하지만 기술이 정교해질수록 더 중요해지는 질문은 단 하나다.


“이 시스템은 무엇을 기준으로 학생을 평가하고 있는가?”


기술이 교육을 대신하게 될 때, 우리는 쉽게 효율성과 일관성을 기준으로 학생을 분류하고 판단하게 된다. 그 순간, 교육은 ‘사람을 성장시키는 일’이 아니라, ‘예측 가능한 행동을 강화하는 절차’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래서 교사의 개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 조건이다. 기술이 감지하지 못하는 부분을 인간이 감지하고, 시스템이 빠뜨린 맥락을 인간이 복원하며, 윤리의 눈으로 기술의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이 필요하다. 이것이야말로 인간 교사가 기술 시대에 존재해야 할 이유이며, AI 시대 교육이 결코 자동화될 수 없는 결정적 이유이기도 하다.



공존을 위한 조건: 데이터 리터러시와 공동책임의 문화


AI와 학습 분석 기술이 교실에 본격 도입되면서, 이제 교사는 단순한 수업 진행자나 관리자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읽고 판단하는 '교육 설계자'로서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이는 곧 ‘데이터 리터러시’—데이터를 해석하고, 그 의미를 비판적으로 분석하며, 교육적 맥락에서 윤리적 판단을 내리는 복합적 역량—를 갖춘 전문성으로 이어진다.


이제 교사는 단지 ‘수치를 믿는 사람’이 아니라, 수치를 ‘의심하고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왜 이 학생은 특정 패턴의 오류를 반복하는지, 그 오류 뒤에 감정적 어려움은 없는지, 시스템이 제시하는 예측을 어느 수준까지 수용하고 조정할 것인지를 교육철학의 눈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학생과 학부모 역시 단순한 데이터 소비자에 머물러선 안 된다. 자신의 학습 데이터를 이해하고, 데이터 수집과 활용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자각하는 ‘공동 설계자’로 성장해야 한다. 학습 분석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감시하고, 기술이 학습자의 존엄성과 자율성을 해치지 않도록 견제하는 역할도 함께 나누어야 한다.


이는 결국 ‘공동책임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그 기술을 이해하고 조율할 수 있는 사람들—교사, 학부모,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그럴 때 데이터는 통제할 수 없는 흐름이 아니라, 함께 설계하고 책임지는 교육적 자산이 된다.


AI와 데이터는 교육을 더 넓히는 도구일 뿐이다. 진짜 교육의 중심은 여전히 사람이며, 그 중심에는 교사의 윤리성과 교육적 통찰이 놓여 있다. 이 균형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기술 시대에도 교육이 교육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데이터는 교육을 설계할 수 있는 귀중한 재료이지만, 설계자는 언제나 ‘사람’이어야 한다.


교육은 인간의 삶과 가능성을 다루는 일이기에, 단지 정답을 맞히는 정확한 판단이 아니라, 맥락을 읽고 관계를 세우며 미래를 함께 그려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데이터는 교육을 더 촘촘히 이해하고 설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지만, 교육의 방향키는 여전히 사람의 손에 쥐어져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금, 데이터를 맹신하거나 배제하는 양극단이 아닌, 데이터와 함께 판단하고 성장하는 교육의 시대에 서 있다. 이 시대의 교사는 데이터와 기술을 도구로 삼되, 그것에 휘둘리지 않고, 오히려 인간다움의 본질을 더 또렷하게 지켜내야 하는 이들이다.


기계는 분석할 수 있지만, 교사는 공감하고 해석한다. 알고리즘은 패턴을 예측할 수 있지만, 교사는 한 명 한 명의 학생에게 의미를 부여한다. 결국 교육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고유한 경험이며, 어떤 첨단 기술도 이 인간적 울림을 대체할 수는 없다.


우리는 AI와 데이터를 통해 교육을 더 정교하게 만들 수는 있지만, 더 따뜻하게 만드는 일은 여전히 사람의 몫이다.


그것이 바로, 교육이 기술을 넘어서 존재해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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