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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시대, 김현주의 교육ON] 교실의 AI, 학생은 중심에 있나? - 정책이 흔들려도, 교육의 본질은 흔들려선 안 된다 -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하정우 전 네이버 AI혁신센터장의 등장은 주목할만한 전환점 - AI를 활용한 학생 중심 교육 생태계의 재설계로 접근해야
  • 기사등록 2025-06-17 13:41:41
  • 기사수정 2025-06-17 18:4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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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전환의 물결 속에서 교육 현장도 빠르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변화의 정점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이미지=생성형AI 제작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디지털 전환의 물결 속에서 교육 현장도 빠르게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그 변화의 정점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특히 AI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교과서의 도입은 학생 맞춤형 학습 환경 조성, 교사의 수업 설계 지원, 교육격차 해소 등 다방면에서 교육 혁신의 촉매제로 주목받아 왔다.


그러나 최근 정권 교체 이후, 디지털교과서 정책이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되었다. 대통령의 공약에 따라 해당 교과서가 '교육자료'로 격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감사원은 도입 과정 전반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혼선과 불신이 커지고 있으며, 정책 불확실성이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술이 아니라 ‘학생’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


디지털교과서가 제시한 기술적 가능성은 분명하다. 음성 인식 기반 피드백, 실시간 오답 분석, 개인별 맞춤 콘텐츠 제공 등은 학습자의 다양성과 수준 차이를 정밀하게 반영할 수 있는 적응형 학습(adaptive learning)의 이상적인 모습을 구현하고 있다. 이러한 기능들은 특히 기초학력 보장, 학습결손 보완, 반복 학습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의미 있는 지원책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히 정보의 전달이나 기술의 정교함으로 완결되는 구조가 아니다. 교육의 본질은 인간 내면의 성장, 사고의 확장, 관계 속에서의 의미 형성에 있다.


AI가 아무리 정교한 분석을 제공하더라도, 그것이 학생 스스로 질문하고, 해석하고, 탐색하는 경험을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교육적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금까지의 AI 교과서 활용은 대부분 지식 전달 중심이거나, 시스템이 학습 흐름을 주도하는 일방향적 구조로 작동해왔다. AI의 기능은 눈부시지만, 교실 속 ‘사람 간 상호작용’과 ‘맥락 기반 학습’은 여전히 빈약하다. 이는 학습자가 수업의 객체로 남을 위험을 내포한다.


학생이 주도적으로 사고를 전개하고, 교사와 동료와 상호작용하며 배움을 재구성할 수 있는 수업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기술은 이 과정에서 조력자이자 촉진자로 기능해야 하며, 궁극적으로는 학생이 배움의 주체로 자리 잡는 환경 설계가 교육의 핵심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정책 혼선은 현장을 소진시킨다


교육 정책은 단기 성과보다 중장기적 안정성과 일관성을 핵심 가치로 삼아야 한다. 특히 학교 현장은 정책이 바뀔 때마다 즉각적으로 영향을 받는 최전선이며, 반복되는 변화는 현장의 피로도를 누적시킨다. 최근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방향 전환은 그 대표적 사례다.


전 정부에서 추진한 AI 교과서는 현재까지 전국 1만 1,932개 초·중·고교 중 약 3,870개 학교에서 최소 1종 이상 도입되었고, 교사들은 해당 수업을 위해 장비를 구축하고 교수학습자료를 재구성하며 연수를 이수해왔다. 이러한 준비는 단순한 예산 투입이 아니라, 교육 공동체 전체가 시간과 신뢰를 걸고 쌓아온 실행 기반이었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자 정책의 철학과 방향이 일순간에 바뀌었고, 감사원의 전면 감사 착수, 도입 중단 논의, 발행사와의 소송 이슈까지 확산되면서 교육현장은 정치적 진공 속에 놓이게 되었다. 교사는 교육과 행정 사이에서 갈등하고, 학생은 중단된 시스템 속에서 불안정한 학습 환경을 경험하게 된다. 그 결과, 정책의 수혜자인 학생조차 정책 실험의 대상이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물론, 교원단체와 전문가들이 지적한 사전 준비 부족, 공론화 미흡, 시스템 의존 구조의 우려는 정책 재정비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교육정책은 기술 도입의 타당성만이 아니라, 현장의 준비도, 수용도, 실행 가능성에 대한 신중한 검토와 충분한 소통을 전제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논의가 ‘폐기할 것인가 vs 유지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으로만 흐른다면, 또다시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단순한 정책 존치가 아니라, AI 기술을 어떻게 ‘학생 중심 교육’이라는 가치와 철학에 부합하게 재설계할 수 있는가이다.


기술을 교육의 본질에 연결하지 못한 정책은 언제든 흔들릴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철학 없는 유지도, 성급한 폐기도 아닌, 교육적 가치를 중심에 둔 재설계의 의지다. 정책은 유연할 수 있어야 하지만, 교육의 방향은 흔들려선 안 된다.



‘소버린 AI’와 교육 철학의 접점


AI 디지털교과서를 둘러싼 논란이 교육 현장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는 가운데, 대통령실 초대 AI미래기획수석으로 임명된 하정우 전 네이버 AI혁신센터장의 등장은 주목할만한 전환점이다. 하 수석은 단순한 기술 전문가를 넘어, AI의 공공성·윤리성·자율성을 중심에 둔 철학적 접근으로 주목받는 인물이다.


