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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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군중은 단순한 사람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일정한 목표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 군중은 하나의 흐름이 되어 움직인다. 그러나 이 흐름은 언제든지 혼란으로 변질될 수 있으며, 강력한 힘을 가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명확한 방향성이 요구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리더십과 목표, 그리고 정보가 중요해진다.
군중은 자율적인 개인들이 모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향성이 없을 때 혼란과 무질서로 빠지기 쉽다. 이는 인간의 심리와도 연결된다. 무수한 감정과 의견이 뒤섞인 상태에서는 집단적 에너지가 분산되고, 결국 목적 자체를 잃게 된다. 따라서 군중은 질서와 목적의 중심이 되어줄 리더십을 필요로 한다.
역사를 돌아보면, 지도자가 없는 군중은 오래가지 못했다. 혁명, 사회운동, 집단행동 등 대부분의 군중 형성은 지도력과 함께 그 동력을 얻었다. 정치적 집회에서 명확한 구호와 행동 지침이 있을 때 군중은 더욱 결속되고, 그 결속은 곧 사회적 영향력으로 나타난다. 스포츠 팬들이 하나의 목소리로 응원할 때, 종교 행사에서 함께 노래하고 기도할 때, 사람들은 개인을 넘어 하나의 집단으로 작동한다. 이때 ‘방향성’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동시에 제공한다.
군중이 명확한 방향을 가질 때, 외부와의 관계도 정립된다. 목표가 없는 집단은 외부 자극에 휘둘리기 쉬우며, 반대로 목표가 뚜렷한 군중은 주도적으로 사회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정치 참여, 사회 운동, 소비자의 연대 등 모두 방향성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방향이 반드시 ‘올바른 것’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군중이 방향을 원한다는 점을 악용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히틀러를 비롯한 전체주의 리더들은 강한 선동과 감정적 조작을 통해 군중을 자신들의 권력 도구로 이용했다. 정보가 편향되거나 거짓일 경우, 군중은 쉽게 오도되고 극단으로 치닫는다. 현대에는 SNS를 통한 가짜 뉴스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또한, 동일한 방향성이 내면화될수록 군중은 외부를 배척하거나 반대 의견을 수용하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는 사회의 양극화, 혐오, 갈등으로 이어진다. 내부 결속을 위한 방향성이 외부에 대한 배제의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결국 군중 속 개인의 태도가 중요하다.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고, 감정적 메시지에 휘둘리지 않으며,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볼지라도, 그 방향이 정당한지,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정치는 군중의 힘을 이해하는 영역이다. 정당과 정치인은 군중의 방향성을 책임 있게 이끌어야 하며, 유권자 개개인은 그 방향이 올바른지를 묻는 감시자가 되어야 한다. 집단의 힘은 위대하지만, 그 힘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사회는 진정한 진보를 이룰 수 있다.
군중은 하나의 방향을 필요로 한다. 그러나 그 방향은 이성이 이끌어야 한다. 감정이 아닌 판단, 선동이 아닌 리더십, 분열이 아닌 공존의 방향이 되어야 한다.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