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 기자
반선호 시의원이 부산광역시의회 중회의실에서 '건강권 사각지대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부산광역시의회]
[한국의정신문 이진 기자]
부산광역시의회에서 미등록 이주아동의 건강권을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제도 밖에 놓인 아동의 건강권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지방의회 차원에서 공론화된 것이다.
반선호 시의원은 지난 14일 부산시의회 중회의실에서 ‘건강권 사각지대 이주아동을 위한 지역사회의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번 토론회는 부산시의회 반선호 의원을 비롯해 아름다운재단,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가 공동 주최했으며, 공공의료기관 관계자, 이주아동 지원 단체 활동가, 이주아동 양육자 등 약 40여 명이 참석해 현장의 사례와 제도적 한계를 공유했다.
토론회에서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처한 의료 현실이 구체적으로 제시됐다. 발제를 맡은 김아이잔 사단법인 이주민과함께 팀장은 미등록 이주아동 상당수가 건강보험 미적용, 고액의 국제수가 적용, 의료비 부담 등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 시기를 놓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중증 질환이나 응급 상황에서도 제도적 지원이 즉각적으로 연결되지 않아 건강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
이어진 지정토론에서는 공공의료와 보건 행정의 구조적 한계가 집중적으로 논의됐다. 김영수 창원경상국립대학교병원 공공보건사업실장은 미등록 이주아동이 의료 접근 자체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언급하며, 최소한의 공공 개입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정민 사상구보건소장은 현행 모자보건 및 예방접종 체계가 체류 자격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미등록 이주아동이 제도 밖으로 밀려나는 구조적 문제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토론자들은 이주아동의 건강 문제가 개별 가정의 책임으로 치부돼서는 안 되며, 조기 발견과 연계 실패로 이어지는 공공보건의 공백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보건소와 공공의료기관이 이주아동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하는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반선호 의원은 토론 과정에서 “현재 부산시 외국인 주민 지원 관련 조례에 이주아동을 포괄하는 근거는 일부 존재하지만, 미등록 아동은 현실적으로 보호 체계 밖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아동의 경우 체류 자격이 아니라 생명과 건강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며, 이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기본 원칙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반 의원은 유엔아동권리협약과 국내 아동복지 관련 법령을 언급하며, 국적이나 체류 지위와 무관하게 아동의 최선의 이익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이 토론회 전반에서 공통적으로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상위 법령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하지만, 당장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위기 사례를 외면할 수는 없다”며 “특히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상황에 한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어떤 역할이 가능한지, 조례 제정 필요성을 포함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부산시의회는 이번 토론회에서 제기된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미등록 이주아동 건강권과 관련한 제도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고, 관계 부서 협의 등 후속 행정 절차를 단계적으로 이어갈 계획이다. 반선호 의원은 “아이의 건강 앞에서 행정의 경계가 먼저 작동해서는 안 된다”며 “부산이 아이의 출신이 아니라 아이의 생명과 안전을 기준으로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