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행정의 핵심은 속도와 주민 체감입니다. 말이 아닌 행동, 계획이 아닌 실천이 중요하죠.”
충북 괴산군청에서 만난 송인헌 군수의 말에는 단단함과 진정성이 동시에 묻어났다. 공보관, 혁신도시관리본부장 등을 거쳐 4번의 도전 끝에 군민의 선택을 받은 그는, 지금도 ‘걸어서 285개 마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이어가는 중이다. 한 마을도 빠짐없이 직접 찾아가 주민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으로 풀어내는 일, 그게 바로 송 군수가 말하는 ‘체감행정’이다.
그가 취임 후 가장 먼저 꺼내 든 메시지는 ‘자연특별시 괴산’이었다. 이는 단지 수식어에 그치는 구호가 아니다. 괴산의 자연을 자산으로 삼고, 이를 기반으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실천적 다짐이 담긴 선언이었다.
“자연은 괴산의 가장 큰 경쟁력이자 미래의 자산입니다. 이 자산을 단지 보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시켜야 합니다. 괴산만의 고유한 자연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군정의 출발점입니다.”
송 군수는 '자연특별시'라는 이름 아래 구체적인 프로젝트를 하나씩 실행에 옮기고 있다. 지역의 청정 이미지와 농촌 생태를 결합해 만든 ‘청정괴산 자연울림’ 농특산물 브랜드는 농가 소득을 높이고 괴산의 이미지를 전국에 알리는 데 기여하고 있다. 관광 분야에서도 단순한 유입보다 '머무는 관광'을 지향하며 체류형 인프라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000실 규모의 대형 리조트와 100만 평 규모의 수목원 조성은 그 대표적 사례다.
“자연 속에서 힐링하고, 머물고, 다시 찾게 만드는 괴산. 이게 제가 꿈꾸는 괴산의 내일입니다.”
그는 관광 활성화를 경제 회복의 동력으로 삼을 뿐만 아니라, 이를 인구 정책과도 연계시키고 있다. 귀농귀촌 인구를 유입시키고, 젊은 세대가 정착할 수 있는 교육·문화 기반을 강화함으로써 2026년까지 인구 4만 명 회복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단순한 수치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지역공동체 회복의 시작이라는 설명이다.
또한 송 군수는 ‘자연’이라는 키워드를 단지 경관이나 생태로 한정 짓지 않는다. 그는 자연을 ‘지역 정신’으로 해석하며, 괴산이 가진 고유한 정서와 정직한 품성을 행정과 정책, 주민 삶의 방식에 녹여내고자 한다.
“자연은 우리 괴산 사람들의 삶 자체입니다. 그 삶을 지키고, 풍요롭게 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 그것이 곧 제가 해야 할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은 괴산 군민들의 삶 자체이며, 그 삶을 지키고, 풍요롭게 하고,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선언하고 있는 송인헌 군수. 사진=괴산군
최근 확대간부회의에서도 송인헌 군수는 “속도감 있는 체감행정”을 거듭 강조했다. 정책은 현장에서 살아 움직여야 하며, 주민의 피부에 와닿을 때 비로소 행정의 존재 이유가 증명된다는 게 그의 일관된 신념이다.
“행정의 정답은 책상 위에 있지 않습니다. 현장에 답이 있고, 군민의 목소리에 기준이 있습니다.”
그는 단순히 지시하거나 보고받는 방식의 행정을 지양하고, 주요 정책마다 현장을 직접 찾는 방식으로 체감의 간극을 좁혀왔다. 특히 국정과제로 반영된 6개 사업—예컨대 지역 균형발전과 청정에너지 전환 관련 프로젝트—의 차질 없는 추진은 물론, 아직 국정과제로 채택되지 않은 ▲괴산읍 터미널 도시재생 혁신지구 조성 ▲드론·UAM 복합성능평가센터 구축 ▲2차 공공기관 인구감소지역 우선 이전 등도 중앙부처와 국회를 직접 설득하며 반영을 이끌어내기 위해 뛰고 있다.
“군민은 약속보다 결과를 기다립니다. 그래서 실행의 속도는 단순한 행정 효율이 아니라, 신뢰의 문제입니다.”
정책의 스펙트럼은 대규모 기반 사업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여름철을 앞두고는 폭염·집중호우 등 자연재해 대응 체계를 선제적으로 정비하며 재해로부터의 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있다. ▲무더위 쉼터 사전 점검 및 보강 ▲한낮 고온 시간대 야외활동 자제 지도 ▲비상연락망 재정비 ▲침수 및 붕괴 우려 지역 사전 점검과 복구 등은 모두 실천 중심의 행정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또한, 과수화상병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 교육 및 홍보, 현장 계도 활동 역시 소규모 농가의 불안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 대응으로 이어지고 있다.
“자연재해는 불가항력적인 경우가 많지만, 인재(人災)는 우리가 얼마든지 막을 수 있습니다. 결국 문제는 ‘준비와 실행’입니다. 체감행정은 군민의 안전과 삶의 질을 지키는 가장 직접적인 도구입니다.”
송 군수의 행정 스타일은 단호하면서도 유연하다. 정책의 방향을 잡는 데 있어 군민의 입장을 최우선으로 두며, 한 번 정한 일은 기한을 정하고 끝까지 밀고 나간다. 그에게 속도란 단순히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군민의 요구에 응답하는 책임의 속도’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행정이 군민에게 신뢰를 얻는 가장 본질적인 방식이라고 그는 믿고 있다.
