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간담회를 진행중인 김경 의원과 서울시의회 직원들. 사진=서울시의회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서울시의회에서 이례적이고 실험적인 조직문화 개선 프로그램이 추진되며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김경 의원(강서1, 무소속)은 2025년 한 해 동안 직장 내 괴롭힘 예방과 조직문화 개선을 목표로 직원들과 정기 간담회를 운영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의원과 직원을 서로 바꿔 역할을 해보는 ‘역할극(Role Play) 방식’을 직접 도입해 조직 내부의 문제를 보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이 프로그램은 김 의원이 직접 대표발의해 제정한 「서울특별시의회 직장 내 괴롭힘 금지 및 피해자 보호 지원 조례」의 실효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정기 간담회에서는 직원들이 일상 업무에서 겪는 다양한 고충이 가감 없이 공유됐다. 업무가 실시간으로 몰리는 환경에서 충분한 검토 시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점, 상황과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일방적 업무 지시 방식, 반복되는 긴급처리 요구 등으로 인해 심리적 부담이 누적된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일부 직원은 고성·압박성 언행으로 위축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히며, 개인정보 제공 요구가 과도해 곤란했던 사례도 공유했다. 이는 조직 내 의사소통 방식과 업무 구조 전반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이어졌다.
직원과 상급자 간 인식 차이도 중요한 쟁점이었다. 직원이 부당함을 느끼는 상황을 상급자는 문제로 인식하지 못해 갈등이 반복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간담회에서는 “예고 없는 업무 지시가 부담임에도 상급자는 ‘원래 그러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업무량과 속도에 대한 기대가 서로 달라 오해가 생긴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공감·존중 기반의 의사소통이 필요하다는 공통된 결론이 도출됐다.
김 의원은 단순 의견 청취만으로는 조직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역할극 프로그램을 과감히 도입했다. 직원들이 의원 역할을 맡아 지시를 해보거나, 의원이 직원 입장에서 보고·지시를 수행하는 등 실제 상황을 그대로 재현하며 체험을 진행했다.
역할극에 참여한 직원들은 “평소 익숙했던 말투가 상대에게는 얼마나 무겁게 들릴 수 있는지 처음 알았다”, “업무 지시가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압박으로 받아들여진다”고 느꼈다고 말하며, 상호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참석자는 “머리로 알고 있던 ‘배려’와 실제로 그 입장이 되어 본 경험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라며 프로그램 효과를 강조했다.
김 의원은 간담회에서 나온 의견을 바탕으로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메시지를 담은 카드뉴스를 제작해 전 직원에게 공유했다. 페이지 5에 수록된 카드뉴스에는 서울시의회가 지켜야 할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약속 3가지’가 쉽게 이해되는 문구와 그림으로 정리돼 있다.
“큰 소리로 지적하지 않습니다”, “사전 설명 없이 즉흥적 지시를 하지 않습니다”, “업무를 이유로 상대를 위축시키지 않습니다” 등 실천 가능한 행동 기준이 제시되어 있으며, 이는 조직 전체의 문화 전환을 유도하기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김 의원은 평소 직원 복지와 조직문화 개선에 높은 관심을 갖고 의정활동을 이어온 바 있다. 의회가 올바르게 기능하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존중받으며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수적이라는 신념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으며, 이번 조례 제정과 후속 프로그램도 이러한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김경 의원이 직원들에게 공유한 카드뉴스. 사진=서울시의회
김 의원은 “조례는 의회 조직의 근무환경을 안전하게 만드는 기반이며, 이번 역할극 실험은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데 큰 전환점이 됐다”며 “상담체계 운영, 예방 교육 강화, 피해자 보호 조치 등 조례의 현장 정착을 위해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겠다”고 밝혔다.
조례에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 △상담체계 구축 △예방교육 의무화 △피해자 및 신고자 보호 등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이러한 제도가 단순 규정에 머물지 않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기반으로 한 지속적 개선을 약속했다.
김 의원의 역할극 기반 조직문화 개선 실험은 지방의회 차원에서 쉽지 않은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방의회는 지역 정책 결정의 핵심 축이자 시민 신뢰의 기반이 되는 기관이지만, 내부 조직문화 개선은 그동안 가시적 의제화가 쉽지 않았다.
이번 프로그램은 갈등을 개인 문제로 축소하지 않고 구조적 개선 과제로 인식해 실천하는 지방의회 혁신 모델로 평가될 수 있다.
직원들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환경은 의회의 정책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는 핵심 기반으로 평가된다. 이러한 조직문화 개선 시도는 지방의회가 신뢰받는 의회로 나아가기 위한 중요한 흐름으로, 향후 지속적 확산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