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 기자
양천구 내 공원에서 배달중인 실외 자율주행로봇 '개미'(로보티즈). 사진=서울시
[한국의정신문 김현주 기자]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실제 공간에서 인지·판단·행동까지 수행하는 ‘피지컬 AI(Physical AI)’가 차세대 핵심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 최대 IT·전자 전시회 CES 2026에서도 피지컬 AI는 단순한 기술 트렌드를 넘어 산업과 도시 구조를 재편할 핵심 키워드로 주목받았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 속에서 서울시가 피지컬 AI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시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시의 접근은 명확하다. AI 기술이 집적된 ‘양재’와 로봇 실증이 가능한 ‘수서’를 하나의 축으로 연결해, 기술 개발부터 실증, 제도 개선, 도시 적용까지 이어지는 ‘서울형 피지컬 AI 벨트’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연구실 중심의 AI에서 실제 도시 공간에서 작동하는 ‘움직이는 AI’를 구현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이다.
양재 일대는 서울형 피지컬 AI 벨트의 ‘두뇌’ 역할을 맡는다. 서울시는 기존 서울AI허브를 기반으로,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서울 AI 테크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곳은 국내외 AI 기업과 연구기관, 인재가 집적되는 산·학·연 협력 거점이자 주거·문화 기능이 결합된 자족형 혁신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특히 양재동·우면동 일대는 전국 최초로 AI 분야 지역특화발전특구로 지정돼, 특허·출입국 관리 등에서 규제 특례를 적용받고 있다. 이는 글로벌 AI 인재 유치와 기술 상용화를 가속하는 제도적 기반으로 평가된다.
수서역세권 일대는 피지컬 AI가 실제로 구현되는 ‘현장’이다. 서울시는 수서를 로봇 연구개발과 실증, 기업 집적이 이뤄지는 로봇·AI 산업 거점으로 육성하고 있다. 핵심 사업인 ‘수서 로봇클러스터 조성 사업’은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추진되며, 로봇 R&D부터 실증, 창업, 시민 체험까지 아우르는 종합 생태계를 목표로 한다. 특히 서울로봇테크센터, 로봇벤처타운, 로봇테마파크와 과학관 등이 들어서며, 시민이 일상에서 로봇 기술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예정이다.
서울시의 전략에서 주목할 점은 ‘실증이 제도를 바꾼다’는 접근이다. 피지컬 AI와 이동로봇 산업은 반복적인 현장 실증과 데이터 축적 없이는 성장하기 어렵다. 이에 서울시는 규제샌드박스를 적극 활용해, 자율주행 배달로봇과 같은 신기술이 실제 도시 공간에서 검증될 수 있도록 지원해 왔다. 난지캠핑장 실증을 계기로 이동로봇 관련 법령이 개정된 사례는, 서울시가 기술 실증을 통해 제도 개선까지 이끌어낸 대표적 성과로 꼽힌다.
이러한 정책 기조는 산업 경쟁력 강화와 시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겨냥한다. 공원과 전통시장, 재활용 선별장, 돌봄 현장 등에서 로봇이 실제로 작동하며 안전, 환경, 복지, 노동 부담 완화 등 다양한 공공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이는 피지컬 AI가 더 이상 미래의 기술이 아닌, 현재 도시 행정과 일상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준다.
서울시는 앞으로도 기술 개발과 실증, 규제 합리화, 기업 성장 지원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피지컬 AI 기반 로봇산업 생태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할 방침이다. AI가 ‘생각하는 기술’에 머무르지 않고, 도시에서 직접 움직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시대. 서울은 피지컬 AI를 통해 미래 산업과 도시 경쟁력을 동시에 설계하고 있다.