송인헌 군수는 주민들의 생활 속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장을 직접 발로 뛴다. 사진=괴산군
정치적 신념과 행정 철학의 근원을 묻자, 송인헌 군수는 두 권의 책을 꺼냈다. 김태완의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와 스티브 매그니스의 『강인함의 힘(The Power of Toughness)』이다.
“『책문』은 단순한 고전이 아닙니다. 조선의 선비들이 국가의 위기 앞에서 왕의 물음에 진심으로 답했던 대책이자, 오늘의 행정가가 다시 읽어야 할 원칙서입니다.”
그는 특히 성삼문, 신숙주, 조광조 등 당대 지식인들이 던진 시대적 통찰과 정치의 본질을 ‘마음을 다스리는 일’로 본 철학에 깊이 공감한다고 말했다. 『책문』은 오늘날의 정치가 무엇을 바로잡고,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지를 근본에서부터 묻는다. 정치의 형식보다 정신, 법의 조항보다 리더의 진정성이 더 중요하다는 메시지는 그가 늘 군민 앞에서 강조하는 바와도 맞닿아 있다.
“법보다 앞서야 할 것이 마음이고, 제도보다 근본이 되어야 할 것이 사람이라는 것을 『책문』을 통해 다시 깨달았습니다. 결국 정치는 한 사람의 인성과 신뢰가 이끄는 것입니다.”
그가 또 하나의 버팀목으로 삼는 책은 스티브 매그니스의 『강인함의 힘』이다. 단단함을 곧 무조건 밀어붙이는 투지로 오해했던 기존의 리더십 개념을 과학적·심리학적으로 다시 바라보게 만든 책이다.
“예전에는 강인함을 마치 불도저처럼 밀고 나가는 힘으로 여겼죠. 하지만 이 책은 오히려 현실을 직시하고, 자기 감정과 몸의 신호에 귀 기울이며, 반응하기보다 성찰하는 자세가 진짜 강인함이라고 말합니다. 그 점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송 군수는 ‘리더십은 끌고 가는 힘이 아니라, 버텨주는 힘’이라 말한다. 그는 『강인함의 힘』에서 제시하는 네 가지 원칙—허상을 버리고 현실을 직시하는 용기, 몸과 감정의 신호에 주목하는 감수성, 성급한 반응보다 성찰적 대응을 중시하는 절제력, 그리고 끝내 난관을 넘어서는 유연한 회복탄력성—을 통해 실천적 행정 리더십의 원형을 그려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변화가 거셀수록 중심은 더욱 단단해야 합니다. 군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끝까지 책임지는 일, 그 자체가 신뢰이며 리더십입니다. 힘이 세다는 건 무너지지 않는다는 뜻이지, 감정을 억누르거나 현실을 무시하라는 의미가 아니죠.”
한 권은 500년 전 위기를 헤쳐나간 선비들의 직언에서, 다른 한 권은 오늘날 리더십의 본질을 과학적으로 재조명한 통찰에서 길을 찾는다. 두 권의 책은 시대와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사람을 위한 리더십’이라는 한 방향을 향하고 있다. 송 군수에게 이 책들은 단지 철학이 아닌, 행정의 중심축이 되는 ‘살아 있는 지침서’였다.
송인헌 군수가 인생책으로 꼽은 김태완의 『책문, 이 시대가 묻는다』와 스티브 매그니스의 『강인함의 힘(The Power of Toughness)』
인터뷰의 마지막, 송인헌 군수는 다시금 ‘사람’을 이야기했다. 수많은 정책과 비전, 실행 계획의 중심에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신념은 그의 말에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왔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향합니다. 군민이 주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정책과 행정으로 증명해내는 것이 제 사명입니다. 사람을 외면한 정치에는 생명도, 의미도 없습니다.”
그는 책상 위에서 설계된 정교한 정책보다, 시골 마을의 외진 골목에서 주민 한 사람과 나눈 대화가 더 중요한 ‘민심의 행정’이라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차례 오가는 보고서보다, 주민의 표정에서 읽어낸 문제의식을 더 믿는다. 그래서 ‘걸어서 285개 마을’을 찾아간 것도, 주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에 손을 얹고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였다.
“정책은 숫자가 아니라 얼굴입니다. 그 정책으로 삶이 얼마나 나아졌는지, 아이가 웃을 수 있게 되었는지, 어르신이 안심하고 여름을 날 수 있게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삼고 싶습니다.”
그의 말에는 소박하지만 강한 철학이 담겨 있었다. 정책은 거창한 공약보다 작지만 실천 가능한 약속이 먼저이고, 리더십은 지시가 아니라 경청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믿음. 괴산이라는 공동체의 미래 역시, 사람을 중심에 두고 설계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는 확신이다.
“군민 여러분이 삶의 변화를 체감하고, 내일을 기대하며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괴산. 그것이 제가 매일같이 뛰고 고민하는 이유입니다.”
말보다 느리지만 꾸준한 걸음, 구호보다 땀이 묻어나는 정책. 송인헌 군수의 리더십은 그렇게, 사람의 온도를 중심에 두고 괴산의 내일을 한 걸음 한 걸음 만들어가고 있다.
정치는 결국 사람을 향한다고, 군민이 주인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정책과 행정으로 증명해내는 것이 사명이라고 말하는 송인헌 군수. 사진=괴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