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이미지=미리캔버스제작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정치는 거대한 구조를 움직이는 일이지만, 투표는 철저히 개인의 선택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유권자의 표는 종종 막연한 정당 이미지나 정치인의 말솜씨에 의해 결정되곤 한다.
후보들이 내세우는 공약은 화려하고, 변화와 개혁을 외치는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정작 유권자의 삶에 그것이 어떤 영향을 줄지는 뚜렷하게 체감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바로 ‘내 삶을 기준으로 공약을 점검하는 시선’이다.
그 시작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를 중심으로 공약을 체크하고 비교하는 ‘공약 체크리스트’를 만드는 일이다.
누군가에게는 청년 주거가 절박한 문제이고, 다른 누군가에게는 초등학교 돌봄 교실이 삶의 균형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일 수 있다. 또 어떤 이에게는 노후 연금이 생존의 문제이며, 자영업자에게는 카드 수수료 인하나 공공요금 안정이 절박한 현실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유권자는 추상적인 구호보다, 자신의 삶과 맞닿아 있는 공약이 무엇인지부터 분명히 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가의 미래를 말하지만, 유권자는 자신의 오늘을 기준 삼아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2025년 대선 주요 정당 후보들의 공약을 살펴보면, 각 후보가 강조하는 정책의 색깔이 다름을 알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세계 선도 경제강국'을 목표로, 인공지능(AI) 분야에 대한 대규모 투자와 AI 고속도로 구축, 미래인재 양성 등과 같은 신성장 산업 투자를 중심으로 경제를 재편하고, 기초연금 확대와 공교육 강화 등 사회안전망을 넓히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대규모 AI 펀드 조성과 기업 규제 완화, 민관 협력 중심의 산업 진흥 전략을 통해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청년층 대상의 주거와 일자리 공약도 함께 제시하고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리쇼어링 산업 촉진과 지방 대학 및 교육 인프라 확충, 그리고 규제기준국가제 도입 등 '작고 효율적인 정부'를 강조하며, 실용주의 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각 후보가 제시하는 공약은 모두 의미가 있지만, 유권자 입장에서는 그것이 ‘내게 어떤 변화를 줄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예컨대 청년이라면 '청년 주거', '일자리', '대출 지원' 등과 관련한 공약을 우선 살펴야 하고, 고령층이라면 연금제도 개혁이나 의료·복지 서비스 확충 방안에 주목해야 한다.
공약을 보다 체계적으로 비교하기 위해, 자신에게 중요한 주제를 뽑아 후보별 정책을 비교하는 표를 만들어보는 것도 유익하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방식이다.
분야 | 이재명 후보 | 김문수 후보 | 이준석 후보 |
---|---|---|---|
청년 주거 | 청년주택 확대, 임대료 상한제 | 월세 지원 20만 원, 청년 내집마련 대출지원 | 청년 주택 구입 보증 확대 |
일자리 | AI·디지털 산업 일자리 100만 개 | 공공+민간 청년 일자리 20만 개 창출 | 리쇼어링 산업 기반 청년 고용 확대 |
보육/교육 | 초등돌봄 확대, 공교육 내실화 | 사립유치원 지원 확대, 방과후교실 고도화 | 지방대 디지털 전환 지원, 교육 자율화 |
노후 복지 | 기초연금 확대, 국민연금 개혁 | 기초연금 월 40만 원 인상, 노인 일자리 확대 | 연금 개혁 청사진 제시, 고령층 재취업 지원 |
기후 정책 | 재생에너지 확대, 탄소중립 로드맵 실행 | 친환경 산업 육성, 기후 기술 투자 확대 | 현실적 에너지 전환, 원전과 재생에너지 병행 |
이렇게 비교해보면, 각 후보의 공약이 구체적으로 어떤 대상과 방식을 제시하는지 명확하게 드러난다.
표를 통해 단순한 인상이나 구호보다 정책의 내용과 실현 가능성을 중심으로 판단할 수 있다.
공약은 선거용 상품이 아니다. 그것은 유권자와 정치인 사이의 계약이며, 다음 정부의 운영 설계도이다. 따라서 정당에 대한 감정, 후보자에 대한 호불호보다 더 앞서야 하는 것은 정책의 방향성과 나의 삶의 연결성이다.
후보의 말솜씨나 이미지에 기대기보다, 공약의 실행 구조와 우선순위를 따져보는 태도가 중요하다.
공약 체크리스트는 단지 비교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유권자가 스스로 주체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지적 훈련의 시작이기도 하다.
정치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의 나와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대통령이 누구인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내 삶을 이해하고 바꿀 의지와 준비가 되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공약은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기준이 된다.
이번 선거에서 우리는 더 이상 ‘누가 될 것인가’가 아니라 ‘누가 내 삶에 필요한 사람인가’를 중심으로 선택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지금 이 자리에서 나의 삶에 닿는 공약을 직접 살펴보는 일이다.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