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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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군중은 개별적인 개인의 집합이 아니다. 군중은 하나의 유기적인 힘으로 작용하며, 군중 속에 들어선 순간 기존의 사회적 신분과 지위, 경제적 차이는 사라지고 모두가 평등한 존재로 변화한다. 역사적으로 군중은 거대한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왔으며, 집단의 힘은 종종 개인을 초월하는 거대한 흐름을 형성해왔다. 그렇다면 군중 속 평등은 진정한 평등인가, 혹은 일시적인 착각에 불과한가?
군중이 형성될 때 사람들은 자신을 개별적인 존재로 인식하기보다, 전체 집단의 일부로 느끼게 된다. 이는 사회적 계급과 개인 차이가 무의미해지는 순간을 의미한다. 거대한 집회에서 기업가와 노동자가 같은 목소리를 내고, 정치적 운동에서 명망가와 일반 시민이 동일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은 그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현상은 군중 내부에서 심리적 동질성을 강화하며,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연대 의식을 형성한다.
익명성 또한 군중 속 평등을 촉진하는 주요 요인이다. 군중 속에서는 개인의 신원이 중요하지 않으며, 익명성은 심리적 해방감을 제공한다.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는 현실 세계에서의 신분 차이를 벗어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이 가능해진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모든 사람이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하며, 동일한 감정을 공유하는 특성이 강해진다.
그러나 군중 속 평등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겉으로는 평등해 보일지라도, 군중 내부에는 보이지 않는 리더십과 위계 구조가 존재한다. 대중 집회에서 강렬한 연설을 하는 인물, SNS에서 강한 의견을 주도하는 인플루언서, 미디어를 통해 특정 메시지를 강조하는 세력 등이 군중의 흐름을 조정한다. 군중이 특정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 개별적인 판단보다는 집단적인 흐름이 더욱 강하게 작용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군중 내부에서 지배적인 의견이 형성되면 개별적인 반대 의견이 소멸될 위험이 있다. 이는 사회심리학에서 ‘집단 사고(groupthink)’라고 불리는 현상으로, 특정한 의견이 군중 내부에서 절대적인 흐름이 될 경우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침묵하거나 자기 검열을 하게 된다. 이는 군중이 다양성을 잃고 획일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더 나아가, 군중이 감정적으로 결속될 경우 이성이 배제될 가능성이 크다. 군중이 외부의 적을 설정하고 배척하는 경향을 보이는 것은 역사적으로 반복되어온 현상이다. 마녀사냥, 인종차별적 폭동, 과격한 정치 시위 등은 군중이 특정한 감정에 휩쓸릴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내부적으로는 평등을 강조하지만, 외부에 대해서는 배타성을 띠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군중 속 평등은 일시적이며 조건부적인 현상이다. 진정한 평등은 단순히 계급과 신분의 차이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개별적인 사고와 의견이 존중되는 환경에서 가능하다. 따라서 군중이 형성될 때에도 비판적 사고와 독립적인 판단이 유지되어야 한다.
또한, 민주적인 토론과 다양한 의견이 존중되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특정한 지도층이나 여론 주도층이 군중을 특정한 방향으로 몰아가는 상황에서는, 내부에서 자유로운 토론과 반대 의견이 보장될 수 있어야 한다. 평등은 단순한 감정적 결속이 아니라, 다양한 목소리가 공존할 때 실현되는 것이다.
군중 내부에서 평등이 지배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감정적 평등이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구조 속에서 형성되는 조건부적인 평등이다. 군중 속에서는 기존의 사회적 차이가 사라지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존재로 기능하지만, 동시에 감정적 선동과 보이지 않는 리더십에 의해 조종될 위험도 존재한다.
군중 속 평등이 건강하게 유지되려면, 개별적인 사고와 비판적 검토가 필수적이다. 군중이 단순한 감정적 결속체가 아니라, 민주적인 토론과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공간으로 나아갈 때, 비로소 진정한 평등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