그가 일관되게 주창해온 ‘소버린 AI(Sovereign AI)’, 즉 ‘주권적 AI’란 단지 국내 기술로 만든 인공지능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AI 개발과 활용 과정에서 국가와 공동체가 기술적 통제권을 가지며, 알고리즘 설계와 데이터 사용이 시민의 가치와 문화, 윤리적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는 철학적 원칙이다. 이는 곧, 기술의 자립뿐 아니라 사회적 수용성과 교육적 책임까지 포괄하는 방향성을 포함한다.


하 수석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교육 부문에서의 AI 확대 가능성을 언급하며, 이를 단순한 기술 도입이 아닌 ‘교육 구조의 근본적 전환’, 즉 AI를 활용한 학생 중심 교육 생태계의 재설계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디지털교과서를 일방적으로 폐기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라, 지금까지의 기술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교육의 본질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AI 활용의 방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소버린 AI’가 강조하는 공공성과 자율성의 원칙은 교육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 학생은 AI 시스템에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소비자가 되어서는 안 되며, AI를 이해하고 활용하며 비판할 수 있는 능동적 학습자로 성장해야 한다. 이러한 철학은 곧 AI 교과서의 미래가 단지 기술적 완성도에 달린 것이 아니라, 그것을 담아내는 교육관과 민주적 운영 체계에 달려 있음을 의미한다.



학생 중심 AI 교육, 무엇이 우선되어야 하는가?


  1. AI 시대의 교육 혁신은 기술의 단순 도입이 아닌, 교육 구조의 전면적 재구성이어야 한다.
    학생 중심 교육이 단지 수업 운영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교육철학과 학교 시스템 전반에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3가지 핵심 축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1. ▲ AI는 ‘보조자’이지, 수업의 주체가 아니다.
      AI는 학습자의 수준을 진단하고, 맞춤형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강력한 기능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그 기능이 수업의 흐름을 주도하거나 정답 중심으로 몰아가는 방식으로 활용될 경우, 오히려 학생의 사고력과 탐구력은 위축될 수 있다.


    2. 학생이 스스로 질문하고 실험하고 의미를 구성하는 과정이 학습의 중심이 되어야 하며, AI는 이를 지원하는 도구로 존재해야 한다.


    3. 디지털 수업의 진정한 가치는 기술이 얼마나 정확한가가 아니라, 학생이 배움의 과정을 얼마나 주체적으로 설계하고 조율할 수 있는가에 있다.

    4. ▲ 교사는 학습 촉진자이자 의미 해석자다.
      AI가 학습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보를 제공할 수는 있지만, 학생의 감정, 맥락, 성장 배경을 고려한 지도는 여전히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5. 앞으로의 교사는 단순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학생의 인지·정서·사회적 발달을 통합적으로 관찰하고, 개별 학습 경험이 공동체와 연결되도록 설계하는 ‘교육 디자이너’이자 ‘배움의 촉진자’가 되어야 한다.

      AI가 개인화된 학습 루트를 제시한다면, 교사는 그 루트가 진정 학생에게 의미 있는 배움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의미를 부여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 AI 리터러시와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AI는 단순히 사용하는 기술이 아니라, 이해하고 판단하고 책임져야 할 사회적 존재이다.


    6. 학생들은 단순히 기계의 출력을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AI의 의사결정 구조와 한계, 편향 가능성, 데이터 윤리 문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할 수 있어야 하며, 그것이 바로 디지털 시민으로서의 기초 역량이다.

      예컨대, “왜 이 알고리즘은 이런 답을 내놓았는가?”, “이 정보는 누구의 시선을 반영하고 있는가?”, “데이터는 공정하게 수집되었는가?”와 같은 질문은 AI 시대 교육의 핵심 질문이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과 윤리를 통합한 AI 리터러시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하며, 교과 간 융합 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기술을 ‘쓰는 능력’뿐 아니라 ‘기술을 성찰하고 통제하는 역량’을 기르도록 설계해야 한다.

 


기술은 흔들릴 수 있어도, 교육의 본질은 흔들려선 안 된다


정권이 바뀌어도, 기술이 진화해도, 교육의 중심은 언제나 ‘학생’이어야 한다. AI가 교실에 들어왔다는 사실보다 더 본질적인 질문은 이것이다.


“그 교실에서 학생은 배움의 주체로, 인간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우리는 지금 ‘빠르게 바뀌는 것’에 익숙해져 있지만, 교육은 ‘쉽게 바뀌어선 안 되는 것’을 지켜내는 일이기도 하다. 기술이 아무리 정교하고 유능하더라도, 그것이 인간 내면의 성장과 공동체적 연대, 윤리적 판단과 성찰을 대신할 수는 없다.


정답을 맞히는 기계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질문할 줄 알고, 함께 고민하고, 더 나은 사회를 꿈꾸는 인간을 키우는 것. 그것이 AI 시대에도 우리가 지켜야 할 교육의 본질이다.


“우리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넘어서는 인간을 길러야 한다.”


이 한 문장은 AI 시대 교육이 가야 할 방향을 정교하게 보여준다. 


학생이 기술에 종속되지 않고, 기술을 통찰하고 책임질 수 있는 시민으로 성장하는 것. 그 길은 결코 기술만으로 열리지 않는다. 교육이 흔들리지 않고, 사람을 중심에 두었을 때만 가능하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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