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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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
권력과 군중은 오랜 역사 속에서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다. 권력은 군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형성되며, 군중은 자신들을 대변할 강력한 지도자를 원한다. 그러나 문제는 권력이 군중을 단순한 지지층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철저히 조작하고 이용하는 데까지 나아간다는 점이다. 정치, 경제, 미디어 등 다양한 영역에서 권력은 대중의 심리를 이용해 영향력을 극대화하며, 이는 종종 사회적 갈등과 불안을 야기한다.
군중은 단순한 개인들의 집합체가 아니다. 프랑스 사회심리학자 귀스타브 르 봉(Gustave Le Bon)은 그의 저서 군중심리(The Crowd: A Study of the Popular Mind)에서 군중이 집단적으로 모이면 개별적인 사고 능력이 약해지고, 감정이 쉽게 전염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성은 권력자가 군중을 효과적으로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공한다.
군중은 이성보다는 감정에 의해 쉽게 움직인다. 권력자는 이를 이용해 감정적으로 강한 메시지를 전달하며 대중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끈다. 정치 연설에서 사용되는 강한 언어, 공포를 조장하는 미디어 보도, 애국심을 강조하는 캠페인은 군중을 선동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특히 두려움과 분노는 군중을 조작하는 데 효과적인 감정이다. 외부의 적을 설정하거나 사회적 불안을 과장하여 공포를 조장하면 대중은 권력자의 통제에 쉽게 따르게 된다. 독재 정권이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이러한 전략을 자주 사용하며, 내부 결속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활용한다.
현대 사회에서 미디어를 통제하는 것은 곧 권력을 쥐는 것과 같다. 특정한 뉴스 보도를 강조하거나, 불리한 정보는 감추고 유리한 정보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SNS의 발달로 인해 정보의 유통 속도가 빨라졌지만, 동시에 가짜 뉴스와 편향된 정보가 퍼질 위험도 증가했다. 권력자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해 특정 이슈를 확산시키거나,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대중에게 더 많이 노출시킨다.
군중은 강한 집단적 정체성을 가질 때 더욱 쉽게 움직인다. 권력자는 이를 이용해 특정 집단을 강조하고, ‘우리 대 그들’이라는 구도를 만들어 대중을 결속시킨다. 정치적 이념, 민족주의, 종교적 신념 등이 이러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전략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기도 한다.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사회에서는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진 집단이 극단적으로 대립하게 되며, 이는 권력자가 자신의 지지층을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유리하게 작용한다. 또한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아 사회적 불만을 해소하는 방식도 종종 활용된다. 경제 위기가 닥쳤을 때 특정 계층을 비난하거나 사회적 약자를 공격하는 사례가 이에 해당한다.
권력자는 군중을 통제하기 위해 보상과 처벌을 적절히 활용한다. 충성을 맹세하는 이들에게는 혜택을 주고, 반대하는 이들에게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이다. 정치적으로는 정부 정책을 통해 특정 계층에 혜택을 주거나, 반대파를 탄압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기업에서는 직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면서도 내부 비판을 허용하지 않는 조직 문화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이를 활용할 수 있다.
권력이 군중을 조작하는 전략은 단기적으로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군중은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고, 권력의 조작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르는 것은 필수적이다.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고,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분석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하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선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사회가 지나치게 양극화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고,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권력이 대중을 조작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가 필수적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선택하고, 정책을 감시하는 역할을 시민들이 직접 해야 한다. 또한 독립적인 언론과 시민단체의 역할을 강화하여 권력의 남용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
권력은 군중을 이용하는 다양한 전략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하고 유지한다. 감정적 선동, 미디어 조작, 집단 동일시, 적 설정 등의 방식은 군중을 특정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강력한 도구가 된다. 그러나 이러한 조작은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군중이 권력의 도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를 유지하고, 정보의 진위를 판단하며, 다양한 의견을 수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를 통해 권력의 남용을 견제하는 것이야말로 건강한 사회를 유지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한국의정신문 김을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